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동열 감독(사진)은 55일간에 걸친 스프링캠프를 마감하기 하루 전인 2일 훈련 성과를 결산하면서 간판타자 양준혁(41)을 향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액면 그대로 옮기면 “양준혁은 훈련을 잘 소화하긴 했으나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기용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는 선 감독의 전훈 총평까지 고려하면, 일단 3일 귀국 후 곧바로 이어질 시범경기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백전노장 양준혁의 투지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양준혁은 왼쪽 종아리 부상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번 캠프에서도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다행히 우려했던 부상 재발 없이 무사히 훈련을 마쳤다.
그러나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경기도 용인 수지의 삼성트레이닝센터에 상주하다시피 할 정도로 험난한 재활과정을 거쳤기에 양준혁은 캠프 내내 훈련량과 연습경기 출전을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선 감독도 이런 상황을 잘 안다. 따라서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기용할 것”이라는 발언도 원론적 수준의 언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캠프로 출국하기 직전 선 감독은 “양준혁, 박진만, 진갑용 등 고참 셋이 팀의 구심점이 돼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양준혁 자신은 물론 주변에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양준혁이 원래 슬로 스타터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부상으로 고생한 지난해에도 양준혁은 82경기에서 타율 0.329, 11홈런, 48타점을 기록했다. 한국프로야구 타자 부문의 모든 기록을 깨나가고 있는 양준혁의 2010년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