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북스]루저스피릿⑪독립잡지 ‘보일라’와 ‘한단설’을 아시나요?-<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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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2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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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스피릿⑪ 서진&강선제 부부
● 부산지역 신인예술가들의 등용문 문화잡지 '보일라'
● "부산대 주변을 홍대 앞 같은 독립문화공간으로 만들어보자"

'보일라'는 부산지역을 거점으로 제작되는 독립문화잡지다. 주로 무명의 신인예술가를 소개하는 이 잡지는 서울 홍대나 대학로 등 일부 문화공간에서 받아볼 수 있지만 정식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디자이너 강선제 씨(35)는 이 잡지의 발행인이자 편집자다. 그는 2002년 부산 지역 젊은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보일라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남편인 서진 씨(본명 송종길·35)는 작가다. 2007년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라는 소설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던 서진 씨는 최근 뉴욕서점 순례기인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를 냈다.
부산에서 문화운동을 벌이는 서진&강선제 부부
부산에서 문화운동을 벌이는 서진&강선제 부부

서진 씨는 또 대안출판 프로젝트인 '한 페이지 단편 소설'(이하 한단설)을 2003년부터 진행 중이다. 한단설은 온라인 홈페이지(www.1pagestory.com)에 매주 테마별로 A4 한 페이지 분량의 단편소설을 투고 받아 당선작을 선정하고, 그 당선작들이 100편이 되면 역시 독립출판의 방식으로 책을 출간한다.

보일라는 최근 81, 82호를 발행했고, 한단설에서는 일곱 번째 책을 냈다. 부산에 살고 있는 부부와의 인터뷰는 메신저 채팅을 통해 진행됐다.

■ 부산에 거주하는 야심 찬 문화게릴라 부부

채팅 인터뷰는 강선제 씨와 먼저 시작됐다. 부산 토박이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강씨는 대학시절 "서울 홍대나 대학로 같은 문화적으로 활발한 동네에 대한 부러움"을 갖고 있던 중 부산대 주변을 문화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행사를 기획하게 됐고, 그 행사의 하나로 독립잡지를 출간하게 됐다.

이후, 당시 지방 출신 젊은 작가가 살아남기 어려운 미술시장 환경에서 열정이 있는 신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후원하기 위해 본격 독립문화잡지인 보일라를 창간했다. 지난 8년간 보일라에서 소개한 작가는 300여 명 정도. 잡지의 표지는 모두 작가의 작품으로 채운다. 보일라라는 이름은 프랑스어의 감탄사 'Voila(자 봐, 어때)'에서 따왔다.
지난 8년간 82호까지 발행되며 부산지역 예술가들의 숨통을 틔여준 문화잡지 ‘보일라’
지난 8년간 82호까지 발행되며 부산지역 예술가들의 숨통을 틔여준 문화잡지 ‘보일라’

: '보일라'의 출발은…'문화운동'이라고 봐야겠네요.

<선제>: 네, 지역문화에 관심이 많았죠.

: 지금 부산 지역에 보일라 같은 문화잡지가 또 있나요?

<선제>: 없는 걸로 알아요. 서울에는 많죠. 지역에 기반한 잡지들이 많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죠.

: 그런데 이제 인터넷으로도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는 게 가능한데…왜 최근 독립잡지, 혹은 독립출판을 하는 사람이 느는 걸까요?

<선제>: 만들어지는 건 뭐든 필요해서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이 아닌 종이라는 건 만드는 사람의 취향 같아요. 저는 종이로 만들어 손에 쥐어지는 느낌이 좋고, 종이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 발행일은 정해져 있나요?

<선제>: 월 발행인데요. 제 개인 사정에 따라 한달 걸러서 두 달 한꺼번에 내기도 하고. 이번 달에도 두 권을 동시에. -_-

: 이게, 처음엔 재미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업이 되잖아요. 자비 들여서 만드시는 걸로 아는데 사실 여기서 수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선제>: 아 저는, 업(業)으로 시작해서 재미로 빠졌어요. 초기에는 함께 하는 분들도 많고 제가 디자인 회사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업이 될 수밖에 없었고요. 4~5년 전부터는 회사를 해체하고 혼자 하니까, 업 말고 재미로 하자, 다짐하게 되더라고요. 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가볍게 해야 오래 할 거 같기도 하고요. 설렁설렁.

: 8년이란 시간을 버틴(?) 힘은 뭐라고 보세요?

<선제>: 재미있고 보람차니까 계속 하는 거겠죠. 일단 보일라를 만들면서 알게 되는 젊은 작가들이 잘 되는 게 제 바람이었는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동안 만났던 작가들이 잘되고 있어요.

보일라는 부산은 물론 서울과 대전, 대구 등 전국적으로 배포되는 잡지지만 광고가 없다. "광고주의 입김 혹은 몇몇 광고업체만의 잡지처럼 보여 본의를 흐릴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잡지는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을 받기 전까진 순수하게 강씨의 자비로 만들어졌다. 강 씨는 보일라가 금세 없어지는 다른 잡지들과 달리 10년을 넘기는 것, "100호를 채우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선제>: 오늘도 땀 뻘뻘 흘리며 보일라를 택배에 부치면서요, 아 100호 내고 나선 이걸 무료로 많이 나눠주지 말고 그냥 배부처에만 몇 권 비치용으로 줄까, 그럼 더 많은 곳에 배부하고 나도 편할 텐데… 생각했어요.

■ 8년간 제작된 1인 제작 문화잡지…택배까지 혼자 힘으로


: 택배까지 직접 부치시는 줄은 몰랐어요!

<선제>: 아 공장에서 바로 보내니까 배송관리가 안 돼서요. 우리 동네에 트럭으로 싣고 와서 일일이 송장 확인해가며 보내는 게 정확하더라고요. 힘들게 만들었는데 중간에 보일라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상황은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아서요.

: 그러면 만드시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배송하는 데는 또 얼마나 걸리셔요?

<선제>: 원고는 몇몇 필진으로부터 보통 한 달 정도 기다려서 받고요. 편집은 나흘정도 하면 되고. 배송은 하루 땀 빼서 정기구독자 용으로 싸고, 또 하루 봉투작업하면 됩니다.

: 편집은 혼자 다 담당하시나요?

<선제>: 네, 제가 디자이너니까.
일러스트에서부터 발송까지 모두가 강선제 씨의 몫이다
일러스트에서부터 발송까지 모두가 강선제 씨의 몫이다

: 대략 보일라 받는 분들, 정기구독자는 몇 명 정도인가요?

<선제>: 무료 배부처는 100군데 정도 되고요. 정기구독 독자는 200명 정도. 또 작가들한테 보내는 게 200권 정도. 발행부수는 만부라고 말하고 다니는데ㅋ 만부는 안 되고 7000부쯤.

: ㅋㅋㅋ 그래도 많은데요.

<선제>: 돈이 좀 많으면 만부 찍고, 없을 땐 적게 찍고. 뭐 이런 식.

: 정기구독자들은 배송비를 내죠?

<선제>: 정기구독자들은 일년에 2만 원 내시고, 배부처는 제가 원한 곳의 경우 선불로 드리고, 그쪽에서 원하시면 착불로 드리고, 작가들한테는 그냥 드리고.

: 예전엔 서울, 부산의 경우 개인 정기구독을 안 받으셨던 거 같았는데…바뀐 건가요?

<선제>: 네, 한 때 제가 너무 힘이 부쳐서.ㅋㅋ 서울 부산을 제외한 곳만 개인 정기구독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뭐, 쪽지 주시면 서울, 부산도 드려요.

: 아, 저도 신청할게요.

<선제>: 하지만 무료 배부처가 있어서요. 제 바람은 무료 배부처에서 가져가주십사 하는 거죠.--;

: 아, 넹;;;;

<선제>: ㅋ그래야 배부처도 좋고. 저도 편하고…--ㅋ

강 씨는 서진 씨와 오랜 연애 끝에 지난해 11월 결혼했다. 사실 두 사람을 엮어 준 것도 보일라다. 창간 초인 2002년 당시 미국을 여행하고 있던 서진 씨가 보일라로 글을 보냈고, 얼마지 않아 귀국해선 3년 간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 서진 작가 소설('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을 보니까 에필로그에 선제님 이름이 있더라고요.

<선제>: 아ㅋㅋ 이번에 나온 뉴욕서점 순례기엔 제 이야기가 더 많아요.ㅋㅋ

: 서진 님은 뉴욕에 자주 가시나 봐요. 소설도 뉴욕에 세 번 가서 썼다고 쓰여 있고.
<선제>: 네, 서진 군 부를까요. 지금 집에 왔어요.

■ 한 페이지 단편 소설을 전파중인 남편 서진 씨

===서진님이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서진>: 안녕하세요. 서진입니다.

: 서진 님은 뉴욕에 자주 가시나 봐요.

<서진>: 음 자주는 아니고 서너 번…. 아니 다섯 번인가. 마지막으로는 올해 초 잠깐 다녀왔네요. 전에는 서너달씩 머물렀고요. 서점 순례를 본격적으로 한 건 문예진흥위원회에서 후원을 받아서 2008년 2월부터 6월까지 했네요. 중간에 미국 기차대륙횡단도 하고요.

: 그럼 당시 연애를 하던 중, 여자친구를 놔두고 미국으로 떠나신 거네요.

<서진>: 그렇네요, 하하.

<선제>: 으흐흐흐 웬수 같은 뉴욕이었죠.--;

: 선제님이 뭔가 대담하시고, 너그러운…

<선제>: 과연 그럴까요.--; 돌아올 걸 알고 있었으니까, 보일라를 하면서 놀고 있었던 거죠. 연애기간 중 관계에 몰두하지 않고 여행을 떠난 것은 연인으로서 화나는 일이지만, 제가 작가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작가들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서진 군을 제 애인이라고 내 옆에 묶어두거나, 사랑하라고 강요하거나 그럴 순 없었어요. 작가니까. 그 결과로 문학상도 받았고요.

: 두 분 다… 지난 10년이 또래 일반인(?)들과 사뭇 다르셔요.

====선제 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 앗…(두 분 지금 오프에서 다투시는 건 아니죠?^_^;;; )

<서진>: 선제가 무선 인터넷이 잘 안돼서 다시 세팅한다네요.

: 아… ^_^;;; 그 사이에 서진님 말씀을 듣죠. 서진님도 따로 독립출판 하시는 걸로 아는데…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서진>: 네, 한 페이지 단편소설 이라고… 2003년 4월 25일부터 시작해서 주우우욱 지금까지. 엊그제 당선작 601번부터 700까지 모은 책이 나왔어요. 또, 테마별로 다룬 '한 페이지 단편소설'이라는 작은 잡지책도 있는데… 이번에는 '왜 당신은 글을 쓰나요'와 '고백'이라는 테마로 글을 모아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한페이지 소설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연 ‘한단설’
한페이지 소설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연 ‘한단설’

: 그 책은 일반 서점에 유통되는 건 아니죠?

<서진>: 서포터즈에게 일괄 배포되고 온라인에서도 판매합니다. 사이트를 통해서만 판매해요.

: 서포터즈는 몇 명 정도인가요?

<서진>: 90명 정도입니다. 매월 일정 금액을 후원하시는 분들입니다. 회원들은 이보다 많고요. 굳이 서포터즈를 안하셔도 좋은 글 올려주시면 됩니다.

: 회원은 몇 분이나 되세요?

<서진>: 7500명 정도.

: 많네요. 일부 포털 사이트에서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진 않으셨어요?
<서진>: 있기는 한데 몸을 사리는 중입니다. 섣불리 나서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

: 우려되는 부분은 뭔가요?

<서진>: 우려까지는 아니고, 이 정도 커뮤니티가 저한테는 적당한 듯 합니다. 양적 성장 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합니다. 회원들 가운데 등단해서 작가가 되는 분들도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잠시 머무는 동안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글이 실린 책이 한 권 정도 나왔다는 것만으로도…어떤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으리란 생각입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2부에서 메신저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독립잡지 ‘보일라’와 ‘한단설’ 메신저 인터뷰 제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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