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연내 만날것 같다” 李대통령, 시기 처음 언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남북정상회담, 핵 등 의제가 관건… 靑“동트기前가장 어두워”

“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조만간이라고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방송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가 유익한 대화를 해야 하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양측 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사전에 만나는 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연내’라는 시기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회담 장소가)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그런 융통성을 갖고 있다”고 했던 이 대통령이 이번에 시기 문제까지 거론함으로써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지난해 10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북한 노동당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싱가포르 접촉, 통일부와 통전부의 공식 라인에 의한 11월 접촉 이후 남북 간에 어떤 형태의 물밑 접촉이 이뤄지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원칙에 맞고 여건과 조건이 충족된다면 언제든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권 3년 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의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읽게 해주는 징후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권 핵심에선 정상회담 장소로 개성이 유력하다거나 이르면 올 상반기에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간 물밑 접촉 여부에 대해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늘 동 트기 전이 제일 어둡다”고 말했다. 통일부-통전부 간 개성공단 실무협상 라인 외에 지난해 12월 부임한 류우익 주중대사(초대 대통령실장)의 역할을 주목하는 이도 많다.

정상회담 성사의 관건은 역시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와 월드컵,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시기적 변수가 많지만 북핵 문제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 의제가 더 본질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다만 이 대통령이 “열린 마음으로 사전에 만나는 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한 것은 의제와 관련해 종전보다 유연해진 대북 메시지로 보인다. 북측의 반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9일 한국정책방송 KTV에 출연해 “개최 여부에 대한 볼은 북한의 코트에 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BBC 인터뷰에서 북한의 서해안 포 사격과 관련해 “강력히 6자회담 참가요구를 받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으며 다소간 남북대화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극한 상황에 처했다거나 혹은 붕괴 직전에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는 해야겠지만 지금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보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