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제빵왕 김탁구’ KBS 수목불패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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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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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제작발표회가 8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려 전성모, 전광렬, 이영아, 윤시윤, 유진, 주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KBS
KBS 새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제작발표회가 8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려 전성모, 전광렬, 이영아, 윤시윤, 유진, 주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KBS
'거성식품의 회장 구일중(전광렬)은 아내 서인숙(전인화)이 아들을 낳지 못하자 보모인 김미순(전미선)과 하룻밤을 보낸 뒤 대를 잇고자 한다.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정혜선)도 인숙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이를 묵인한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인숙은 남편의 비서이자 옛 연인인 한승재(정성모)와 통정해 아들을 가진다. 그리고 미순과 그의 뱃속 아이를 제거하려 한다. 미순은 자신의 뒤를 쫓는 승재에게 다시는 일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서 목숨을 구걸하고 시골에 숨어 지내며 아들 탁구(윤시윤)를 낳아 기른다. 인숙은 마준(주원)을 낳아 거성가의 아들로 키운다.'

KBS2TV 새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극본 강은경, 연출 이정섭, 이하 '김탁구')가 9일 첫 방송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남편이 보모와 바람이 나자 화가 난 아내가 맞바람을 피워 아들을 갖는다는 설정이 자극적이긴 하나, 전광렬(50) 전인화(45) 정성모(54) 등 중년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에 가려지는 형국이다.

흥미를 끄는 여러갈래의 이야기가 있지만 이 드라마의 큰 줄기는 1960~1980년대를 배경으로 우여곡절 끝에 제빵명장 일인자로 우뚝서는 한 남자의 성공담이다.

주인공 김탁구 역을 맡은 윤시윤. 사진 제공 KBS
주인공 김탁구 역을 맡은 윤시윤. 사진 제공 KBS

▶ 주전 선수 '시윤 학생', 소지섭, 김남길에게 밀린다는 반응

KBS의 상반기 야심작인 이 드라마에 대한 가장 큰 걱정은 6회부터 어린 주인공들이 대거 성인 배우로 교체된 후에도 인기를 이어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처음 캐스팅 결과가 발표됐을 때 주연 배우들이 조연들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탁구'의 투 톱은 윤시윤(24)과 주원(본명 문준원·23)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윤시윤은 지난해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준혁 학생으로 연기에 발을 들여놓은 신출내기다. 운 좋게도 정극 데뷔작에서 주연을 거머쥔 것이다. 탁구의 천부적 제빵 재능을 시기하고 그와 대립하는 구마준 역은 뮤지컬 배우 주원이 맡았다. 2007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연기는 처음이다. 시대극 주연치고는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들이 대거 투입된 셈이다.

여기에 탁구의 첫사랑이자 그를 이용하는 나쁜 여자 신유경 역에 유진(본명 김유진·29)이, 탁구와 멜로 라인을 그려갈 '제빵 신동' 양미순 역에는 이영아(26)가 각각 캐스팅됐다.

이들이 상대해야 할 적수는 MBC '로드 넘버원'의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SBS '나쁜 남자'의 김남길 한가인 오연수 김재욱이다. 경쟁작들의 주연배우 조합에 비하면 '김탁구'는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KBS 수목극은 지난해 말 '아이리스'부터 상당한 고정팬을 확보한 바 있다. KBS 수목극을 좋아하는 이들은 인터넷에 주전들의 체급이 맞지 않는다고 실망감을 표출하거나, 수목극 성적이 계속 좋게 나오니까 KBS가 슬슬 모험을 시작한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당사자인 배우들이 모를 리 없었다. 첫 방송이 있기 전날인 8일, 서울 마포구 가든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젊은 배우들은 '첫 시대극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전했다.
김탁구와 대립하는 구마준 역의 주원. 사진 제공 KBS
김탁구와 대립하는 구마준 역의 주원. 사진 제공 KBS

▶ "개인전 아니다. 탁구 월드의 식구들이 다 함께 갈 것"

'김탁구'에 발탁된 순간부터 탁구로 살고 있다는 윤시윤은 "이전 연기에서 많은 것을 보여줘 이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보여줄 것이 대한 기대감으로 캐스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자로서 한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드라마로서 경쟁하는 것이기에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습니다. 뛰어난 선배들, 연출자, 작가가 계시기에 저 혼자 감당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탁구라는 아이는 누구보다 시청자분들께 에너지를 드릴 수 있고 행복감을 줄 캐릭터입니다. 탁구 월드에서 탁구로서만 행복하게 살아가면 탁구 월드의 식구들이 다 함께 갈 것입니다."

그는 시트콤과 정극 연기의 차이를 묻는 말에도 "아직은 배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깨닫기엔 부족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아버지 구일중을 빼닮은 탁구에게 피해의식을 품고 그를 파멸시키려는 악역 마준 역의 주원은 "아무래도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우리 드라마의 장점은 풋풋함"이라고 말했다.
탁구의 첫사랑 신유경 역의 유진. 사진 제공 KBS
탁구의 첫사랑 신유경 역의 유진. 사진 제공 KBS

"대본을 봤을 때 구마준이 안쓰러워서 보듬어 주고 끌어안아 주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부유하지만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고, 화가 나도 화내지 못하고, 웃겨도 시원하게 웃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가여웠습니다. 악역이지만 사연이 있는 슬픈 악역이기 때문에 눈에 힘주고 인상 쓰는 것보다 말투나 대사 처리에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선배님들께 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영아는 "엄청난 선배들 앞이라 대본 연기 때도 너무 떨었다"며 "탁구가 빵집에 들어오면서 많이 싸우게 되는데, 그런 보이시한 면을 강조하려고 머리를 잘랐다"고 말했다.

첫 악역 변신을 시도하는 유진은 "사람은 누구나 악한 면이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연기하려고 한다"며 "상황이나 그 인물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 색다른 역할에 대해 기대가 되고 솔직히 재밌다"고 소감을 전했다.

중견 연기자 정성모는 "악역이나 선한 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환경에 지배를 받으면서 여기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면서 성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덮어놓고 악역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또한 김탁구라는 인물이 우리나라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에 희망적인 면도 있는 드라마다"라고 설명했다.
절대미각의 소유자 양미순 역을 맡은 이영아. 사진 제공 KBS
절대미각의 소유자 양미순 역을 맡은 이영아. 사진 제공 KBS

▶ 전광렬 "시청자들은 정직한 연기를 원한다"

드라마 '허준', '주몽', '청춘의 덫'에 출연하며 묵직하면서도 정직한 연기로 국민배우 반열에 오른 전광렬은 후배들에게 "촬영장에서 죽을 각오로 임하면 시청자들도 안다"며 "교만하면 화면에 나타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윤이 같은 경우에는 이 드라마에서 넘어야할 부분이 많을 거다. 시트콤과 정극은 달라서 예전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며 "열정을 봤을 때는 이 드라마가 끝났을 때 또 다른 연기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서 이영아에 대해선 "그동안 많은 후배를 봤지만, 영아 씨처럼 깜짝 놀랄 만큼 '자연 질감의 연기'를 보인 사람은 드물었다"고 극찬하며 "이번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주원과 유진에 대해선 "경험치만큼 연기도 숙성된다. 주원 씨도 뮤지컬을 통해서 나름대로 연기자로 숙성된 사람이고 유진 씨도 그동안 작품을 해오면서 배우로서 욕심이나 열정이 대단한 걸로 안다"며 "여기 네 사람 모두가 이 작품을 통해서 멋진 연기자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빵왕 김탁구'의 주연배우 윤시윤, 이영아, 유진, 주원이 파이팅하고 있다. 사진 제공 KBS
'제빵왕 김탁구'의 주연배우 윤시윤, 이영아, 유진, 주원이 파이팅하고 있다. 사진 제공 KBS

끝으로 윤시윤은 "제작진과 처음 탁구에 대해 얘기할 때 '긍정의 힘'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를 원한다고 들었다"며 "탁구를 통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저보다 더 연기를 잘하고 외모로 시청자들에게 만족을 드리는 연기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를 선택해준 것은 힘든 가운데서도 긍정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미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 실제 성격도 탁구처럼 변해가고 있어요. 기뻐도 장난치고 졸려도 장난치고… 탁구는 어떤 슬픈 에너지라도 자기 안에 있는 행복한 아우라로 바꿀 수 있고 포장할 줄 아는 강한 아이입니다. 가장 노른자는 긍정의 힘이고 그것이 저를 탁구로 만들고 탁구로서 살아가게 합니다."

'탁구 아버지' 전광렬은 "긍정의 힘이라는 건 굉장히 대단한 것"이라고 동의하면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나치 치하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번도 슬픈 표정을 짓지 않는다. 시윤 씨가 그 영화를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권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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