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품절남’ 장동건 잇는 광고계 ‘매너남’ 고수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29일 14시 33분


인격이 인기를 만들 수 있을까?

드라마 하나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A씨. 아직 진정한 '빅스타'로 불리기엔 무리가 있던 때 광고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어떤 톱스타보다 거만했다. 지금 그는 어떻게 됐을까. 한때 맡았던 브랜드의 모델은 일찌감치 다른 배우에게 넘겨줬고 이제는 간간히 TV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정도다.

무명 시절 함께 해외 촬영을 갔던 B씨. 처음 본 프랑스 출신 카메라 감독과 촬영 이틀 만에 서로 '마이 프렌드'를 외치고 있었다. 다른 스태프들에게도 싹싹했다. 그는 불과 2년 후 주연급 배우가 됐고 출연한 드라마 시청률도 잘 나왔다. 현재 그는 여러 브랜드의 CF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도, 광고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인간적인 관계 맺기가 성공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촬영장에서의 매너가 나빴다면 모델 재계약 시기가 왔을 때 그에게 '안티'를 거는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 '품절남' 장동건을 광고계가 사랑하는 까닭

이제는 '품절남' 대열에 합류한 장동건은 외모만큼이나 빛나는 매너로 광고계가 사랑하는 대표적 스타로 꼽힌다. 스포츠동아 양회성 기자.
이제는 '품절남' 대열에 합류한 장동건은 외모만큼이나 빛나는 매너로 광고계가 사랑하는 대표적 스타로 꼽힌다. 스포츠동아 양회성 기자.

그런 면에서 '품절남' 대열에 합류한 장동건(38)은 광고계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 중 한 명이다. 얼굴, 몸매도 너무 멋진 그지만 촬영장 매너가 외모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처음 그와 함께 광고 촬영을 진행한 것이 7년 전쯤의 일이다. 그 때도 이미 대한민국 톱스타였던 그는 약속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촬영장에 도착했다. 모든 스태프들과 눈을 맞추며 밝게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촬영장 조명을 열 개 쯤은 더 밝힌 듯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난다. 촬영을 하며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에도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광고계에 있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정도가 뭐 대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광고촬영장은 팬 미팅도, 방청객 앞도 아니다. 연예인들의 원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삶의 터전이다. '슛'을 외치는 순간엔 밝게 웃지만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굳은 표정을 짓고 심지어 "나한테 말 걸면 가만있지 않겠어"라는 방어적인 표정을 짓는 이도 수두룩하다.

광고 모델이 톱스타일수록 매니저들은 스타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 하나로 속마음을 간파하고 촬영 관계자들을 찾아 괴롭히기(?) 일쑤다. '얼마나 더 촬영해야 하나' '그 컷은 꼭 찍어야 하나' '저 옷은 안 입으면 안되나'…. 질문의 내용도, 요구 사항도 가지가지다.

최근 장동건과 함께 광고 촬영을 진행한 이들의 전언에 따르면, '친절한 동건 씨'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촬영장에서 소품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을 옮기려고 하자 갑자기 자신이 벌떡 일어나 도와줬다는 이야기(웬만한 연예인 모델들은 '당연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촬영장에서 제공된 식사가 너무 초라해 매니저들이 당황하려는 찰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봤다'는 표정으로 맛나게 먹기 시작해 준비한 사람들이 민망하지 않게 해준 이야기, 따로 식사할 시간이 부족해 도시락으로 때워야 했을 때 다른 스태프 도시락의 뚜껑까지 일일이 열어준 이야기 등….

그래서 그와 전속 계약을 하는 광고주들이 수년 이상 의리를 지키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특별한 매너를 가진 그이니 아내가 될 고소영에게는 얼마나 잘 해 주었을까?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 기사도 정신으로 빛나는 싱글남 고수

고수는 장동건을 잇는 대표적인 광고계 '매너 모델'로 꼽힌다. 광고 촬영장에서 모델인 본인보다 광고 스태프들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이 관계자들을 감동케하기도 했다. 스포츠동아 양회성 기자.
고수는 장동건을 잇는 대표적인 광고계 '매너 모델'로 꼽힌다. 광고 촬영장에서 모델인 본인보다 광고 스태프들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이 관계자들을 감동케하기도 했다. 스포츠동아 양회성 기자.

이제 '품절남' 대열에 합류하게 된 장동건을 대신해 광고계 여성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고 있는 또 다른 싱글 친절 매력남을 소개하려고 한다.

고수(32)와는 얼마 전 하나은행 광고를 함께 촬영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 출연한 그는 드라마 속에서도 일견 까칠해 보이지만 사실은 남 몰래 상대를 배려하는 캐릭터로 많은 여성팬들을 사로잡았다. 광고 촬영장과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 속 모습 그대로였다.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캐릭터랄까.

올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는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하나은행 광고 촬영 역시 정말 추운 어느 날 새벽, 야외에서 진행됐다. 촬영지 근처 건물 입구에 잠깐씩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대기실을 마련해 놓았지만 건물 전체에 난방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여서 겨우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정도였다.

조그만 전기난로 몇 대로 그 많은 스태프들의 추위를 쫓기란 쉽지 않은 상황. 당연히 촬영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이 난로들은 모델 차지가 되어야 한다. 몸이 얼어붙어 있으면 좋은 연기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수는 이 귀한 난로를 어린 여성 스태프에게 양보했다.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추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게다. 그는 '쿨'하게 옷깃만 더 여민 채 휴식을 취했다. 양보하지 않아도 그 누구도 손가락질 하지 않을 상황에서 이런 기사도를 발휘하다니. 그가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군기'가 든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필자를 포함한 스태프들은 모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광고주가 주최하는 팬 초청 행사장에서도 특유의 인간성을 보여줬다. 밤새워 드라마 촬영을 마친 뒤 약속 시간에 맞춰 부리나케 달려온 그의 모습을 보니 '촬영이 늦어져 행사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하면 어쩌나' '피곤해서 행사에 대충 참여하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던 걱정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이틀 밤을 꼬박 세웠다는 그는 예정에도 없던 기념촬영까지 모두 소화해내는 성실함을 보여줬다. 보통 A급 빅모델들은 사전에 협의한 컷 이외에는 절대로 한 컷도 더 못 찍게 하고 현장을 떠나버리고 마는데 말이다.

힘겹게 좁은 벽을 뚫고 나와 언제 그랬냐는 듯 말쑥한 차림으로 선배에게 인사하는 \'하나은행\'광고 속 장면은 고수의 평소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컷이다. 사진제공 웰콤.
힘겹게 좁은 벽을 뚫고 나와 언제 그랬냐는 듯 말쑥한 차림으로 선배에게 인사하는 \'하나은행\'광고 속 장면은 고수의 평소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컷이다. 사진제공 웰콤.

하나은행 광고 중 고수가 벽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바늘구멍 같은 좁은 벽을 뚫고 나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쑥한 차림으로 지나가는 선배에게 인사하는 장면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고수의 평소 캐릭터를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컷이다.

광고계가 꼽는 '친절남 계보'를 세대별로 꼽자면 안성기(58)-장동건-고수-장근석(23)이다. 물론 광고 모델로서의 매력도도 고려한 리스트다. 안성기의 인간성은 이미 누구나 아는 만큼 특별히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장근석 역시 어린 나이답지 않게 촬영장 분위기를 밝고 훈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인격이 인기를 만든다'는 광고계의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들이 오랫동안 팬들에게 사랑받는 배경이 바로 인격에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남자 배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바로 이것이다. "인격남, 매너남 리스트에 들기 위해 노력하면 인기는 절로 찾아온다"고….

광고회사 웰콤 이상진 기획국장 fresh.sjlee@gmail.com



▲동영상 = 광고계 ‘매너남’ 고수의 선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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