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글로벌 MBA 통신]생사고락 함께하는 와튼스쿨 ‘프리 텀 학습팀’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코멘트
상황별 시뮬레이션 통해 팀워크-리더십 훈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MBA) 와튼스쿨의 시작은 학기가 열리는 9월이 아니라 8월 초부터 이뤄지는 ‘프리 텀(Pre-Term)’이다. 학교에서는 프리 텀 기간 학생들의 교류 및 팀워크 강화를 위해 5, 6명씩 ‘학습 팀(learning team)’을 짜준다. 이때 인종, 성별, 국적, 과거 경력이 다른 학생들을 한 팀에 넣어 서로 배우도록 배려한다. 팀에 속한 학생들은 1년간 대부분의 수업을 같이 듣고, 프로젝트도 함께 수행한다.

프리 텀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정량분석에 기반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훈련하고, MBA 졸업 후 필요한 리더십을 개발하는 것이다.

○ 정량적 사고가 왜 중요한가

프리 텀의 첫 번째 과정은 바로 MPT(Math Proficiency Test)다. 이는 수학 개념을 실제 비즈니스 문제에 적용해 해답을 찾아야 하는 상당히 어려운 시험이다. 로그함수의 미적분, 한계비용 함수의 개념, 실제 기업에서 어떻게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지를 한꺼번에 묻는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당황한다. 프리 텀과 실제 수업을 들어보면 수학, 나아가서는 정량적 사고가 와튼스쿨에서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학교 측은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합리적 의사결정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여긴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각자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수업을 준비한다. 그리고 어떤 토론에서든 학생들에게 본인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정량적 수치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향후 학생들이 실전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정량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해 정확히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시뮬레이션으로 배우는 리더십

올해 프리 텀의 특징은 일주일간의 리더십 강의 및 시뮬레이션 과정이다. 이 과정은 세계 최초로 상황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스스로 평가해보는 재미난 수업이다. 러닝 팀의 팀원들은 가상 회사의 회계, 재무, 인사관리(HR), 마케팅, 영업, 연구개발(R&D) 책임자 역할을 부여받으며 9년 동안 회사를 경영한다. 이 기간에 책임자 6명은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의 역할에 맞는 의사결정 연습을 한다.

여기에는 내년 경영 계획 수립, 채용 등 부서별 의사결정을 비롯해 신사업 진출 같은 전사적 의사결정도 한다. 이때 팀원들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지, 다른 사람이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강도 높은 토론과 실습을 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팀원들은 동료에 대해 엄격한 다면평가를 내린다.

필자의 러닝 팀은 뛰어난 영업력으로 미국의 한 재보험회사 부사장까지 지냈던 줄리아나, 미국 서부에서 제법 큰 규모의 가구업체를 운영하다 온 중국계 미국인 제임스, 태국 최고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한 회계사 난, 그리스 출신의 투자은행가 야니, 수학 천재인 인도계 투자은행가 아르티로 구성됐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팀원들이 역할을 분담할 때 본인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 생소한 분야를 서로 나서서 맡겠다고 한 점이었다. 필자가 한 친구에게 이에 대해 묻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온 거지.” 이런 친구들과 앞으로 2년을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야말로 프리 텀이 필자에게 준 가장 큰 소득이다.

송원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 Class of 2011 wonsong@wharton.upenn.edu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1호(2009년 9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트렌드 돋보기/힘 잃은 포지셔닝… 대안은 진정성

전통적 마케팅 방법론에서 가장 중시됐던 ‘포지셔닝’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광고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존도가 줄어들었고, 포지셔닝을 통해 창출되는 새로운 시장 규모가 미미해졌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의 발달이 소비자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 포지셔닝의 힘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지셔닝의 대안은 무엇일까?

▼City Innovation/400년 망각에서 되살아난 브뤼헤

벨기에의 중세풍 도시 브뤼헤는 한국인에겐 낯선 곳이지만, 유럽에서는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하지만 브뤼헤가 처음부터 이렇게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브뤼헤는 15세기 후반부터 정치 불안정, 항구 기능의 쇠퇴, 산업의 몰락으로 인해 역사 속 도시로 전락했다. 하지만 주민과 정부가 합심해 낙후된 도시의 단점을 중세 유적 보존, 수로 개설, 철저한 관광자원 관리를 통해 장점으로 승화시켜 관광 문화 도시로 변신했다.

▼Academia & Business/컨버전스를 선택하는 섬세한 순간

기술이 발달하면서 ‘카메라폰’처럼 한 기기에 여러 기능을 갖춘 컨버전스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컨버전스 제품은 하나의 기능만을 갖춘 단독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컨버전스 제품은 고성능보다는 여러 기능을 함께 쓸 수 있는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고, 단독 제품은 편리성보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Harvard Business Review/전략, 산업 환경도 바꿀 수 있다

기업 전략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산업 환경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가정하는 ‘구조주의 전략’, 둘째는 스스로 산업 환경을 재정의하기 위해 노력하는 ‘재건주의 전략’이다. 둘 중 어떤 전략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 가장 적합할지를 결정하려면 환경 매력도, 활용할 수 있는 역량 및 자원 등을 고려해야 한다. ‘블루오션 전략’으로 유명한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모보르뉴 교수의 새 논문을 소개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