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강약 조절에 실패한 백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5분


프로기사들은 고분고분 받아주는 수를 생리적으로 꺼린다. 바둑판 위는 피 튀는 전쟁터여서 기세 싸움이 중요한데 상대의 의도를 쉽게 받아 주는 것은 곧 굴복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물러서야 할 때 반발하다가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백 14와 같은 수가 지나친 반발. 15의 곳에 곱게 받아 상변 백 집을 지켰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온소진 5단은 백 14로 회돌이 치는 수에 매력을 느꼈다. 안형준 2단은 이를 외면하고 흑 15로 백 집에 한발 더 들이민다. 온 5단은 ‘아차’ 하고 후회했지만 이젠 백 16으로 받아 줄 수밖에 없다.

실리 부족인 흑은 25, 27로 계속 들이민다. 이 돌이 끊길 우려가 있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온 5단은 본때를 보여주려는 듯 백 30으로 젖혔지만 이건 너무 강했다. 흑 35의 축머리가 성립해 흑 37로 깨끗이 살아가선 흑이 많이 따라잡았다.

백 30으론 참고도 백 1로 참는 수가 좋았다. 이어 백 5, 7로 차단했으면 여기서 승부를 끝낼 수도 있었다. 백의 강약 조절 실패로 형세가 요동치고 있다. 21…○.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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