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북스]루저스피릿⑪독립잡지 ‘보일라’와 ‘한단설’을 아시나요?-<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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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5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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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강선제 부부


● 부산지역 신인예술가들의 등용문 문화잡지 '보일라'
● "부산대 주변을 홍대 앞 같은 독립문화공간으로 만들어보자"

선제님이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선제>: 에헤헤. 이건 유선이라 안 튕길 거예요.

: 네. 우선 질문 이어갈게요. 또 궁금한 게 서진 작가님 프로필을 보면 전자공학 박사과정까지 밟으시다가 홀연 글쓰기에 뜻을 두게 되셨더라고요. 그것도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셔서….

<서진>: 어떻게 하다 보니. 하하하.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 운이 좋아 등단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 전자공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글쓰기로 전향한 '서진'

: 선제님이 예전 인터뷰에서 보일라를 "비싼 취미"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서진님에게도 한단설이 그런가요?

<서진>: 취미라고 하기엔 되게 비싸긴 하네요.

: ^^;

<서진>: 돈이 드는 건 아니지만 시간과 애정이 그만큼 또 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사회 기여라고 할까요. 작가가 작품을 쓰는 노력의 10%만 남들 도와주는 것에 쓸 수 있다면 세상은 달라질지도 모르니까요. 작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윤활유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 음.

<서진>: 꼭 필요한 건 아닌데, 없으면 뻑뻑해져서 기계가 고장 나잖아요. 천재적인 작가는 자기 작품 열심히 하면 되지만, 저 같은 보통 작가들은 자기 작품 쓰고 남은 부분은 남을 좀 도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나 커뮤니티에서 못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 근데 많은 작가들이 작업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고 하잖아요. 걱정은 없으세요? 이런 거 할 시간에 내 작품에 몰두해야 하는데, 뭐 그런 거.

<서진>: 제 생각이 다 옳은 건 아니고요. 개인적으로 욕심 가는 부분도 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처음부터 대단한 뜻은 없었어요. 재미로 하다가 이렇게 저렇게…. 물론 선제 씨는 보일라를 만들 때 뚜렷한 뜻이 있었지만요.

: '한단설'을 만들게 된 계기에 '보일라'의 영향도 있었나요?

<서진>: 아무래도. / <선제>: 깔깔

<서진>: 옆에서 책을 만드니까 선제 씨가 많이 도와줬죠. 지금도 도와주고 있고.


■ "많은 분들이 한단설 통해 창작의 기쁨 맛봤으면"

: 아까 선제님한테는 비슷한 질문을 던졌지만…, 지금까지 독립출판으로 7년 이끌어 온 힘(?)은 뭘까요.

<서진>: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는데, 많은 분들이 한단설을 통해서 창작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힘이죠. 그게 굳이 작가가 되는 게 아니더라도 사는데 조금이나마 반짝, 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좋잖아요. 안 그래도 팍팍한 세상에.

서진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선제>: 아, 서진군도 무선이라.ㅋ

: 넹^^; 그럼 서진님 안 계실 동안 사적인 얘기를 하죠. 두 분 다 굉장히 자유로울 것 같은 분인데…

<선제>: 영혼은 자유롭습니다만!

: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이는 게 부담스럽진 않으셨어요?

<선제>: 8년을 사귀었으니, 뭐 다른 대안도(?) 없고… ㅋ

: ㅋㅋㅋ

<선제>: 부모님한테 효도도 해야 하고. 사실 여태까지 살았던 모습과 지금의 생활이 다르지 않아요. 식만 올린 거예요. 식만. ㅋㅋ

서진님이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 이런 얘긴 부끄럽지만, 특히 어떤 점이 사랑을 키우는 역할을 했을까요? (서진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물어보려했는데)

<선제>: 푸하핫. 일단 우린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인데요. 이런 우리가 같은 일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지내면서 점차 닮게 되는 거 같아요. 지금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된 거죠. 아 닭살. 닭이 되어 날아갈 거 같아요.

<서진>: 하하하. 오랜만에 좋은 이야기하네요.

<선제>: 서진군이 말해 보세요.

<서진>: 아 뭐 별로… 애증의 연속이라고나 할까. 뭔가 제대로 말을 못한 것 같은데…, 하하하. 그게 다가 아닐까 싶네요, 다른 부부도. 하하하.

<선제>: 애증이 단가… ㅡㅜ

: ^_^;;;;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을 하죠. 생활은 누가 이끌어 가시나요?

<선제>: 저흰 무조건 반반인데요. 생활비도 반, 가사도 반.

: 옹…

<서진>: 당연한거 아닌가. / <선제>: (당연하지 않나봐)

<서진>: 남자가 먹여 살리라는 법이 어딨어! 버럭! / <선제>: 여자만 살림하란 법 어딨어! 버럭.ㅋ

: ^^; 질문 하나 더… 두 분은 일종의 자아성취 같은 걸 하면서 생활도 하시는 거잖아요.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진>: 자아성취는 안하는데.

: 그래도 하고 싶은 거 하시니까 자아성취 아닌가요?

<서진>: 그런가….

: 그럼 서진님이 생각하는 자아성취는 뭔가요?

<서진>: 그냥 일로 할 수도 있고, 게임하면서도 할 수 있고, 책 읽으면서도 할 수 있고…. 난 누구고, 왜 태어났나, 뭘 해야 하는가 등등을 고민 하는 거라고 봐요. 저는 자아성취를 위해 예술을 하진 않아요. 물론 그런 분들도 계실 테고,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뭔가 원대한 목적을 정해놓을 수록 제대로 안되거든요. 뭐, 재밌게 살다보면 저절로 얻어진다고 봐요.


■ 8년간 사귀며 싹튼 애증의 부부

: 좀 구체적으로…

<서진>: 1→2→3 단계 성취가 있는데요. 3단계가 자아성취에요. 근데 1단계에서 3단계로 점프는 안돼요.

: 1,2단계는 뭔가요?

<서진>: 가령 그런 게 있다고 치면요^^;; 1~100단계일 수도 있고요. 많은 사람들은 레벨 업이 쉽게 된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만 찾으면, 하고 싶은 일만 하면…. 하지만 레벨 100은 99다음이거든요. 100을 바라보는 건 좋은데, 바로 안 올라간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는 거죠.

: 그럼 1에서 한 단계씩 올라가는 힘은 뭘까요?

<서진>: 집중이 아닐까. 좀 쓸데없는 것들이 주변에 많아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다 잘라내시고 한 단계씩만 오르려고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아실현 같은 건 좀 꿈꾸지 마시고. 그럼 되게 우울해지니까. ㅋㅋㅋ

: 음.

<서진>: 우리나라 분위기가 뭔가 도가 터야 제대로 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잖아요. 다들 도인도 아니고. 자아실현이 쉽나요.

: 1단계에서 시작해 소소한 과정, 과정들에 집중하고 의미부여를 해라?

<서진>: 그렇다고 소소하게 행복하게 살자, 보통 사람이 되자…, 그런 계몽은 아니고요. 너무 높은 것을 당연히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또, 자아실현과 좋은 차를 사는 것, 연봉과의 간극은 무지하게 큰데 다들 같이 하려 하는 것도 지양해야죠.

부산 광안리 근처에서 개 한 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며 사는 이들 부부는 여름에 특히 바쁘다. 독립출판을 계기로 만난 친구들의 방문 러시 때문. 인터뷰는 서울에서 온 손님의 급작스런 방문으로 급히 마무리해야 했다.

: 시간이 없으니까… 지금 생각나는 거 후다닥 여쭙겠습니다. 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불안하진 않은지 ② 부산에서 서울로 본거지를 옮기실 생각은 없는지 ③ 독립출판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

<서진>: ① 불안감은 있지만 돌이키기에는 늦어서 패스 ② 없음. ③ 너무 돈 들이지 말고 열렬한 후원을 할 수 있는 타겟을 만들어 퀄리티 있는 책을 만들 것 정도.

■ "나까지 서울에 갈 필요가? 간다면 제주도나 하와이로"

<선제>: ① 매번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고 친구 같은 필진들이 있고 또 회를 거듭될수록 성취감도 커져서 불안한 점은 없어요. 다만, 몸이 안 좋아지거나 돈을 못 벌면 발행비가 없어서 못 내겠지만. 뭐 그런 걱정이야 아직 필요 없을 듯해요.
② 굳이 서울에 가야할 이유가 없어요. 그럴 바에야 제주도나 하와이 가서 보일라를 내는 게 좋죠. (세계 어디에 가든 보일라를 내는데 무리가 없어요.)
③ 뭐 저보다 훨씬 잘들 하시고 계셔서 충고랄 것도 없고요. 요즘 보면 자기 사는 동네에서 이웃들과 잡지를 만드시더라고요. 저는 그 분들이 더 부럽고요. 독립 잡지를 만들려는 분들께는 꼭 말씀드리는 게 경제적으로 계속 부담되기 때문에 꼭 대안을 마련하고 시작하시면 좋겠어요.

: 인터뷰 끝에 덧붙일… 새로운 계획 같은 건 없을까요.

<서진>: ① 청소년 장편소설 출간 '우리 반에서 양호실까지의 거리' ② 소설집 출간 '소설 쓰고 싶은 남자들의 연애소설' ③ 여행기 출간 '이방인들은 소설가에게 친절하다' 이 정도. 하하

<선제>: 전 100호 내면, 지금보다 더 술렁술렁 보일라를 만들고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애도 낳아서 키워보고 싶고요. 그림도 그리고 옷도 만들고, 서진군하고 세계여행도 다니고. 깔깔.

<서진>: 너무 욕심이 많군요.

: ㅋㅋㅋ 아무튼 오늘 감사합니다.

<서진>: 네, 재밌었어요.

<선제>: 이힛. 또 연락해요. 일단 후다다닥 나갑니다요.

서진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선제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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