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못찾은 8명, 기관조종실서 산화? 함수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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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미 살펴본 실종자 가족“물건 있는데 아이는 없어…”깊은 한숨쉬며 발 돌려

아직 귀환하지 못한 실종자를 백령도 해역에 남겨둔 채 실종자 수색작업을 마친 천안함의 함미는 16일 오후 10시경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를 향해 출발했다. 군 당국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6시부터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8명을 찾기 위해 함미를 꼼꼼히 살펴봤으나 더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천안함의 함미를 실은 3000t급 바지선 ‘현대 프린스’호는 17일 밤 12시경 제2함대사령부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바지선의 속도가 시속 5∼7노트(9∼13km) 정도여서 제2함대사령부까지 240km의 거리를 가는 데 26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실종자 가족들은 참담한 모습의 선체 상황을 직접 둘러본 뒤 군에 수색 중단을 요청했다. 천안함 수색 현장에 갔던 실종자 가족대표단은 생존 장병들과 함께 15일과 16일 인양된 선체를 찾았다. 아직 물이 덜 빠진 천안함 실내는 캄캄했고 갖가지 집기가 엉클어져 사건 당시 충격을 짐작하게 했다.

16일 5명의 가족들과 함께 천안함을 찾은 실종자 이창기 원사(40)의 형 이완기 씨(43)는“승조원들의 옷이 복도는 물론이고 기관실까지 밀려와 펄과 함께 뒹굴었다”며 “한마디로 전쟁이 일어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격실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 씨는 “빛이 없어 손전등을 비추며 둘러보는데 내무반 침대 같은 2층 침대가 형태도 없이 부서져 널브러져 있더라”며 “문이 없어진 방이 태반이었고 벽과 천장이 무너진 방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15일 선체를 방문한 김종헌 중사(34)의 작은아버지도 “캐비닛에 있던 물건이 다 떨어진 데다 곳곳에 기름이 흐르고 있어 걷기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둘러보는 내내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는 침통한 침묵만 흘렀다. 이 씨는 “동생의 방에도 가봤으나 동생 물건들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데 동생만 없더라”며 “그 심정을 말로 어찌 다 하겠느냐”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들은 천안함 함미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8명 대부분이 침몰 당시 기관조종실(MCR)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존 장병들이 이들 중 상당수에 대해 MCR에서 마지막으로 목격했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MCR는 갑판 바로 밑에 위치한 곳으로 옆에 위치한 원·상사식당, 가스터빈실(갑판 아래 3층)과 함께 함미 절단 부위에 해당된다. MCR와 원·상사식당은 충격으로 외벽과 천장이 모두 사라진 채 초록색 바닥만이 뒤틀려 갑판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8명이 침몰 당시 모두 MCR에 있다가 충격에 의해 산화 또는 유실됐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은 함수에서의 발견 가능성에도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기상 악화 등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던 함수 인양팀은 이날 천안함 함수 부분에 인양에 필요한 체인 4개 중 두 번째 체인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군 관계자와 인양업체들은 기상 여건을 고려할 때 24일쯤에는 인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령도=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평택=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동영상 = ‘46인의 수병들, 우리가슴에 귀환하다’ 추모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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