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아프리카]<6>긴 여행이 끝났다

동아일보 입력 2010-07-02 03:00수정 2010-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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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베 강에서 리버사파리를 마친 보트가 카사네(보츠와나)의 나루터로 돌아오고 있다. 붉게 물든 서편 하늘 아래로 펼쳐진 강건너 땅은 나미비아다. 이 물은 잠베지강에 유입돼 빅토리아폭포에서 추락한다.
에덴동산이 있었다면 과연 어디였을까. 인류학자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프리카, 거기서도 에티오피아와 대륙 남단 희망봉을 잇는 해발 1000m 이상 내륙고원의 사바나 초원이라고.

이 답을 찾은 지는 불과 50여 년. 1924년 처음 발굴한 ‘큰 유인원’(Great Apes·인류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로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등)이라 불린 고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개골 화석 연구를 통해서다. 이 유인원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했고 이런 환경적응 능력을 바탕으로 사바나를 벗어나 아프리카 대륙의 열대와 아열대 지역까지 진출했다. 그 후로는 유럽 남부와 아시아 동남부로 퍼져나갔다. 그 시기는 대략 400만∼150만 년 전. 런던대 롤랜드 올리버 교수(아프리카사학과)가 ‘우리 모두는 아프리카에서 왔을 것이다’라고 한 말도 그런 과학적 연구에 기초한 것이다.

그 아프리카, 거기서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개골 화석이 최초로 발견된 남아공에서 월드컵이 한창이다. 68억 인류가 펼치는 축구잔치가 현생인류의 조상이 태어난 곳에서 열리고 있음을 알고 즐긴다면 이 축제가 더더욱 즐겁지 않을까 싶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을 출발해 20일간 5500km를 트럭으로 달리는 노매드 어드벤처투어의 오버랜드 트러킹도 이제 막바지. 남은 일정은 초베 국립공원(보츠와나)과 빅토리아폭포(짐바브웨)를 들르는 사흘뿐이다. 그 마지막 일정을 소개한다.

주요기사
○ 코끼리 왕국, 초베 국립공원을 향해


여행 18일째. 앙골라 고원에서 발원해 아프리카 남부를 적시던 오카방고 강은 칼라하리사막에 이르러서는 늪으로 쇠락한다. 거기서 잉태된 거대한 삼각주 오카방고델타. 게서 사흘간 부시캠핑을 마친 일행은 다시 트럭에 올라 이곳 보츠와나와 나미비아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초베 강 유역의 초베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400km를 달린 트럭이 카사네의 캠프사이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작은 강변마을 카사네는 4개 지역으로 나뉜 초베 국립공원의 북문(北門·세론델라 지역). 우기 막바지의 호우로 강변의 캠프사이트는 반쯤 침수돼 있었다.

이 지역은 1만 년 전부터 살아온 부시맨 ‘산(San)’족의 땅. 하지만 여행객에게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코끼리가 가장 많은(5만 마리), 그래서 코끼리 사파리의 최적지로 더 잘 알려졌다. 20년 전만 해도 개체수가 수천 마리에 그쳤다니 그간의 보호활동이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곳 종(種)은 몸집이 큰 반면에 코는 짧은 칼라하리 코끼리다. 건기(5∼10월)면 어김없이 초베 강과 리니야티 강 늪지대로 몰리는데, 그래서 지금부터가 초베 국립공원의 사파리 적기다.

○ 초베 강의 리버 사파리

폭 1708m로 세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빅토리아폭포를 짐바브웨 쪽에서 바라본 모습. 깊이 108m협곡의 폭포가 일으켜낸 물보라로 폭포 동편에 무지개가 걸렸다.(위 사진)
초베 강 리버 사파리에 나선 보트 한 척이 수중에서 먹이활동 중인 하마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건기를 맞은 요즘 초베 국립공원은 마르지 않는 물(초베 강)을 찾아 이동해온 코끼리 등 동물들로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친다.(아래 사진)
‘사파리’(영어)의 어원은 ‘여행’을 뜻하는 스와힐리 어(아프리카)의 ‘사피리’. 19세기만 해도 ‘사냥’을 뜻했지만 동물사냥이 금지된 지금은 ‘동물관찰 사바나투어’로 바뀌었다. 대개는 지붕 없는 사륜구동차량이나 트럭짐칸을 좌석으로 개조한 특수차량으로 초원을 누빈다. 하지만 초베 국립공원처럼 강을 낀 곳에서는 해질 녘 보트로 강 안을 크루즈하며 이제 막 먹이 활동을 시작한 동물을 관찰한다. 이런 것을 ‘리버 사파리’라고 한다.

트러킹 투어 일행도 리버 사파리를 위해 강변 나루터를 찾았다. 카사네의 초베 강은 폭이 수백 m에 이를 정도로 넓다. 당시는 물이 강 양안까지 모두 채웠다. 하지만 건기면 강상이 드러나며 몇 줄기 작은 물길만 남는다. 이 강은 트러킹 투어의 최종 목적지인 빅토리아폭포의 원류, 잠베지 강으로 흘러들어 폭포에서 추락한다.

오후 4시 반. 바지선 형태의 유람선은 천천히 강 안을 오르내리며 동물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물속에는 하마 수십 마리가 떼를 이뤄 먹이활동 중이었다. 거대한 하마는 대부분 시간을 잠수하며 수중의 수초를 뜯는다. 가끔 숨을 고르기 위해 수면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콧구멍과 눈, 귀밖에는 볼 수 없을 만큼 노출을 꺼린다.

작은 사슴인 임팔라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은 큰 뿔 사슴인 쿠두. 이어 바분(원숭이)과 버펄로(아프리카들소)가 차례로 나타났다. 독수리도 보였다. 이날 리버 사파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코끼리 떼. 한 무리가 물가를 찾았는데 40마리는 족히 되어 보였다. 송아지만 한 새끼도 몇 마리 끼어 있었다. 무리는 강변에 넓게 퍼져 샤워를 하거나 코로 물을 들이켜며 해질 녘 한가로움을 즐겼다. 사람과 동물이 이렇듯 자연에서 함께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는 세상. 그게 꿈만은 아니었다.

오후 6시. 강 건너 나미비아 땅의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나루터로 귀환하는 보트 위 여행자 모두가 동편 하늘을 진홍빛으로 물들이는 저녁노을에 매료돼 말을 잃었다. 오버랜드 트러킹은 이렇듯 매일 기대치 않았던 멋진 해넘이로 언제나 나를 감동시켰다.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감동이 컸음은 말할 것도 없고.

○ 리빙스턴과 빅토리아

여행 19일째. 오버랜드 트럭은 오전 10시, 80km 밖 빅토리아폭포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도중 카사네 타운에서 특별한 체험을 했다. 폭포에서 하늘로 솟구친 거대한 물안개를 본 것이다. 위키피디아(인터넷 백과사전)의 설명대로라면 50km 거리가 한계인데 그날은 이곳에서도 관측됐다. 며칠 전 초베 강 상류의 호우로 인한 수량 증가 덕분이었다. 물안개가 오르는 높이는 보통 지상 400m. 그래서 멀리 지나는 비행기상에서도 이 물안개는 확인된다.

짐바브웨 국경 통과에는 40분이나 걸렸다. 미화 30달러씩이나 하는 수속료를 내느라 길게 선 줄 때문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행선지, 빅토리아폭포가 있는 빅토리아폴스(타운)의 숙소, 사바나 로지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후 우비를 챙겨 폭포로 향했다.

빅토리아폴스는 13년 전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흙길에 먼지 풀풀 날리는 소박한 동네였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말끔하게 단장된 관광 타운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보기엔 좋았지만 상업화된 느낌이 강해 실망스럽기도 했다. 폭포 매표소 건너편 주차장에는 비옷 대여가 성업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이 폭포를 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공원에 들어서면 폭포를 마주한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 산책로가 있어 그 길을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어가며 감상한다. 이곳은 짐바브웨지만 강 건너 잠비아 쪽에서도 폭포를 볼 수 있다.

내가 찾은 시기는 우기였던 4월. 그날은 내게 ‘감상’이 아니라 ‘투쟁’이었다. ‘물안개’가 아니라 폭우처럼 퍼붓던 물보라 때문이다. 게다가 협곡 아래서 고속으로 상승하는 강풍까지 동반한 뗏장 소낙비였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프리카의 거친 숨결을 오롯이 즐길 수 있어서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기준은 폭)에서 가차 없이 쏟아져 내리는 엄청난 양의 강물, 거기서 울려 퍼지는 굉음과 강풍, 사정없이 퍼붓는 소낙비 세례 속에서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폭포의 원래 이름을 알면 이런 내 느낌을 좀 더 짙게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은 ‘모시 오아 투니아’, ‘천둥소리 내는 물안개’란 뜻이다. 폭포 서쪽 끝에 가면 동상이 있다. 서양인으로 이 폭포를 처음 본 데이비드 리빙스턴(1813∼1873·스코틀랜드)이다. 동상 기단부에 이런 글귀가 있다. ‘교화, 통상 그리고 문명(Christianity, Commerce and Civilization).’ 기독교 선교사로서, 영국의 통상루트 개척을 위한 탐험대장, 그리고 문명론자로서 아프리카 탐험에 도전한 그의 평생 모토였다. 그는 잠베지 강 탐험에 이어 나일 강 원류 탐험에 도전했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아프리카 오지마을에서 숨진다. 그리고 시신은 런던에 옮겨져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됐다. 하지만 그의 심장만은 숨진 부락의 나무 아래 묻혔다. 임종을 지켰던 부락추장의 방식이었다. 그 추장은 시신을 내주며 이런 글을 써주었다. ‘시신은 가져가도 좋지만 그의 심장만은 아프리카 것이다’라고.

○ 여행정보



▽오버랜드 트러킹 전문 여행사 △노매드 어드벤처 투어=남아공의 케이프타운 소재. 2∼56일 일정 40여 개 판매. 가격(항공권과 사전투어를 제외한 트러킹 투어만)은 2일 일정 75유로(11만 원)부터 56일(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말라위 잠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 남아공 등 9개국) 2885유로(427만 원·국립공원 입장료 등 추가로 내는 1495달러를 더하면 총 607만 원). www.nomadtours.co.za △인터아프리카=노매드 투어의 오버랜드 트러킹 상품 판매 아프리카 전문여행사. 왕복항공편과 케이프타운 사전투어, 비자발급 및 현지공항 송영서비스가 포함된 트러킹 패키지 구성, 9월 말까지 5% 할인(유로화로 제시된 노매드 투어 트러킹 상품만 해당) 판매. 20일 트러킹이 포함된 ‘남부아프리카 27일 완전일주’(369만 원)는 할인(20만 원)해서 349만 원. 오버랜드 트러킹을 직접 다녀온 두 명의 전문가가 상담. 02-775-7756. www.interafrica.co.kr

글·사진 보츠와나·짐바브웨=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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