[O2/집중분석]우에노 주리 “다마키와는 ‘딱 좋은 거리감’ 유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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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3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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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목례로 등장한 다마키 히로시(玉木 宏ㆍ31). 이어 우에노 주리(上野樹里ㆍ24)가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하고 두 팔 벌려 크게 인사하며 뒤따랐다.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 Vol.1'(감독 타케우치 히데키·武 英樹)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치아키 쎈빠이(선배의 일본말)'와 '노다메'는 영화에서 툭 하고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클래식 음악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동명의 원작만화를 토대로 2006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됐다. 국내에서도 드라마 방영 초부터 현재까지도 포털사이트 일본드라마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르는 작품으로 2007년 방영된 '베토벤 바이러스'는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 \'노다메\'와 \'치아키 센빠이\'로 살아온 우에노 주리(왼쪽)과 다마키 히로시. 두 사람 모두 "\'노다메 칸타빌레\'에 출연한 건 행운이었다"고 했다. 사진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06년부터 \'노다메\'와 \'치아키 센빠이\'로 살아온 우에노 주리(왼쪽)과 다마키 히로시. 두 사람 모두 "\'노다메 칸타빌레\'에 출연한 건 행운이었다"고 했다. 사진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다마키가 맡은 치아키 신이치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요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까칠한 성격만 빼면 완벽한 천재 지휘자. 우에노는 샤워 3일에 한 번, 샴푸는 5일에 한 번하고, 입고 벗기 편해 원피스만 입는 엉뚱한 피아니스트 노다 메구미 역을 맡았다.

▶'노다메 칸타빌레' 감독 "베토벤 바이러스 봤더니…"

-2일 열린 영화 시사회에 팬들이 많이 몰렸다.
"일본 이외의 해외에서도 팬들이 많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기대하시고 기다려주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다마키)
"팬들이 일본어인 내 말을 다 알아듣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놀랐다. 선물도 많이 받았다. (웃음) 다마키 씨는 케이크, 나는 직접 그린 그림을 받았다. 나라는 달라도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가 끝난 뒤에 관객들이 다들 웃고 계셔서 기분이 좋았다."(우에노)
"한국 팬들은 무척 정열적이고 열정적이다. 일본인과 비교하면 큐슈 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다."(타케우치)

한국에 7, 8번 방문했다는 타케우치 히데키 감독은 "방문할 때마다 IT의 진화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고. 노트북을 가지고 온 기자들이 현장에서 기사를 정리하는 것을 보면서도 연신 감탄했다.

-다마키와 우에노는 2006년부터 각각 치아키, 노다메로 살고 있다. 그동안 변한 점이 있다면?
"나는 원래 생각에 깊이 빠지는 편인데 노다메는 인생을 즐기면서 노래하듯이 살아가는 아이다. 5년간 노다메 역을 맡다보니 나한테 없었던 즐기는 마음이 생기는 등 좋은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노다메는 나에게 아주 좋은 파트너였다고 생각한다. 또 노다메가 매번 '허들'에 부딪히지만 이를 넘고 발전하는 것을 보며 나에게도 '허들'이 닥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노다메가 헤쳐나가듯 나도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우에노)
"이 작품에 출연하기 전에는 클래식 초심자였다. 그래서 지휘자 역이 더 힘들었지만 덕분에 클래식을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치아키 역이 더 좋았다. 드라마를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음은 없다'와 같은 대사 한 마디에도 인생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치아키와 노다메는 놓여지는 상황에 따라 성장하는 역이기 때문에 인생에 벽이 반복되고, 이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다마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는 치아키와 노다메가 지휘자,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치아키에게 '꼴찌'들만 모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특명이 주어지는가 하면 '음악은 즐거워야 한다'는 노다메에게 진지함을 강요하기도 한다.

-감독님은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연출했다. 차이점을 준 부분은?
"드라마를 하면서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는 영화라는 걸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영화는 시간 장소 자금 배우와의 대화 등 모든 면에서 여유가 있어서 충분히 상의하고 공을 들였다. 집대성한 게 영화로 나온 것 같다."(타케우치)

-만화 원작의 드라마로 영화화까지 됐다.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었나?
"한 가지 소재지만 다른 장르라고 생각했다. 특히 원작이 만화이기에 일상생활에서 있을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영화화하는데 고심이 많았다.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망가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하다 (웃음) 망구스 인형 등 소품을 많이 넣게 됐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노다메를 때리거나 날리는 장면을 찍으면서도 여기까지 해도 되나 하는 고민도 많았다. (웃음) 지금까지의 여정을 생각해보면 줄을 타고 왔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서울까지 와서 관객의 반응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는 말 밖엔 안 나온다."(타케우치)

-한국에서 2007년 방송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토벤'을 봤나.
"물론 봤다. 지금 일본에서 방영중이다. 둘 다 음악드라마다보니 선곡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어떤 작곡가의 어떤 곡, 어느 부분을 쓸 것인지 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보니 센스를 보고 한일간의 차이를 느끼곤 했다."(타케우치)

-다마키와 우에노는 5년간 호흡을 맞추며 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환상의 커플'이라는 평도 많은데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처음에 만났을 때는 다마키 상이라고 성을 부르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이름을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도 이름을 못 부른다. (웃음) 딱 좋은 거리감이 있다. 실제 극중에서도 치아키 '선배'이니 너무 익숙하거나 편한 것 보다 노다메를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래 호흡을 맞추다보니 이제는 '아' 하면 '어'하는 호흡이 생겼다. 처음에는 실수하면 다마키 상에게 미안해 어쩔 줄 몰랐는데 지금은 함께 만들어가는 팀이니 실수에 대한 부담감도 적어졌고 함께 허들을 넘어간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마키가 지휘를 하는 장면에서는 내가 부채질도 해주고 어깨도 주물러 준다. 내가 피아노 칠 때는 반대로 마사지도 받고…."(우에노)
"처음에 우에노를 만났을 때부터 '노다메는 이 사람 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비해 '나는 치아키에 몰입이 덜 됐구나'라는 느낌에 불안할 정도였다. 작품을 하면서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연기를 하다보니 점점 치아키에게 빠져든 것 같다. 이 드라마는 노다메와 치아키가 중심이다 보니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질 때 기분이 좋았다. 그게 관객들한테도 전해진 것 같다. 드라마가 허들을 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둘이 힘을 합쳐 넘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팀워크가 좋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다마키)

▶다마키 "의외의 전개와 파격적인 한국 영화 좋아해"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좋아하는 한국 배우나 같이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노다메 칸타빌레'는 한국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참고하기도 했다. 특히 지하철에서 토하는 장면이 굉장히 지저분한데 지저분하지 않게 개그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아 그런 개그 센스는 많이 배웠다. 배우는 정우성 씨? 기회가 된다면 같이 하고 싶다."(타케우치)
"한국 영화를 좋아해서 찾아보는 편이다. 스토리 전개가 재밌는 작품들이 많다. 한두 편 꼽기는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살인의 추억' '추격자' 등을 재밌게 봤다. 의외의 전개가 나오고 파격적이어서 좋아한다. 일본에서 영화 '시크릿'(감독 윤재구 출연 차승원 송윤아)이 상영 중인데 보고 싶다. 특정 배우와 작업하고 싶다는 것보다는 그런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있다면 출연하고 싶다."(다마키)
2001년 15살의 나이로 데뷔한 우에노는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01년 15살의 나이로 데뷔한 우에노는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우에노의 눈이 하늘을 향했다.

"뚱뚱한 여자가 사랑에 실패해서 우는데 마스카라가 번져서 검정 눈물이 흐르고…" "길에서 주은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받다 사랑에 빠져요." "남자 둘, 여자 한 명이 주인공인데…." "결국은 사랑에 성공하는데 뚱뚱한데도 블링블링한 옷 입고 예쁘게 약속장소에 나가요."

무언가 골똘하게 생각하다 한 문장 씩 던진다. 이런 내용의 한국 영화를 봤는데, 심경변화가 잘 표현돼서 연기에 참고했었다는 것. 그래서 그 영화 제목을 말하고 싶은데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눈치다. 인터뷰 장에 모인 기자들도, 영화 관계자들도 우에노의 설명만으로 영화 제목을 떠올리지 못했다.

"이 영화에 나왔던 분과 같이 작업해보고 싶기도 했는데…. 어떻게 이런 걸 영화로 만들 수 있는지 자극도 많이 받았거든요. 모두 모르시네요."

결국은 "언젠가는 꼭 알게 되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의 손예진 등 엽기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단골 롤모델'이 우에노 주리였던 터라 그가 참고한 한국 영화는 더욱 궁금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영화진흥위원회에 문의해봤지만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마키는 배우만큼 가수로 유명하다. 내한 공연을 한 적도 있는데.
"한국에서의 공연이 첫 해외 공연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기대감과 불안함이 교차했었다. 물론 콘서트가 끝난 뒤에는 즐거웠지만 말이다. (웃음) 지금은 감독님과 노다메와 함께 왔기 때문에 좀 더 가볍고 편한 마음이다. 팬들을 직접 만나봤더니 너무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좋다."(다마키)

-우에노는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에서 그룹 동방신기의 영웅재중과 함께 연기했다. 영웅재중을 평가한다면?
"영웅재중 씨는 일본에서 연기 활동이 처음이었다. '좋아해' 라는 대사하면서 내 손을 잡고 안아주고 그런 연기가 있었는데 얼굴이 빨개져서 도망가기도 하고 부끄러워하더라. 게다가 나한테 말도 안 걸고 무뚝뚝하게 대해서 날 싫어하는 것 아닌가 오해도 했었다. (웃음) 나중에 물어봤더니 짝사랑하는 역이라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했다. 서서히 친해졌고 나중에는 거리낌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영웅재중 씨는 주위 사람에 대한 배려가 많고 자기가 망가지더라도 주변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었다. 특히 액션에서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줬다. 다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강한 액션에서도 몸 사리지 않고 잘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예리하기도 했다. 상대방을 가방으로 마구마구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카메라맨 중 한 명이 화면에 비쳤었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방송된 것을 본 영웅재중이 어느 부분 몇 분 몇 초 부분에 카메라맨이 비쳤다고 지적했다. 나도 집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돌려봤어도 찾기 힘들었는데 스태프들이 찾아보니 영웅재중 말이 맞아서 모두 놀랐다."(우에노)

영화판 '노다메 칸타빌레'는 두 편으로 제작되어 2009년 말과 올해 초에 일본에서 개봉했다. 두 편을 합쳐 총 100억엔의(약 1400억 원) 수입을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편인 '노다메 칸타빌레 Vol.1'이 9일 개봉한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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