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이시영 “코믹연기의 대가? 아직 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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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15시 14분


코멘트
'부자의 탄생'으로 떠 '연예가중계' MC자리 꿰찬 이시영

● 26살 늦깎이 데뷔, 연기 욕심에 공백없이 활동
● '비호감' 부태희를 '호감' 캐릭터로 바꾸며 이미지 반전
● 부태희 연기 잘했다고요? 100점 만점에 60점!
● 에너지를 모두 쏟아낼 수 있는 액션물도 하고파


24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시영. 이시영은 카메라 셔터가 눌릴 때마다 다른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사진 더 보기
24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시영. 이시영은 카메라 셔터가 눌릴 때마다 다른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사진 더 보기


정말 만나기 힘들었다. 기자가 이시영에게 처음 인터뷰를 제안한 건 KBS2 '부자의 탄생'(이하 부탄) 3회가 방송된 다음 날이었다. 이시영 측은 밤샘 촬영 때문에 힘들다며 드라마가 끝난 직후 종영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시영은 밝고 미워할 수 없는 부태희 역으로 사랑받으며 몸값이 치솟더니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화보 촬영으로 국내외를 누볐고 '연예가중계' MC로 발탁되며 '대세'임을 입증했다. 그리고 인터뷰는 지체됐다.

우여곡절 끝에 드라마가 끝나고 20여일이 지난 24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이시영을 만났다. "시영 씨 만나려고 오래 기다렸다"는 투정 섞인 인사를 건네자 "어머, 진짜요? 저 그렇게 바쁘지 않은데…"라며 머쓱해 하던 이시영은 줄곧 환한 미소로 답했다.

▶ 늦깎이 데뷔 → 눈떠보니 스타 → 연기자로 성장 중

- 어떻게 지냈어요? 이런 인사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데뷔 후 공백이 없었어요.
"저는 쉬는 게 더 적응이 안 돼요. 늦게 데뷔했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지 열심히 활동하는게 좋아요. 제 자신한테 긴장감을 주고 싶기도 하고요."

- 26살에 데뷔했어요. 늦게 연기 욕심이 생긴건가요, 아님 연습 기간이 길었나요?
"본격적인 연기자 준비는 21살에 시작했어요.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늦게 찾아와 26살에 드라마 '바람의 나라'로 데뷔했죠. 데뷔 후 무명기간이 긴 배우들이 있는가하면 전 그런 기회조차 없이 5년을 보냈어요. 데뷔 후 무명기간이 있었다면 시행착오를 겪으며 좀 더 단련됐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저는 데뷔와 동시에 관심을 끌어서 정신없고 힘들기도 했거든요."

- 인터뷰 할 때마다 기자들에게 명함을 달라고 한다고 들었어요.
"50장 정도 모은 것 같아요. 기자님들 명함만 모으는 건 아니고요. 데뷔 후 정신없이 활동하다보니 어느 날 바로 지난주에 있었던 일인데 기억이 안 났어요. 기분이 좀 그랬죠. 배우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인데, 일하면서 만나면 종잇장같이 얇은 관계로 끝날지도 모르는 게 아쉬워서 그날 만났던 사람과 찍은 사진이나 명함을 붙여놓고 어떤 얘기했는지 적기도 하고 기억이 될 만한 것들을 모으기 시작한 거예요. 자기 전에 하루 일과를 정리하려고 하는 편이죠. 드라마 촬영 중에는 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다시 시작했어요."(웃음)

- 데뷔작부터 '부탄'까지, 그간 출연작에 점수를 매겨 본다면 최고점을 주고 싶은 작품은?
"'우리 결혼했어요' '부탄' '바람의 나라'요. 열심히 했고 그만큼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최고점은 '바람의 나라'에 줄래요. 데뷔 초기 작품이라 지금 마음이랑은 또 다른 것 같아요. 지금도 그 때 생각이 가장 많이 나고요. 열심히 하기도 했고 처음 한다는 설레임에 매일매일 좋았어요."

이시영은 2008년 드라마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3'으로 데뷔해 '바람의 나라' '꽃보다 남자' '미워도 다시 한번' '천만번 사랑해' '부탄' 영화 '오감도' '홍길동의 후예'에 출연했다. 오락 프로그램으로는 가수 전진과 가상부부로 출연해 실제 연인관계로 발전했던 '우리 결혼했어요'와 최근 MC를 맡은 '연예가 중계'가 있다.

- '꽃보다 남자' 오민지를 기억하는 분들도 많죠.
"워낙 인기 있었던 작품이라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꽃보다 남자'에서도 여러 역할 오디션을 봤는데 전 처음부터 오민지를 하고 싶었어요. 드라마 초반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역도 있었는데 그런 역보다 짧게 출연해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민지가 끌렸죠. 오민지는 '꽃보다 남자' 전체에서 가장 강한 이미지를 남긴 역 같아요."

- 인기에 대해서 '지금은 거품 빠지는 중'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연기로 인정받은 게 아니라 인지도가 부풀려져 있다는 뜻이었어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는 높였지만 연기자 이시영을 대하면 냉정하게 평가하시잖아요. 연기자로 평가받고 싶었고, 연기를 하다보면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연기자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사진=변영욱 기자 ☞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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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호감' 캐릭터 부태희 통해 '호감' 연기자로 거듭나


- '부탄' 끝나고 한달이 지났어요. 부태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깜짝놀라며) 그렇게 오래됐나요? 큰 사랑이요? 전 실감 못해요. 주변에선 이야기 많이 해주시는데 사실 저는 몸으로 느껴지는게 없어서 그런지 솔직히 잘했는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인터넷 검색해보면 평가가 좋으니 기분은 좋아요."

- 태희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많이 갔죠?
"캐릭터에 애착이 가는 만큼 아쉬움도 컸어요. 촬영하면서 이렇게 했더라면 더 재밌었을텐데, 감동적이었을텐데… 그런 아쉬움이요. 그래서 드라마 종영 후 영화를 많이 보고 있어요. 애드립하면서 한계를 느꼈거든요. 더 아는 게 많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시영은 자신의 연기에 60점을 줬다. 가장 잘한 연기로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된경찰서 연행 장면을 꼽았다. 부호그룹 상속녀 부태희가 라이벌그룹 상속녀 이신미(이보영 분)를 무너뜨리기 위해 중상모략을 꾸미다 경찰서에 연행되자 기자들이 경찰서 앞으로 몰려든 상황. 이시영는 이 장면에서 발로 선을 그어 포토라인을 만들고 포즈를 취해주는 애드립을 선보였다.

- '부탄' 이후 이시영 씨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후배들이 생겼어요.
"진짜요? 태희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말이겠죠. 저도 태희를 다시 하고 싶고 다시 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하면서 태희 같이 매력 있는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해요. 태희는 원래 우울하고 도도한 캐릭터였어요. 그걸 바꾸려고 노력했죠."

- 부태희 캐릭터를 스스로 바꾼 건가요?
"원래 대본에는 부태희가 트라우마가 깊고 성격이 비뚤어진 어두운 캐릭터였어요. 그렇게 연기했다가는 제 이미지가 악역으로 고정될 것 같아 배우 이시영이 걱정됐죠. 캐릭터를 밝고 코믹하게 바꿔보자고 감독님께 제안했는데 처음엔 반신반의하셨죠. 그래서 저한텐 모험이었고 제가 생각한 100%를 발휘하진 못했어요. 그런데 4, 5회 촬영분부터는 현장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셨어요. 그걸 보면서 용기가 생기고 웃어주시니 더 웃기고 싶고… 그렇게 태희가 변했어요."

이시영은 "부태희 캐릭터를 처음 바꾸려고 했던 건 내 욕심이었지만 결국 70%는 현장 분위기의 힘"이었다고 덧붙였다. 스태프들이 가끔 '태희는 미워하지 못하겠어'는 호응에 힘이 나서 더 연구했고 작가들도 그런 태희에 맞춰 대본을 써줬다는 설명이다.

- 부태희는 '한 번 입으면 패션 두 번 입으면 굴욕'이 생활신조인 만큼 몸에 착 달라붙는 화려한 의상을 선보였어요. 의상 소화하려면 몸매 관리도 힘들었을텐데…
"그래서 드라마 촬영할 때가 좋았어요. 드라마 촬영 중에는 긴장하니까요. 드라마 끝나고 지금도 살이 많이 찐거예요. 제가 먹는 걸 유독 좋아하거든요. 다시 다이어트 중인데 항상 일하고 있어야 긴장하면서 관리하는 것 같아요. 저는 살이 정말 잘 찌는 체질이라 자기 전에 먹으면 먹은 만큼 배가 나와요."

이시영은 인터뷰 중 생과일주스를 주문하면서도 시럽은 빼달라고 할 만큼 몸매 관리에 신경쓰는 눈치였다.

- '부탄' 통해서 비호감 이미지를 많이 벗었죠.
"저는 호감이니 비호감이니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평생 활동하고 싶은데 그런 평가는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탄'에서 사랑받은 건 그냥 제가 해야 할 일 한건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 동시에 '코믹연기의 대가'로 떠올랐어요.
"(웃으며) 장난으로 '나는 코믹의 여왕이 될거야' 그런 말도 했어요. 전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 편이거든요. '부탄'도 좋았지만 준비를 더 해서 코믹물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려고요. 평소 영화를 많이 본 게 '부탄'하면서 큰 도움이 됐거든요. 로맨틱 코미디물은 전부 섭렵하려고 열심히 보고 있어요."

두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시늉을 한 건 영화 '미트페어런츠'에서 봤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시영이 가장 만족스러운 장면으로 꼽은 경찰서 연행신. 사진: '부자의 탄생' 8회 중 한 장면. ☞ 사진 더 보기
이시영이 가장 만족스러운 장면으로 꼽은 경찰서 연행신. 사진: '부자의 탄생' 8회 중 한 장면. ☞ 사진 더 보기


▶ '연예가중계' 불안정한 진행? "시행착오 겪으며 나아지는 중"

- 15일부터 KBS2 '연예가중계' 안방마님이 됐어요. MC에 도전한 이유는?
"진행 경험이 없어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짧게는 6개월, 1년 경험해보면 뭔가 분명히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발성, 발음 등 기본적인 것들도 연습해야하니 연기에도 도움이 될테고요."

- 생방송 진행해 본 소감은?
"생방송이라 재밌어요. 사실 두 번째 방송은 생방송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즐겼어요.한두 달은 시행착오하며 적응해 나간다고 생각해요. 전 신현준 씨랑 제가 잘 할꺼라는 확신이 있어요. MC들도 바뀌고 진행방식도 다르니 적응하기 힘든 시청자들이 계시겠지만 조금만 지켜봐주시면 안정적이면서도 우리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 진행이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함께 진행하는 신현준 씨는 경험이 많고 긴장을 별로 안해서 애드립을 많이 해요. 그러면 제가 말려들어 애드립을 하고 장난을 많이 치게 되죠. 끊고 정리하는 걸 많이 연습해야 겠어요. 리포터 김생민 씨를 포함해 패널들은 저보다 경험이 더 많아요. 그런데도 신인 MC인 제가 정리정돈을 해야 하니 아이러니한데, 점점 나아지겠죠? 일단 한두 달은 시행착오 겪는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진행자 경험이 처음이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날 잘 알고 있으니 미숙해보이면 안되겠죠. 그래서 빨리 배우려고 해요."

- 연예계 뉴스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본인의 소식을 전할 일도 생길 텐데요.
"역대 연예가중계 진행자 중 자기의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한 사람은 없었다고 들었어요. 저도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고요(웃음). 연말에 수상 소식이나 새로운 드라마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했으면 좋겠습니다."

▶ "차기작? 액션 장르에서 에너지 모두 쏟아내고 싶어요"

- 데뷔 전엔 어떤 배우가 꿈이었나요?
"다 똑같은 것 같아요. 국민배우? (웃음) 연기는 잘하는데 인기는 없는 배우는 싫어요. 저는 대중성 없이 음악성만 추구하는 것은 반대해요. 분명 대중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기도 그래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시청자들 비위에 맞춰서 연기한다는 게 아니라 사랑받을 수 있는, 호감 가는 연기를 하고 싶고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 출연하는 작품마다 성적이 좋은 편인데 작품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제 고집을 부리는 편은 아니에요. 주변에 많이 물어보죠. '부탄' 같은 경우는 제 고집이 컸지만요. 타방송사에서 대작 '동이'를 준비하고 있었고 '부탄'이 준비도 많이 되지 않은 상태라 흥행이 되지 않을 거라는 말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주변에서 말리셨었는데 전 흥행은 안되더라도 캐릭터가 산다면 감독님들에게는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캐릭터를 잘 살리면 다음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거죠. 시청률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반응도 좋아서 너무 좋았어요."

- 앞으로 계획은요?
"영화나 드라마 좋은 작품으로 찾아 봬야죠. 사실 전 '부탄' 시작할 때도 이번 작품이 저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전작 '천만번 사랑해'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이번에 들어갈 차기작 역시 '정말 중요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쭉 그런 마음가짐일 것 같아요. 차기작에서는 저도 고민을 많이 해보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저한테 또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 건 아니에요. 하하하. 제가 힘 빼는 연기가 잘 안돼서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거나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액션드라마가 하고 싶네요. 액션드라마 하면서 힘을 쫙 빼면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요?"(웃음)

- 공백이 길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잘 맞는 작품만 있다면 빨리 시작하고 싶어요. 그래도 9, 10월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매일 TV에 비치면 식상해지잖아요."

인터뷰를 끝내고 나서는데 이시영이 불렀다. "기자님, 명함 한 장만 주세요." 명함 옆에 어떤 메시지를 적었을지 궁금해졌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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