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이 책]“OB들이여, 밀레니얼 세대를 영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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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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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6·2지방선거.
여론조사 흐름과 전혀 다른
결과가 큰 충격을 던졌다.
20, 30대의 투표율 상승이
전체 투표율을 끌어올렸고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었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표 당일 트위터에는
‘투표하자’는 글이 쏟아졌다.
투표를 마친 젊은이들이
자신의 투표 사실을 알리는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그동안 젊은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
알려져 온 건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

#2 한 화장품 전문 쇼핑몰에
화장품 100여 개를
한꺼번에 보내달라는
이색 주문이 들어왔다.
코에 박힌 피지를 없애 주는
제품이었다.
배달 주소는 백령도의 한 해병부대.
한 장병이 이 제품을 사용해
효과를 보자 같은 부대의
3개 병영생활관(내무반)에서
공동 구매를 했다는 것.
1000개가 넘는 부대 매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 회사에 따르면
보디클렌저, 폼클렌징, 샴푸 등의
제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
군인이 피부미용?》
◇밀레니얼 제너레이션/린 랭카스터, 데이비드 스틸먼 지음·양유신 옮김/413쪽·1만7900원·더숲


“이 젊은 친구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이게 궁금한 사람은 여론조사 전문가나 정당 관계자들뿐 아니다. 부모, 마케팅 전문가, 인사담당자들. 이 외계인들과 싫든 좋든 수십 년을 함께 살아가야 할 동시대의 많은 ‘꼰대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나왔다. ‘밀레니얼 제너레이션’이다. 저자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50여 명의 밀레니얼 세대를 집중 인터뷰하고 미국과 외국에서 1600명 이상의 샘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가 이 책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2∼2000년에 태어난 젊은이들이다. 강한 개성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기성세대에게 “그들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일인 만큼 그들과 더 잘 어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밀레니얼 세대는 1982∼2000년에 태어난 젊은이들이다. 강한 개성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기성세대에게 “그들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일인 만큼 그들과 더 잘 어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 책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빠른 속도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에서 7600만 명에 이르는 이들은 오늘날 직장인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집단이다. 이 새로운 세대가 지금 미국에서 기존의 모든 체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직장에서, 거리에서, 쇼핑몰에서, 학교에서, 거실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아이튠스로 음악을 들으면서 동영상을 내려받는 일을 한꺼번에 처리한다. 이들은 멀티태스킹에 능하고 소셜네트워킹에 강하다. 회사에서 컴퓨터로 TV 드라마를 보다가도 상사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면 마우스 클릭 한 번에 화면 가득 업무용 엑셀 스프레드 시트를 뿌려놓는 이 인간들은 동료와 협력도 잘하지만 강한 개성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밀레니얼 세대가 일으키는 여러 가지 사회 반향 중에서도 특히 직장 내 갈등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이 직장에서 보여주는 행태는 기존 세대들에게는 가끔 받아들이기 힘들고 낯설다. 하지만 곧 직장과 사회와 세계의 중심이 될 그들과 공존하는 일이 어차피 피할 수 없을 바에야 그들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어울려 지내는 방법을 배우는 게 낫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메시지다.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향후 20년간의 성공 여부가 이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밀레니얼 세대가 공존하는 기업 사회에서는 각 세대 간 특성을 이해하고 서로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일으키는 게 커다란 숙제라는 것이다.

세대론(世代論)이 세계적인 화제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세기의 키워드가 ‘부와 가난’이었다면 21세기의 그것은 ‘영(young)&올드(old)’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연이어 등장한 것을 ‘인종 간 벽 허물기’나 보수 회귀로 해석하는 것은 촌스러운 해석이다. 이들이 등장하게 된 가장 주된 배경은 ‘세대교체’란 거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디지털 시대의 변화 양상이 주요 화두의 하나로 등장했다. 여러 참석자가 이 ‘밀레니얼 세대’를 언급했는데 특히 일본 게이오대 나쓰노 다케시 교수는 “이 세대는 지성과 창의성에 대한 정의까지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 지금까지 10년 만에 한 번꼴로 등장했던 흥미 위주의 세대론들보다 논의가 깊고 제시하는 증거도 꽤 과학적이다. 그러나 한 가지 혼란스럽다. ‘세대’라는 사회균열(social cleavage)이 계층이나 지역이나 인종만큼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아니면 더욱 심각한 사회 균열일까. 이 책이 그 질문에 대한 답까지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그런 거시적 문제에 박두하는 사회과학서가 아니라 새로운 세대를 ‘경영’하기 위한 매뉴얼에 가깝다. 그러나 새롭고 과감한 화두는 의외로 상아탑보다 인간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현장에서 던져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책갈피마다 그런 숨소리가 들린다. 이 책이 내놓은 단초를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할 책임은 사회과학자들의 몫이다.

사회와 직장의 풍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시시각각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을 쉴 새 없이 만지작거리는 ‘이상한 젊은 놈들’이 늘어났다. 어찌하랴. 이들과의 만남은 피할 수도 없고, 물리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이들은 유권자이고 고객이며 부하직원이며 동료며 학생이고 자식이다. 이들을 이해하고 이들과 공존하는 일을 고통이 아니라 기회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야말로 사회와 기업과 가정에서 오늘의 위기를 벗어날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그 교훈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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