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의 WTO 가입 지원”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7분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러시아가 WTO 가입 의사를 밝힌 이래 16년간 정치·경제적 이유로 이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이 태도 변화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론 커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1일 미 워싱턴에서 이고리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와 통상 관련 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WTO 가입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러시아에 ‘건설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슈발로프 제1부총리도 “(러시아와 미국이) 함께 노력한다면 아마도 내년에 (WTO) 가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옛 소련에 속했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과 WTO에 동시가입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러시아의 WTO 가입은 더욱 복잡해졌다는 것이 국제적 시각이었다.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은 WTO에 가입하기에는 경제 수준이나 통상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과 비즈니스위크 등 외신은 이날 회담으로 이 문제도 사실상 해소된 것 같다고 전했다. 커크 대표가 성명에서 “러시아의 개별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힌 데 대해 슈발로프 제1부총리가 “러시아는 3국 동시 가입을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다른 두 국가로 인해 가입이 지연된다면 3국 지도자들이 계획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대답함으로써 ‘계획 변경’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일단 미국이 지원을 시사함으로써 WTO 가입까지 한 고비를 넘겼지만 러시아의 WTO 최종 가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러시아 내의 지적재산권 보호, 농업보조금 지급, 국영 천연가스 독점회사인 가스프롬의 사업 관행, 미국산 돼지고기 및 조류에 대한 러시아의 수입 제한 조치, 그리고 암호 해독 장비에 대한 금수조치 등 산적한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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