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속의 근대 100景]<9>모던 뽀이와 모던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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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7일 02시 30분


중절모에 뿔테안경
실크스타킹에 양산
개화기의 신세대

1928년 4월 서울 안국동 거리를 바삐 지나가는 ‘모던 뽀이’와 ‘모던 껄’. ‘모던 뽀이’는 양복에 중절모, 바이올린 소품으로 멋을 냈고 ‘모던 껄’은 구두와 스커트, 안경을 착용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28년 4월 서울 안국동 거리를 바삐 지나가는 ‘모던 뽀이’와 ‘모던 껄’. ‘모던 뽀이’는 양복에 중절모, 바이올린 소품으로 멋을 냈고 ‘모던 껄’은 구두와 스커트, 안경을 착용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안국동 네거리를 할개치며 내닷는 ‘모던 뽀이’와 ‘모던 껄’. 해빗에 번쩍이는 복사빗 ‘파라솔’과 봄바람에 날리는 노랑빗 ‘넥타이’. 그리고 구두뒤축에 질겅질겅 씹히는 ‘곤세-루’ 바지와 정강이 위에 펄렁거리는 ‘사-지’ 치마. 급한 일이나 잇는 것 가티 불이나케 다라나는 ‘뽀이’의 손에는 발을 빼어놀 때마다 ‘바이오린’이 압뒤로 왓다갔다.”
―동아일보 1928년 4월 19일자》젊은 세대가 파격적인 패션과 행동 방식을 선보일 때마다 사회는 신구(新舊)의 갈등을 겪는다. 1920년대 중반 경성을 떠들썩하게 만든 ‘모던 껄’과 ‘모던 뽀이’의 등장도 그랬다.

‘모던 껄’과 ‘모던 뽀이’란 말은 일본을 거쳐 1927년경 한국에 들어왔다. 일본에선 ‘여성’지 1924년 8월호에서 처음 ‘모던 껄’이란 말을 사용했다.

‘모던 세대’의 등장은 1920년대 중반 대중문화의 활성화와 연관이 깊다. 1923년 최초의 무성영화 ‘월하의 맹세’가 상영된 후 할리우드 외화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서구 문화가 급속히 유입됐다. 1926년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서구식 대중음악의 확산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모던 껄’과 ‘모던 뽀이’는 이런 새 문화 유입의 첨병이었다.

이들의 패션은 단연 대중의 화제였다. ‘모던 껄’은 양장에 실크스타킹, 커트머리, 양산, 손목시계로 치장했고 모던 뽀이는 양장에 ‘뻐스터 키-톤’ 모자, 뿔테 안경으로 한껏 멋을 냈다. 1930년 11월 23일 동아일보에 실린 ‘소위 모던 껄의 미는 광물적?’이란 제목의 기사는 “모던 껄이 얼굴에 바르는 가루분엔 활석이 섞여 있고, 손톱 닥는 크림에도 경석이 들어간다”고 전했다.

‘모던 껄’ ‘모던 뽀이’는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자본가의 자녀였지만 ‘모던 껄’의 신분에는 여기에 ‘카페 웨트레스’와 ‘긔생’이 추가됐다. 이들은 청계천 이남인 남촌의 본정통(충무로), 명치정(명동)에 들어선 백화점과 상점에서 쇼핑을 했고 진고개의 찻집, 빙수집, 다방에서 시간을 보냈으며 창경원, 남산공원, 한강에서 자유연애를 즐겼다.

그러나 이들을 보는 기성세대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과소비를 하며 유행만 좇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1929년 5월 25일 이렇게 꼬집는다.

“주릿대 양복을 닙고 머리를 지지고 말숙한 비단양말에 고혹덕 미를 나태내보이는 것만으로는 외면덕 모던이 될른지는 알 수 업스나 모던은 결코 외형만으로 될 수는 없다 (…) 오늘날 이른 바 모던은 한갓 잡것이나 불량의 별명 밧게는 아모러한 것도 발견할 수 업다.”

‘모던 뽀이’와 ‘모던 껄’ 이후에도 1970년대 통기타와 청바지로 표현되는 ‘장발족’, 1980년대 후반 명품 일색으로 치장한 ‘오렌지족’, 1990년대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진 ‘X세대’ 등 신(新)세대를 부르는 용어는 꾸준히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청년층을 규정하는 용어는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를 나타내기보다 ‘인턴 세대’ ‘88만 원 세대’ 등 어려운 세태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1928년 4월 서울 안국동 거리를 바삐 지나가는 ‘모던 뽀이’와 ‘모던 껄’. ‘모던 뽀이’는 양복에 중절모, 바이올린 소품으로 멋을 냈고 ‘모던 껄’은 구두와 스커트, 안경을 착용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28년 4월 서울 안국동 거리를 바삐 지나가는 ‘모던 뽀이’와 ‘모던 껄’. ‘모던 뽀이’는 양복에 중절모, 바이올린 소품으로 멋을 냈고 ‘모던 껄’은 구두와 스커트, 안경을 착용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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