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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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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핵심 공직자들을 형사 소추(재판에 부침)하는 것에 대해 면책을 규정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7일 결정함에 따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다시 위기에 처했다. 최근 위증과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총리에 대해 재판과 수사를 계속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헌재는 이날 대통령과 총리, 상하 양원 의장 등 4명의 국가 핵심 공직자에게 부여하는 면책특권에 대해 재판관 9 대 6 의견으로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은 불복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재판과 수사는 바로 진행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997년 탈세 등 2건의 부패 사건 재판에서 그를 위해 법정에 거짓 증거를 제출한 변호사 데이비드 밀스 씨에게 60만 달러를 건넨 혐의로 2006년 기소됐지만 지난해 총리가 되면서 면책법으로 재판이 중단되었다.
여기에 최근엔 뇌물 의혹까지 불거졌다. 3일 밀라노 법원은 총리가 경영하던 투자금융사 피닌베스트가 몬다도리 출판사를 인수하기 위해 판사에게 뇌물을 건넨 사건에 대해 “총리의 책임도 인정된다”고 밝혀 검찰이 새로 기소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
BBC방송은 7일 “헌재 결정과 함께 사임 압력도 거세졌다”면서 “(하지만) 정치적인 전망은 법적인 상황만큼 간단치 않다”고 내다봤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헌재를 “좌파의 도구”라고 비난하며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가 정국 전환을 위해 조기 총선을 강행할 거라는 관측도 있지만 지지율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더 중요한 변수다. 루초 말란 상원의원은 “총리는 사임할 필요도 없고 조기 총선을 강행할 이유도 없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지지도는 50% 밑으로 떨어졌지만 ‘위험 구역’과는 여전히 멀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적극적인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면책법을 되살리기 위해 개헌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등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의 임기는 2013년까지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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