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도 두손 든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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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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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간 공개 훈련” → “비공개” → “다시 공개”

안영학 “브라질에 승산 없지 않다”

북한 대표팀은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에서 취재진에게 ‘인기’가 높다. 접촉이 쉽지 않은 데다 최근의 경색된 남북 관계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남아공에 입성한 뒤 처음으로 공개 훈련을 한 북한 대표팀이 11일 요하네스버그 템비사의 마쿨롱 경기장에서 다시 취재진에게 훈련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은 첫 공개훈련 때 왔던 100여 명보다 훨씬 줄어든 60여 명에 불과했다.

이는 북한이 훈련 일정을 자주 바꿨기 때문이다. 전날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의 미디어 채널을 통해 북한은 오후에 15분간 훈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비공개 훈련을 한다고 바꿨다. 그마저도 훈련 시간이 한 시간 늦춰지고 다시 15분간 공개하겠다며 오락가락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취재진도 공개, 비공개 여부를 둘러싼 정보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북한 대표팀의 행정 지원을 맡은 FIFA의 고든 클렌 왓슨 씨는 “북한 대표팀이 최대한 언론에 공개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나도 북한 대표팀으로부터 일정을 통보받는 처지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처음으로 북한 취재진도 모습을 나타냈다. 외국 기자들이 찾는 데 혈안이 되었던 북한 기자 2명이 훈련장을 찾았다. 이들은 언론 노출을 꺼리는 듯 취재진 ID 카드를 옷 안에 숨기며 이름과 소속사 공개를 피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ENG 카메라에는 ‘AP News’라는 외국 통신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소속을 묻자 이들은 “AP가 될 수도 있고 조선도 맞다”고 짧게 대답했다. 월드컵을 북한에서 TV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이들은 “인민들은 월드컵을 보고 싶어 한다.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남한 방송사가 방송을 제공하지 않으니 어떻게 볼 수 있겠냐”고 말했다. 15분간의 공개 훈련이 끝나자 북한 기자들은 종적을 감췄다.

공개 훈련에 앞서 북한 대표팀의 안영학(오미야·사진)은 조별리그 상대인 브라질에 대해 “약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승산이 많지는 않지만 없지도 않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충분히 준비하면 한국도 강팀을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외신 기자가 ‘브라질을 이기는 것과 남북이 평화를 이루는 것 중 어떤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북한 미디어 담당관이 “정치적인 질문은 하지 말아 달라”며 안영학의 대답을 막았다.

요하네스버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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