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어이구 먼길 오셨네” 축의금 접수하는척 슬쩍

  • 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고급예식장 범행 60대 덜미

오지랖 넓은 오촌 당숙쯤 되나 했다. 양복을 빼입고 점잖게 베레모도 썼다. 결혼식장을 찾은 하객들에게 “어이구, 먼 길 오셨다”며 인사도 나눴다. 손수 축의금 접수도 하고 식권도 나눠 줬다. 붐비는 축의금 접수대 앞에서 봉투를 여러 개 손에 든 하객에게 “축의금을 대신 접수해 줄 테니 방명록을 쓰라”며 다가갔다. 하객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사이 양복 안주머니에 봉투를 슬쩍 넣었다. “저 녀석이 벌써 저렇게 커서 장가를 가네.” 식권을 받아 하객 사이에 끼어 식사도 하고 갔다. 김모 씨(60)의 연기는 완벽했다. 아무도 김 씨가 절도범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김 씨는 경기 시흥시에 살았지만 주로 서울 강남 일대 고급 예식장을 범행 장소로 삼았다. 사는 곳과 가까운 예식장에서 축의금을 훔쳐봤지만 수입이 좋지 않았기 때문. 강남의 고급 예식장이 축의금도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 김 씨는 무대를 강남으로 옮겼다. 6월 20일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고급 예식장에서 한 번에 봉투 16개를 가로채 현금 300만 원을 훔쳤다. 2월부터 최근까지 밝혀진 범행만 6차례로 훔친 돈은 750만 원에 달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4일 혼주와 친척 사이인 것처럼 가장해 축의금 봉투를 가로챈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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