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라응찬 50억’ 실명제 위반여부 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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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영포라인, 내사종결 압력”

금융감독원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한 검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감원은 12일 “문제가 된 라 회장 관련 계좌에 대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검찰에 요청할 예정”이라며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은 지난해 검찰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검찰은 2007년 2∼3월 라 회장이 박 전 회장에게 50억 원을 건넨 사실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라 회장이 이 돈을 자신의 계좌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에서 인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라 회장이 골프장 투자를 위한 개인자금이라고 소명함에 따라 내사를 종결했으며, 금감원 역시 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영포 라인(경북 영일, 포항 출신)’ 핵심 인사가 금감원에 압력을 가해 실명제법 위반 의혹을 조사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해 조사에 나서지 못했을 뿐 정치권의 압력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영제 금감원 일반은행서비스국장은 “검찰이 라 회장에 대해 내사종결하면서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는 통보했지만 금감원에는 전달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문제제기가 계속됨에 따라 검찰에 자료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라 회장이 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도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명제법에는 금융사 임직원이 타인의 금융정보를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지만 차명계좌 보유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될 뿐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도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실명제법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은 뒤 KB회장에 선출됐다. 다만 금융지주회사 임원 자격 요건에 ‘공익성과 거래질서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선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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