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연기·연애·취미…‘완소남’ 유해진을 말한다] 스크린 블루칩 유해진을 만든건 콤플렉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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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8일 07시 00분


‘타짜’로 남우조연상에 연인 김혜수까지 얻어…연기도 사랑도 ‘타짜’

■ ‘죽이고 싶은’서 야수로 변신…유해진의 매력속으로

뛰어난 연기력, 개성적인 외모, 출연작마다 흥행성공을 거둬온 배우 유해진은 성공과 사랑을 한꺼번에 거머쥔 행운아이다. ‘이끼’에 이어 새로운 주연작 ‘죽이고 싶은’의 개봉을 앞둔 유해진은 차기작 ‘적과의 동침’ 촬영을 위해 지방을 돌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뛰어난 연기력, 개성적인 외모, 출연작마다 흥행성공을 거둬온 배우 유해진은 성공과 사랑을 한꺼번에 거머쥔 행운아이다. ‘이끼’에 이어 새로운 주연작 ‘죽이고 싶은’의 개봉을 앞둔 유해진은 차기작 ‘적과의 동침’ 촬영을 위해 지방을 돌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연기자 유해진의 이름은 다양한 여러 가지 인상을 준다.

능수능란한 연기력, 평범하지 않은 외모, 출연작마다 성공하는 안목, 단역으로 시작해 주연까지 올라선 끈기. 그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최근 여기에 하나가 더 늘었다. 김혜수의 연인이란 사실이다. 본인들은 부담스럽다며 서로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지만 이미 대중에게 그는 ‘김혜수의 연인’으로 각인됐다. 자연스럽게 유해진은 연기파 배우이면서 톱스타를 연인으로 둔 매력적인 남자로 자리잡았다.

이런 ‘핫 피플’ 유해진을 만났다. 올 초 ‘전우치’의 흥행으로 주가를 높인 그는 곧바로 ‘이끼’까지 출연하며 성공가도를 이었다. 그리고 ‘이끼’의 상영 간판이 내려오기도 전에 새로운 주연작 ‘죽이고 싶은’(감독 조원희·김상화)을 26일 관객에게 공개한다. 80년대 초가 배경인 이 영화에서 그는 의문의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뒤 같은 병실에 있는 천호진으로부터 살인 위협을 받는 주인공을 맡았다.

유해진의 작품 욕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 그는 경상남도 하동 등지를 돌아다니며 새 영화 ‘적과의 동침’을 촬영하고 있다. 여느 연기자보다 왕성한 활동. 그런데 그는 인터뷰 말미에 가서야 “지금까지 나를 이끈 건 콤플렉스였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 3년째 작품이 끊이지 않는다. 충무로에서 기획중인 시나리오 중 얼마나 많은 제의를 받는 건가.

“남들 받는 정도로 받는다. 절대로 많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나 장르보다는 사람 이야기가 진솔한 영화를 선택한다. 코미디에도 사람 얘기가 있으면 진솔하다. 절대 바쁘지 않다. 짬짬이 쉬고 노는 날도 많다. 시간이 나면 여행을 갈 정도로 여유롭다.”

- ‘죽이고 싶은’에서는 병실이란 밀폐된 공간에서 몸도 움직이지 못한 채 연기했다. 상대하는 배우도 천호진과 서효림(간호사 역) 뿐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움직임을 해야 했다. 너무 단조로우면 안 되는데, 몸이 마비된 캐릭터니 움직일 수도 없었다. 아, 정말 답답했다. 누워서 지내도 답답한데 액션까지 했다. 마지막에 천호진 선배와 피를 튀기며 싸우는 장면에서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바닥에서 뒹구는 데...보기에도 처절한데 연기하는 나는 어떡했겠나.”

- ‘죽이고 싶은’은 ‘이끼’ 보다 먼저 촬영한 영화였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은 ‘지난 여름에 천호진 선배와 최선을 다했다’였다. 천호진 선배에 대한 믿음, 나무처럼 든든한 마음이 있다. 믿고 의지하며 연기한 느낌이 새로웠다. 영화를 보면 ‘좋다, 안좋다’를 빨리 판단하지 못하는 편이다. 냉정하지 못한 것인데, 이 영화도 시간이 좀 지나서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우치’, ‘이끼’ 때도 그랬다.”

유해진은 미술, 사진,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다. 단지 ‘즐기고 감상’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직접 그림을 그리고 조각도 한다. 사진 애호가들에게 갖고 싶어하는 명기라는 라이카 카메라도 갖고 있다. 그의 인터넷 미니홈페이지에 가면 직접 찍은 다양한 사진을 볼 수 있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취미에 대해 묻자 유해진은 “나랑 안 어울리니까 사람들이 특이하게 보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 사진 마니아들 사이에서 실력이 유명하다.

“파리 퐁피두센터에 전시된 유명 사진작가 작품 중에 하얀 배경에 외계인 같은 형상이 있다. 그 사진 설명에 ‘내가 가진 제일 안 좋은 사진기로 우연히 찍힘’이라고 써있다. 하하. 그런데도 사진이 정말 아름답다. 나도 마찬가지다. 사진기가 있으면 찍고, 없으면 안 찍는다. 지금도 여행갈 때면 일회용 카메라를 사 아껴서 한 장 씩 찍는 걸 즐긴다.”

- 미술과 음악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다고 알려졌는데.

“나랑 안 어울리니까 더 그렇게 봐주는 거 아닐까? 하하. 배철수 아저씨를 정말 좋아한다. 음악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챙겨 듣는 정도고. 지금 내 차에 화방에서 사온 물건들이 가득 실려 있긴 하다. 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나무도 직접 깎아 조각품을 만든다. 취미라기보다는 한 곳에 정신을 쏟을 수 있어 좋다. 창작의 재미나 완성할 때 희열도 있지만 사실 취미는 나에게 어쩌면 개구멍 같은 거다.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구다.”

직접 마주한 유해진은 의외로 다부진 몸매의 소유자였다. 피부도 매끄러웠다. 40대에 접어든 남자로서 꾸준한 운동을 하지 않고는 만들기 어려운 몸매다. 참 부지런하다. 유해진은 등산도 즐긴다.

“주로 등산을 한다. 요즘에는 ‘적과의 동침’ 때문에 합천이나 하동에서 주로 지내는데 틈틈이 논길에서 뜀박질한다. 혼자서 뛴다.”

- 유해진이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은 무엇인가.

“아…. 그건 나도 모르지. 하하. 날 좋아한다면 그 이유는 다 다를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지도 않고. 난 쌍꺼풀 없이 쪽 찢어진 내 눈이 좋다. 그 눈을 처음 발견해준 사람이 영화 ‘무사’의 김성수 감독이다. 내 눈을 좋아해서 눈에는 분장을 못하게 했을 정도였다. 결국 ‘무사’에서 두 눈을 하나씩 잃고 죽는다.”

-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고 사는데, 그런데도 부러운 사람이 있나?

“이 사람에게는 이런 게, 저 사람에게는 저런 게 부럽다. 배우 박희순은 학교도 극단도 1년 선배인데 나이가 같아 친구로 지낸다. 박희순의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부럽다. ‘이끼’에 같이 나왔던 김준배도 마찬가지다. 거칠게 보이지만 그 친구가 가진 순수함이 부럽다. 사실 나는 콤플렉스 덩어리다. 지금까지 이끈 것도,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한 것도 콤플렉스였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며 늘 그랬는데 누구에게나 콤플렉스는 있지 않을까.”■ 이 남자, 김혜수가 찍을만 하네!

이젠 주연급으로 컸다 비결은?
“사실 나는 콤플렉스 덩어리다. 지금까지 이끈 것도,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한 것도 콤플렉스였다”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포인트?
“난 쌍꺼풀 없이 쪽 찢어진 내 눈이 좋다. 그 눈을 처음 발견해준 사람이 영화 ‘무사’의 김성수 감독이다”

미술·사진에 조예가 깊다던데?
“나랑 안 어울리니까 사람들이 특이하게 보는 것 아닌가?…그림이나 조각, 사진촬영은 나에게 어쩌면 개구멍 같은 탈출구다”

작품이 끊이지 않는다…바쁜가?
“시나리오 남들 받는 정도로 받는다.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나 장르보다는 사람 이야기가 진솔한 영화를 선택한다. 절대 바쁘지 않다. 짬짬이 쉬고 노는 날도 많다”■ 유해진은 누구?

90년대 말 영화 단역으로 출발해 주인공까지 오른 노력형이자 끈기형 배우. 1970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고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를 졸업. 이후 극단 목화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영화 데뷔작은 1997년 이름도 없는 단역으로 출연한 ‘블랙잭’. 이후 ‘주유소 습격사건’을 거쳐 2001년 ‘신라의 달밤’부터 주목받기 시작. 연인 김혜수는 당시 이 영화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유해진이란 이름을 알린 영화는 강우석 감독의 2002년 작품 ‘공공의 적’이다.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달마야 서울 가자’ 등 코미디 영화에서 주가를 높였다. 2005년 스릴러 ‘혈의 누’, 사극 ‘왕의 남자’ 등 다양한 장르로 무대를 넓혔다. 2006년 ‘타짜’로 제43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전우치’를 시작으로 ‘이끼’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인기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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