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정년맞아 학교 떠나 24명 제자들 눈물의 감사 편지

20일 오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신지동초등학교 5학년 교실. 이태덕 할머니(67)는 난생처음 쓴 편지를 띄엄띄엄 읽으면서 울먹였다. 맞춤법이 틀리고 띄어쓰기도 엉망이었지만 “밤새 쓴 편지”라며 선생님에게 내밀었다. 선생님은 눈물을 글썽이며 할머니를 꼭 껴안았다.
이 학교 최금홍 교장(65·여)은 ‘반딧불이 한글교실’에 다니는 섬마을 할머니들의 담임교사다. 이날은 8월 말 정년퇴임하는 최 교장이 마지막으로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2년 6개월 전 부임한 최 교장은 마을에 사는 오옥희 할머니(63)가 찾아와 “글을 가르쳐 달라”고 하자 다음 날부터 한글교실을 열었다. 6년 전 교감으로 승진하면서 놓은 분필을 다시 잡은 최 교장은 ‘형설지공(螢雪之功)’의 의미를 담아 ‘반딧불이 한글교실’로 이름 지었다. 처음에는 5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24명으로 늘었다.
최 교장도 41년 교직 생활의 마지막 제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오래전 내 삶의 주인공이 아니었을 때 못한 공부는 내 탓이 아니요, 부끄러울 일이 아니랍니다. 지난날 못한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용기 있는 당신들이 아름답고 장할 뿐입니다.”
최 교장은 토,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글을 가르쳤다. 눈 핏줄이 두 번이나 터져 교사와 가족들이 수업시간을 줄이라고 했지만 최 교장은 그럴 수 없었다. 할머니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면 더 많이 가르쳐주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최 교장은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후보자 이름을 보고 당당하게 투표했다며 자랑하는 할머니들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며 “이제 홀가분하게 떠나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완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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