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오란]한식 세계화, 연구개발 인프라 쌓아야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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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품시장은 약 4조 달러로 자동차나 정보기술(IT) 시장보다 크다. 세계 시장을 선점한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은 상당한 이윤을 창출한다. 예를 들어 네슬레는 한국의 삼성전자보다 더 큰 규모의 글로벌 식품기업이다. 식품산업은 이처럼 시장이 클 뿐 아니라 부가가치도 높다. 쌀을 예로 들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쌀 10kg은 2만 원인데, 이 쌀로 즉석밥을 만들면 10만 원, 떡을 만들면 12만5000원, 증류주로 만들면 21만3000원으로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세계 식품시장에서 우리나라 식품의 점유율은 3.8%에 불과하다. 발효식품과 바이오식품 등 고부가가치 식품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가 지원하기 시작했으나 원천기술 중심의 소규모 과제에 머물러 시장 진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간의 식품산업 발달은 정부의 지원 없이 산업계 스스로 노력하여 얻었는데 발전의 한계에 봉착했다. 또한 식품산업과 농어업이 연계되지 않아 식품산업이 발전할수록 수입 농산물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가 식품산업을 고부가가치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분류하고 강력한 지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특별히 식품을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인식한 ‘한식 세계화 정책’은 식품 수출산업의 육성, 국가 이미지 제고, 관광산업 등 연관 산업의 동반성장을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최근에 곡류, 생선, 올리브유와 함께 적당량의 와인, 소량의 붉은 고기와 닭고기로 특징되는 지중해 식사(Mediterranean Diets)가 건강에 좋다하여 유행하고 있다. 지중해 식사의 우수성은 지나가는 입소문이 아닌, 과학적으로 신뢰받는 학술지 연구 결과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앞으로 상당히 길고 확실한 파급효과를 얻을 것이다. 이런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 전략이 한식 세계화 사업에도 포함된다. 한식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사업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으니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일본 식사(Japanese Diets)는 세계적인 고급 음식으로 알려졌다. 뉴욕의 멋쟁이는 젓가락으로 스시 먹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세계 어느 곳이건 일본식당에서는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일본산 식재료를 사용한다. 한식 세계화 사업에서 추진하는 한식 요리명장 프로젝트, 스타 한식당 프로젝트, 한식 마니아 만들기 프로젝트가 한식을 고급화하는 주요 전략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류 드라마 ‘대장금’의 수출로 우리나라 식품이 세계 60여 개국으로 소개되면서 13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가까운 미래에 한국 식사(Korean Diets)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고급음식, 건강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한국산 식재료산업은 물론이고 농어업까지 동반 발전하는 멋진 그림을 그려본다.

물론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한식 세계화는 긴 안목을 갖고 추진할 과제이다. 공격적인 대외전략보다는 과학적이고 차분한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식의 세계 5대 음식화’라는 표현은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오히려 한식의 문화적 측면, 맛, 영양의 우수성을 설명할 수 있는 지식기반을 갖추고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제 막 시작한 한식 세계화 사업에 대한 자극적이고 과격한 비판도 금물이다. 한식 세계화는 이제 막 출발했다. 갈 길이 먼 여정과 같다. 한식 세계화를 흔들림 없이 체계적으로 추진하도록 민관의 단합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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