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납북자 송환 지시說… MB에게 줄 ‘선물’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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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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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연내 만날수 있을것”… 물밑작업 진행되나

활발해진 남북 접촉
北, MB측근에 비밀대화 제의
모레 당국간 개성공단 회담… 정상회담 ‘화두’ 던질지 주목

북측 대화창구는?
‘체제 수호’ 보위부가 전면에
핵심의제 핵은 군부 소관… 보수파, 南요구 거부할수도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연내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남북한 당국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근접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주변에서는 남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부터 연내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활발한 물밑 접촉을 벌이면서 각각 내부를 정비하는 등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접촉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북한, 국군포로 납북자 실태 파악

李대통령, 빌 게이츠와 개도국 지원 논의
제40회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의 콩그레스센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인 빌 게이츠 ‘빌 멀린다 게이츠 재단’ 회장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두 사람은 30여 분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개발도상국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게이츠 회장과의 면담을 끝으로 6박 7일간의 인도-스위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다보스=안철민 기자
李대통령, 빌 게이츠와 개도국 지원 논의
제40회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의 콩그레스센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인 빌 게이츠 ‘빌 멀린다 게이츠 재단’ 회장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두 사람은 30여 분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개발도상국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게이츠 회장과의 면담을 끝으로 6박 7일간의 인도-스위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다보스=안철민 기자
정통한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이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올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노동당 통일전선부(부장 김양건)를 앞세워 10월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했지만 남측과의 비밀접촉이 무위로 끝나자 새해 들어 정상회담을 추진할 새로운 주무기관으로 국가안전보위부(수석부부장 우동측)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주민들의 반체제활동을 감시하는 사회통제기구인 국가안전보위부를 내세운 것은 정상회담을 체제 유지 차원의 사업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보위부에 남측이 요구하는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송환 또는 고향 방문 요구를 들어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보위부는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수백 명의 소재를 파악해 이 중 일부가 올해 남한을 방문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중 상당수가 이미 사망했고 살아 있는 사람도 80세가 넘은 고령인 데다 현지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이뤄 가족이 수십 명에 이르기 때문에 송환은 어렵지만 일부의 남한 방문은 허용할 수 있다고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남북 간 활발한 물밑 접촉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북측은 현재 남한 정부의 공식 대화창구인 통일부에 여러 방식으로 접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여러 방식을 통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 당국자들은 다음 달 1일 열리는 남북 당국 간 개성공단 실무회담과 8일 열자고 제의한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정상회담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은 이 대통령의 측근 등을 통한 ‘비선(秘線)’ 접촉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이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여권 고위 관계자들에게 여러 경로로 접근해 ‘제3국에서 만나자’는 식으로 접촉을 제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측은 한편으로는 지난해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과 관련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 통일부보다는 과거 남북 간 비밀협상 경험이 많은 국가정보원과의 접촉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 남북 내부 ‘관료정치’ 움직임도

남북한 모두 정부 내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할 주체를 놓고 기관 간 경쟁 및 알력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의 대남 접촉창구는 노동당의 통일전선부지만 남측이 요구하는 핵심 의제인 핵 문제 논의와 국군 유해발굴 사업 등은 국방위원회와 군부 등의 소관 사항이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내부 간첩 색출 등 사회통제 업무를 하고 있는 보위부가 관할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관료는 “국방위원회와 군부 등 보수파가 체제 유지와 사회혼란 방지를 명분으로 남측의 요구를 끝까지 반대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남한 정부 내에서도 통일부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최적의 대북 창구인지를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의 한 기관이 최근 정상회담 추진 주체와 의사결정 체계를 어떻게 정비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과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부처 간 갈등의 문제는 결국 최고지도자의 판단에 따라 정리될 문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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