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넘치는 록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36)도 '엄마'였다. 14일 서울 광화문 동아 미디어 센터에 들른 그녀는 아이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 화면을 서로 보여주며 기자와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고만고만한 꼬맹이를 두었기에 여러 가지로 말이 통했다. 그녀는 2006년 VJ 출신 치과의사 김형규 씨(34)와 결혼하고 이듬해 아들 민재를 낳았다.
사실 김윤아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독 콘서트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세 번째 솔로 프로젝트 앨범 '315360'을 발표한 김윤아는 7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 금융 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공작부인의 비밀의 화원'을 연다. 아기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녀는 이번 공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아닌 '여자' 김윤아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만들기 좋아하는 여자의 비밀스러운 음악 세계로 초대합니다
- 콘서트 명 '공작부인의 비밀의 화원'은 어떤 뜻인가요?
"백작부인, 후작부인 할 때의 공작부인이 아니라, 물건을 만든다는 의미의 공작(工作)입니다. 노래를 만들고 글을 만들고 아기를 만들고…. 자신을 지칭하는 별명으로 공작부인이라는 걸 웹에서 몇 년째 쓰고 있어요. 비밀의 화원이라는 건 자우림의 보컬로서 대중에 알려진 얼굴 말고 실제 나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비밀스럽게 우리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여자 김윤아의 음악 세계라는 뜻이죠."
- 같은 이름의 콘서트가 이번이 첫 회는 아니죠?
"2001년 첫 솔로앨범이 나왔을 땐 'Shadow Your Smile'라는 앨범 제목과 같은 이름의 콘서트를 했어요. 2004년 2번째 솔로앨범이 나오고부터 '공작부인의 비밀의 화원'으로 바꿨죠."
- 공연 연습은 잘 되어 가나요?
"저라는 인물 자체가 주류적인 인물은 못돼요.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방식에 항상 의심을 품는 편입니다. 음악도 정형화된 스타일로 연주할 수 없는 편곡이나 편성이 많아요. 그래서 공연 멤버를 고르기가 까다로운 측면이 있죠. 실은 저와 아주 잘 맞는 피아니스트가 미국 유학을 갔다가 제 공연 때문에 잠시 들어왔어요. 그를 중심으로 멤버를 짜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솔로 1, 2, 3집 음악과 평소 좋아하던 곡들을 부를 예정입니다."
- 공연에는 어떤 게스트가 나오나요?
"기사에 나가면 빼도 박도 못할 텐데. (웃음) 자우림의 남자 멤버들이 저 없이 굉장히 말랑말랑한 음악을 부르고 추억담을 이야기할 겁니다. 이번 앨범의 '비밀의 정원'에 코러스를 한 남동생(김윤일)이 본인이 할 수 있는 곡을 할 겁니다. 화려한 게스트 보다는 친분 위주의 헐렁한 출연진으로 짰어요."
소속사는 무대 후면에 초대형 미디어아트 영상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김윤아는 특별한 이벤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공연 본연에 충실한 '듣기 좋은' 콘서트가 될 거라고 말했다.
"자우림 공연이 월드컵 응원전 같다면 '공작부인의 비밀의 화원'은 명상입니다. 내면으로 들어가 상처에 직면할 수 있는 자기로의 여행이랄까? 어머, 이렇게 말하면 따분하다고 하려나?"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4집 솔로앨범은 '도쿄 블루스' 닮은 김윤아 표 트로트"
그녀가 지난달 발매한 앨범 '315360'은 'Shadow Your Smile (봄날은 간다)'(2001), '유리가면 (야상곡)'(2004)에 이어 6년 만에 나온 솔로 앨범이다. 발매 하루 만에 수록곡 10곡이 온라인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자우림 시절부터 작사, 작곡 실력을 보여준 김윤아는 이번 앨범에서 작사와 작곡은 물론, 편곡과 프로듀싱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직접 했다.
앨범 제목 '315360'은 그녀가 만 36세까지 살아온 시간(31만 5360시간)을 뜻한다. 시종일관 비밀스럽고 음울한 여성성이 표출됐던 전작들과 달리, 아기를 낳고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됐다는 '에뜨왈르' 등 엄마로서의 감성이 더해졌다. 물론 김윤아식대로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으로 담겼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한 'cat song'과 '검은 강'은 그녀가 평소 고민하던 주제를 꺼내놓은 것이다.
"천암함 사고를 보고 거기서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가슴이 아팠어요. 자기가 잘못해서 그런 일을 당한 게 아니라 이유도 모른 채 어떤 흐름에서 희생된 것이죠. 누구도 그런 식으로 희생돼선 안 돼요. 북한에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도 죄를 지어서 벌 받는 건 아니잖아요? 그 장소에 그 시점에 태어났기에 비극적인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요. 2000년 기준으로 1분에 신생아가 255명이 태어나는데 그 중에 197명은 최빈국에서 태어난다고 해요. 혼자 생각하기엔 너무 괴로워서 푼 거죠."
김윤아와 남편 김형규는 지난해 12월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가 됐다. 매년 880만 명의 아동이 5세 이전에 사망하는 현실을 알리고 신생아들을 저체온증의 위험에서 구하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에 동참하는 등 아동 구호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going home'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도쿄블루스'가 더 좋아요.
"술을 한잔한 분들이 좋아하던데. (웃음)"
-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서 부른 엔카가 연상되기도 했어요.
김윤아는 10·26사태를 모티브로 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 2004)에 출연해 일본 엔카 가수 미야코 하루미(都はるみ)의 대표곡 '기타노 야도가라'(北の宿から, 북쪽의 여관)를 불렀다. 영화는 역사 왜곡으로 비난을 샀지만, 그녀가 부른 노래는 반응이 좋았다. 곡명이 궁금하다거나 음원을 갖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죠? 4번째 솔로앨범은 제가 생각하는 형태의 트로트 앨범을 만들려고 해요. 트로트의 정서를 가지고 어른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약간 풀어보고 싶어요. '도쿄블루스'는 4집으로 가는 중간과정이고요."
▶ 도도해 보이는 그녀도 엄마… "26개월까지 모유수유"
김윤아는 아들이 7개월이던 2008년 6월 아들, 남편과 패션지 마리끌레르 화보 촬영을 했다. 당시 그녀는 "자정이 넘어가야 곡 좀 써진다 싶은데도 새벽녘에 아기가 깨서 보채면 그 앞에선 가수가 아닌 엄마가 된다"고 말했다. 2008년 6월 자우림 7집 앨범과 지난해 10월 미니앨범(EP)을 발표했을 때를 제외하고 가사와 육아에 전념했다. 3집 솔로 앨범 곡은 아이가 잠자는 틈틈이 만들었다고 한다.
- 엄마로서의 삶, 어떤가요?
"우선 수면이 매우 부족합니다. 체력이 아주 바닥을 쳤고요. 계속 몸이 좋지 않아 루푸스 검사를 할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아기가 30개월이 넘으면서 슬슬 회복됐어요."
- 아이 아빠가 육아는 잘 도와주나요?
"그럼요. 김형규 씨가 그런 인물이 아니었으면 아기를 가질 생각을 안 했을 거예요. 나 혼자 낳은 아이가 아니잖아요? 본인이 원해서 낳은 아이면 엄마든 아빠든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해요. 다만 밤에는…저는 26개월 모유수유를 해서 밤에는 거의 아빠가 필요 없었어요. 분유를 먹이면 준비할 게 많아서 이것저것 시킬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네요.(웃음) 저 같은 게으른 엄마한테는 모유수유가 최고예요."
- 저도 모유수유 오래한다는 말을 들어서 동질감이 느껴져요.
"저도 '뭐 그렇게 오래 먹이냐? 오히려 안 좋다'는 주변의 핍박이 많았어요. 하지만 유니세프에서는 4년 동안 먹이라고 하고 최소 24개월 이상을 권장해요. 그런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것 봐라,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했어요. 엄마들이 모유를 먹여야겠다고 생각할 때 막연히 주변 이야기를 듣고 결심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일반상식'이라는 게 알고 보면 '비상식'인 경우가 많잖아요? 편견에 부딪혔을 때 흔들리지 않으려면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겠죠. 모유수유는 엄마의 정신 건강에도 좋아요."
- 아기가 엄마 닮아 노래도 잘할 것 같아요.
"저희 아들은 남들 앞에서 큰 소리로 노래하지 않고 작은 소리로 허밍을 해요. 부끄러움이 많아요. 엄마 노래를 허밍으로 따라 해요. 앨범 작업 과정부터 노래를 들었기 때문에 전주만 들어도 알아요. '에뜨왈르'가 나오면 '민재 노래'라고 해요. 다른 아기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엄마가 가수라서 그런지 브리티시 팝(영국 팝) 듣기를 좋아해요."
- 조기 교육을 따로 하진 않나요?
"따로 하는 건 없어요. 최고의 조기 교육은 아이가 항상 가정 안에서 지지받고 있다고 느끼고 충분히 올바른 방식으로 사랑 받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집은 36개월 지나면 사회생활을 배우도록 꼭 보내려고 해요."
- 일할 때 아기는 누가 돌보나요?
"오늘은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제 직업이 반 백수라. 밖에서 일하는 날을 꼽아보면 직장 맘 보다는 백수에 가깝거든요. 일을 해야 하면 유모님이 오셔서 아기랑 놀아줘요. 확실히 아이가 생기니까 직장맘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그렇다고 집안일만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도 권장하고 싶진 않아요. 여성을 얼마나 힘들게 몰고 가는지 알기 때문에. 엄마가 사회생활 하면서 자기가 성취하고 싶은 걸 성취하면서 행복을 얻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김윤아(왼쪽)와 치과 의사인 남편 김형규. 동아일보 자료사진 ▶ 늘 웃음을 주는 민재 아빠는 '부친남'~!
- 남편 김형규 씨가 결혼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저는 원래 결혼할 생각도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었어요. 남편과 친구로 오래 지냈고 연애도 오래 했는데 적어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내가 걱정하는 부분, 내가 싫어하는 가정은 되지 않겠다는 안심이 들어서 결혼까지 하게 됐어요. 아직은 남편이 거기에 대해 실망을 안겨준 적은 없어요. 연애 기간이 저는 계속된 것 같아요. 재밌어요."
- 예전에 남편은 '부친남'(부인 친구 남편. 누구나 부러워할 최고의 남편이라는 뜻)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워해요. 실상은 완전히 웃겨요. 그냥 존재 자체로 웃겨요."
그녀의 남편 김형규는 VJ로 활동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2003년 그룹 '킹조'(King Joe)를 결성해 가수로도 활동했다. 서울대 치의예과를 졸업한 후 현재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 김형규 씨는 다시 방송 활동을 하실 생각은 없는지요?
"제가 밀고 있어요. 본인도 조금씩 하기를 원하고. 방송의 끼가 제가 100점 만점에 15점이라면 남편은 98점 정도 될 거예요. 그래서 남편의 재능이 치과에서 잠자고 있는 게 아까워요."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어른이면서 청년, 그것이 나의 꿈"
- 자우림의 앨범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내년 가을쯤 자우림 8집이 나와요. 지금부터 곡 구상하고 있어요. 자우림 6집이 무겁고 어두웠고 7집은 파스텔 색조이면서 여러 가지 다면을 가진 앨범이라면 8집은 사운드 적으로 강렬한 앨범이 될 거예요."
- 앞으로 '가수 김윤아'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갈까요?
"계속 어른이면서 청년이면 좋겠어요. 나이와 함께 음악도 익어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지금처럼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만든 의문에 대해 고민하는. 자우림 4명은 팀이 깨질 걱정은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좋게 나아갈 것이고, 솔로 4집은 김윤아 표 트로트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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