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병일]‘여수의 꿈’은 기 소르망의 상상력보다 크다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기 소르망은 역시 세계적 석학임에 틀림이 없다. 동아일보 칼럼(8월 25일자 A31면)을 통해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의 비전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통렬히 날카로웠고 교훈적이었다. 조금 아쉽다면 그의 말마따나 제한된 정보를 근거로 기술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은 확실히 해두고 싶었던 핵심요소를 지적했으므로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 소르망의 칼럼 요지는 엑스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이상으로 중요한 글로벌 이벤트인데 국민적 무관심이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여수엑스포 비전이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초안했듯이 극단 생태환경주의 시각을 대변하면서 과학을 배제하고 있어 인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박람회가 될지 극히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과 같이 많은 사람이 여수엑스포를 해양환경 박람회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엑스포 주제(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가 주는 이미지가 워낙 낭만적이고 강하다 보니 그렇게 인식해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더욱이 최근 개최된 세계 엑스포가 환경보호 중심으로 흘렀고, 과거에 바다를 주제로 했던 박람회와 차별화하기 위해 기후변화 등 환경적 요소를 우리가 강조한 점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여수엑스포의 비전은 환경인가, 과학인가? 비전은 목적의식을 갖고 실현해 보고 싶은 미래 꿈이라는 점에서 환경이냐, 과학이냐는 논쟁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비전은 여수엑스포가 추구할 목표와 밀접히 연관돼야 한다. 따라서 여수엑스포의 비전은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첫째, 엑스포의 목적이 대중의 계몽과 교육을 통한 인류발전 추구라는 점에서 바다를 통한 실질적 인류발전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엑스포는 이벤트라는 점에서 흥행도 성공시켜야 한다. 셋째, 개최지역의 재생과 국가혁신의 계기가 돼야 한다.

세 가지 모두 똑같이 중요하지만 개최국 관점에서는 마지막 셋째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개최지 여수는 서울로부터 406km 떨어진, 인구 30만 명이 채 안 되는 중소도시로서 엑스포를 감내할 만한 도시기반시설이 없어 박람회장과 직접지원 시설에만 2조 원 정도의 순 투자가 불가피하다. 엑스포 이후 활용할 지역수요는 전무하다고 평가된다. 엑스포는 결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고 단지 변화의 계기를 제공할 뿐이다. 잔치가 끝난 이후 썰렁한 박람회장, 대전박람회의 실패를 거듭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결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즉 해양도시 여수지역 재생과 국가혁신에 기여할 전혀 새로운 신성장동력 수요를 만들어 내는 길이 유일한 출구이다. 이 신성장동력은 박람회 주제와 21세기 전 인류적 발전과제인 녹색성장과 밀접히 연계돼야 위의 첫째 및 셋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바다의 녹색성장, 신해양 녹색경제(Blue Economy)의 창조가 바로 해답이고 여수엑스포의 비전이다. 바다의 녹색성장은 이제 시작이다. 기존의 녹색성장이 시스템의 환경적 개선이라면 바다의 녹색성장은 해양에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에너지환경기술(ET) 등 창조적 과학과 기술이 융합된 전혀 새로운 녹색 바다경제의 창조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블루 이코노미’라고 붙이고 있다.

기 소르망의 주장은 일부만 옳다. 여수엑스포는 과학과 환경이 조화된 블루 이코노미를 통해서 농업 산업 정보혁명에 이어 바다혁명이라는 ‘제4의 물결’의 창조를 꿈꾼다. 여수엑스포는 다도해 지역재생, 국가혁신 그리고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것이다.

김병일 2012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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