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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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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북의 18배, 무역량은 무려 226배다. 남북한 청소년의 키 차이는 ‘인종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벌어졌다. 1990년대 북에선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으며, 지금도 수많은 탈북자가 세계의 낯선 땅을 떠돌고 있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은 북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났다. 그러나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모두 몰락하는 세계사적 전환기 이후에도 북은 변화를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이 체제를 지켜줄 것이라는 미망(迷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신(新)평화구상’을 밝혔다. 북이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포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비핵·개방·3000 구상’의 기본 원칙 및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 방안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다.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북이 자립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경제 교육 재정 인프라 생활향상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협력한다는 프레임이다.
이 대통령이 남북 간 재래식 무기 감축과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의 설치를 제안한 것은 우리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재래식 무기 감축은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현재로선 추진동력이 없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에도 유념해야 한다. 북한도 과거 남북 군 병력 10만 명 감축을 주장한 적이 있다. 재래식 전력 감축은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주변국의 군축과 맞물려 추진해야 하는 미묘한 사안이기도 하다.
국제사회는 지난 10여 년간 북의 핵 개발을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애썼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북의 속임수와 벼랑 끝 전술도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한국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동참하고 있다.
북이 체제를 유지하고 주민을 살릴 유일한 방도는 핵을 포기하고 동족과 국제사회가 내민 손을 잡아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북은 미국과의 직접대화에 목을 걸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역시 핵 포기를 전제로 한 대화와 지원이란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미 공조는 북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이 통하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 북이 남북대화 재개와 평화공존을 위한 남한 정부의 제의에 적극 호응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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