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하정규] ‘테이킹 우드스탁’ 1969년 록 페스티벌 즐겨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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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5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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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중문화의 혁명적 사건인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처음 열린 1969년은 필자가 태어난 지 한 살이 되었을 무렵이다.

당시의 미국은 베트남전쟁이 발발하고,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흑인 인권운동가인 맬컴 엑스와 마틴 루터 킹 암살, LA 흑인 폭동으로 인해 흑백간의 갈등이 절정을 이룬, 정치적 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기였지만 아폴로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해이기도 하다.

'히피'란 1966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등지의 청년층에서부터 시작되어 기성의 사회 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에의 회귀 등을 주장하며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로 유명한 이안 감독의 새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은 미국의 반사회적 운동인 히피문화의 절정을 이루었던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탄생 스토리를 쓴 동명의 실화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 이안 감독이 전하는 '우드스탁' 탄생 비화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주인공 엘리엇(디미트리 마틴 분)은 부모님의 망해가는 모텔 사업을 살리기 위해 뉴욕 주 북부의 고향에 돌아와서 지역의 상공회의소장까지 맡아 동분서주하지만, 지역경제는 침체되어 있고 갚아야 할 은행대출금의 기한은 다가온다. 에어컨이나 전화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시트는 세탁도 제대로 안 돼 있는데다 무뚝뚝하기 그지없이 장사를 하는 배짱 두둑한 부모님 때문에 모텔이 제대로 운영될 턱이 없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대책을 고민하던 그는 공연을 개최할 계획을 세우다가, 인근 지역에 열리기로 계획되었던 락 페스티벌이 허가를 받지 못해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기 지역에 공연허가증이 있다는 엘리엇의 전화를 받은 유명 공연 프로듀서는 헬기를 타고 나타나서 이 지역을 답사하게 된다.

다행히도 인근 농장주가 자신의 땅을 제공하겠다고 나서 공연계약이 체결되고, 엘리엇은 숙박 제공과 입장료 판매 등으로 목돈을 손에 쥐게 된다. 부모님도 아들 덕분에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에 기뻐한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 지탄을 받던 히피족이 떼를 지어 들어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역 주민들은 공연에 반대하면서 엘리엇 가족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주민들의 반대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최하게 된 사상 초유의 대규모 록페스티벌에 예상했던 5만 명의 열 배를 뛰어 넘는 인파가 전국에서 몰려들면서 일대는 거대한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 백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반문명주의

우선 이 영화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주인공 엘리엇의 독특한 캐릭터다. 화가와 디자이너로서 활동하지만, 망해가는 부모님의 모텔사업을 살리기 위해 은행직원을 설득하는 그는 다소 샌님 같은 인상을 풍기는 전형적인 모범생 백인 젊은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광에서 연극연습을 하는 것도 지원하고, 베트남 전에서 돌아와 미친 것 같이 보이는 친구에게 천연덕스러운 농담을 건네는 등 상당히 오픈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다.

또한 그를 중심으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도 별로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1960년대 히피문화를 구성했던 여러 사람들의 유형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특히 이 영화에는 성기노출을 포함하는 나체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다소 충격적일 수 있겠지만 에로티시즘과는 거리가 멀고 나체주의가 히피문화의 하나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갑작스런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무대를 만들고 엄청난 관객들의 숙소를 마련하는 일을 담당한 엘리엇 가족이나 주최 측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엘리엇은 한국전에 참가한 경험이 있으면서 페스티벌의 경호원을 자처하는 여장 게이를 만나고, 무대를 짓는 건축가와도 친해진다. 전국에서 몰려온 다양한 젊은이들을 만나게 된 그는 결국 술자리 파티에서 충동적으로 게이 남자와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기도 한다.

모텔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주인공은 주차장이 되어 버린 도로에서 만난 교통경찰의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공연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교통경찰은 특이하게 헬멧에 '꽃'을 끼우고 있는데, 바로 이 꽃이 히피문화의 상징이다. 주인공은 교통경찰이 '마약에 찌든 젊은이들을 잡으러 왔는데 와서 보니 나도 모르게 열정에 동화되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걸 듣는다.

영화는 엘리엇이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가는 와중에 끝없이 늘어진 인파행렬을 화면분할 기법으로 비추며 다양한 히피문화를 보여준다. 히피문화는 폭력과 억압에 저항하고,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대치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틀에 박힌 가치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가치와 의미에 따라 개성을 표현하고, 기성사회의 성적 억압과 도덕을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하려고 했다고 한다.

히피에는 다양한 사상이나 문화가 혼재되어 있다. 기독교 신비주의, 베다의 가르침, 혁명적 경향, 팝 사이컬러지, 향락주의, 아메리카 인디언의 광적 신앙 등이 괴상하게 혼합되어 있고 마약 그룹, 누드 그룹, 채식주의자, 공동체주의 등도 포함돼 있다. 그들은 반전, 사랑, 평화를 외치지만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아니라 도피적이자 이상향만을 찾는 소극적인 형태이었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린 사흘 동안 그 곳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고, 마약에 마음껏 취하고, 사랑이 넘쳐나는 '그들만의 공화국'이자 '해방구'였다고 할 수 있다.

▶ 수전노 어머니의 위선과 새 인생을 찾은 아버지

이 영화의 절정을 이루는 것은 우드스탁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 근처에 가까스로 도착한 주인공이 남녀 젊은이의 꾐에 빠져서 공연을 구경하기는커녕 환각제를 먹고 밴 자동차 속에 누워서 환각 상태로 빠져드는 장면이다. 결국 엘리엇은 환각상태에서 밴을 빠져나와 먼 거리에서 한 밤에 인산인해를 이룬 공연무대가 야릇하게 출렁이는 환상을 보게 된다.

이튿날 환각에서 빠져 나온 엘리엇은 집으로 돌아와 엄청난 페스티벌의 와중에서도 더 많은 돈을 벌 궁리만 하던 수전노 같은 어머니가 빗속에서 아버지와 함께 미친 듯이 즐겁게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의 친구가 마약이 든 브라우니 케이크를 부모님에게 먹였던 것이다.

춤을 추다 지쳐 쓰러지듯이 잠든 부모님들에게 담요를 덮어주던 주인공은 다음날 어머니가 벽장에 들어 있던 돈다발을 움켜쥐고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다. 그 돈이 어머니가 가족 몰래 십여 년간 모아 온 비자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부모의 모텔 사업이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들이 젊음을 바쳐가며 동분서주하다 뜻하지 않게 이런 공연까지 벌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수전노 어머니는 엄청난 돈을 비자금으로 모아 두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두려웠다'는 한마디로 어머니는 변명을 하지만, 아들은 충격 속에서 부모님을 떠나 새로운 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이 때 아버지는 아들을 위로하면서 '네가 벌인 이 공연으로 내 인생이 새롭게 바뀌었다. 전혀 새로운 열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말을 건넨다.

결국 이 영화에서 어머니가 숨겨둔 돈다발은 당시 미국의 기성세대가 갖고 있던 피해의식과 이기심, 탐욕과 위선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히피의 대부분은 백인으로 WASP 즉, 미국의 주류에 해당되는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 가정의 출신들인데,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안락한 삶을 살아가던 청년들이 이러한 위선적인 부모에 대항하여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려 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현대 미국 대중문화의 자양분이 된 히피문화


이 영화는 뭔가 극적이면서 카타르시스를 바라는 관객들의 보편적인 정서로 보면 아무래도 밋밋하고 드라마적인 요소가 부족하다. 더욱이 히피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한국 관객들로서는 영화의 열정을 몸으로 공감하기 어렵다. 모범생 같은 백인 젊은이인 주인공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마약이나 동성애에 너무 쉽게 녹아드는 것이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점도 아쉽다.

히피문화는 나체주의, 프리섹스, 동성애, 마약 등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모든 금기에 대항해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했다. 이것은 현대 미국문화를 상징했던 대량소비문화, 물질주의, 도덕주의에 대항했던 대표적인 문화로서 아직도 미국 사회의 저변에 존재하는 문화적인 자양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히피가 있었기에 폴 매카트니의 '렛잇비'가 있었고 존 레넌의 '이메진'이 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문득 한국은 아직도 이런 것들이 사회적으로 전혀 표면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으면서도 미국이나 서구사회가 이미 1960년대에 경험했던 이런 문화해방 운동이 아직 국내에서는 제대로 발생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은 의아스럽기도 하다. 우리도 앞으로 이런 사회문화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될까?

영화를 보고 우드스탁과 록 페스티벌에 대해서 여러 자료들을 참조하던 필자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여러 록페스티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국내에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지산 록 페스티벌, 부산 록 페스티벌이 있다. 록 페스티벌은 일반 공연과는 달리 캠핑을 하면서 관객들 간에도 다양한 교류와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올해에는 가족들과 텐트를 싸들고 이런 페스티벌에 참가해 볼까? 문득 호기심과 열정이 동시에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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