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명품 조연’ 성동일·김정태 바보 도둑 형제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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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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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동일(왼쪽)과 김정태가 24일 열린 영화 \'마음이2\'(감독 이정철)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배우 성동일(왼쪽)과 김정태가 24일 열린 영화 \'마음이2\'(감독 이정철)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드라마 '추노'(KBS 2TV), '히트'(MBC)를 통해 개성파 명품 조연으로 등극한 성동일(43)·김정태(38)가 영화 '마음이 2'에서 개 도둑 '필 브라더스'로 돌아온다.

'마음이 2'는 사람보다 영리한 개 마음이가 주인공인 동물영화다. 전편에 이어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의 달이가 마음이로 출연했고, 성동일과 김정태는 마음이가 낳은 강아지를 납치해 보석을 밀수하려는 악당 형제, 혁필과 두필로 분했다. 마치 '나 홀로 집에'의 악당 콤비처럼, 두 사람은 개라고 얕봤던 마음이에게 영화 내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또 당한다.

'필 브라더스' 성동일과 김정태는 24일 제작보고회에서 "이미지에 맞게 개 도둑 역을 맡았다"며 웃었다. '추노'의 미워할 수 없는 악당 천지호, 영화 '국가대표'의 감독으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성동일과 '히트'의 코믹형사 심종금, '나쁜 남자'(SBS)의 무술감독으로 주가가 올라간 김정태가 한 작품에서 콤비로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 공식적인 자리였지만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개그 본능'을 발휘했다.

Q. 가장 고생스런 신은?


성동일: 산에서 마음이를 쫓다가 멧돼지에게 쫓기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께서 저희에게 마음이와 똑같은 속도로 달리라는 거예요. 네 발로 뛰는 것과 두 발로 뛰는 건 엄연히 다르잖아요? 게다가 저는 이미 애 둘을 낳아서 체력이 소진됐는데! 정말 만 하루 동안 산을 뛰어다녔어요. 제게 산은 보라고 있는 거지 절대 거기 올라가지도 않는 사람인데. 정말 속상해서 촬영 끝나고 술까지 먹었어요. (따지듯) 그거 알아요, 감독님?

이정철 감독: 미안해요.

김정태: 미안하다면 다예요!

성 : 저와 정태 씨는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 한방을 같이 썼어요. 솔직히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출연료가 적다는 거.

김 : 선배의 솔직한 면이 참 좋아요. 흐흐흐

Q. 사람과 개 중 누가 더 NG를 많이 냈나요?

이 감독 : 사람이 더 많이 냈어요. 필 브라더스가 나오면 촬영 감독이 웃느라 떨어서 제대로 찍지 못할 지경이었어요.

성 : 이해가 안 가요. 우리가 개보다 못했다는 거예요? 물론 출연료는 비슷하지만…. 달이가 똑똑하긴 해요. 사람이 하는 단어 80가지를 알아듣는데, 아마 정태 씨가 사용하는 단어보다 더 많을 거예요. 부끄러울 정도죠.

Q. 김정태 씨는 선배 연기자 성동일 씨와 콤비 연기를 했는데 혹시 찍다가 한이 맺힌 건 없는지?

김 : 맺혔던 게 많아요! 술을 잘 못 먹는데 몸에 좋다고 그렇게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먹이고! 제가 그 전에 해왔던 역할들이 90%는 악역이었어요. 강한 연기가 포커스가 되다 보니 재미난 역할을 할 기회가 적었는데 갑작스럽게 바보 같은 역할을 해야 하니까 선배님께 많은 조언을 받았어요. 목소리 톤 조절도 감독님과 선배께 조언 받았고요. 즐거웠습니다.

성 : 덧붙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정태 씨가 성격은 좀 못된 게 있어요.(웃음)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정태 씨가 악역을 7년 해서 아내를 건축학 박사로 만들었어요. 보험을 들어놓은 거죠.

김 : 맞습니다. 흐흐흐

성 : 제가 집에 놀러 갔는데 세상에 박사 논문이 그렇게 두꺼운 줄 몰랐어요. 논문 맨 뒷장에 '지금까지 나를 이렇게 만들어준 배우 정태 씨에게 고맙다'고 다 써놨어요. 정말 멋있는 친구예요. 제발 정태 살려주세요. 이제 애하고 살아야 하니까 '악역 이미지'라는 말은 그만 써주세요. 요즘 아기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허리를 다쳤다고 침 맞으러 다녀요. 좋은 기사 써주세요~!

성동일의 갑작스런 '폭로'에 김정태는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 잠시 동안 들지 못했다.
악당 '필 브라더스'를 괴롭힌 마음이(달이). 사진 제공 필름마케팅 비단
악당 '필 브라더스'를 괴롭힌 마음이(달이). 사진 제공 필름마케팅 비단

Q. 촬영 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찍지 못할 정도로 두 사람의 애드립이 심했다던데…

김 : 선배의 마음 속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 성동일 선배는 현장 와서 미리 서로 호흡을 맞춘다거나 "정태야 대본 한번 읽어볼까?"라는 소리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물론 저도 그런 스타일이라서 유난히 호흡이 더 맞았던 것 같지만. 워낙 순발력이 뛰어난 분이라 계산되고 계획적인 걸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성 : 웃지 말고 진지하게 들어주세요. 배우마다 다 특징이 있는데 저는 일찍이 가정형편에 의해 초등학교 3학년 때 붓을 놨기 때문에 예습 복습은 없습니다. 인생이 애드립이죠. 사실 이번 영화에서는 많이 안 했어요. 정태 씨가 악역 이미지가 아직 있어서 이번에는 정태 씨를 밀어주자 해서요. 저는 기존의 해왔던 것의 60%나 50% 정도만 하고 후배들 뒤에서 편안하게 돈 벌었습니다.

'마음이 2'는 7월 22일 국내 관객을 찾아간다. 편집을 새로이 해서 8월 중국에서도 개봉한다. 두 배우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라며 되도록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러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원래 개를 좋아하는 데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반가웠어요. 근래 영화를 보면 솔직히 가족이 함께 보기 어려운 게 많잖아요. 하지만 '마음이 2'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여름방학에 즐겁게 와서 보세요."(김)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영화 중에 수백억 수천억 들여 만든 작품도 있죠. 저희는 그렇게 많이 투자된 영화는 아닙니다. 저희가 만든 것만큼만 거기에 맞춰서 좋은 평을 써주세요. 저희가 어떻게 1000억, 500억 짜리 영화랑 같겠습니까? 그 영화들 찍다가 흘린 돈 주워서 찍어도 다 찍어요. 저희가 만든 것만큼 시선을 맞춰서 좋은 평가를 해주십시오."(성)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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