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칼럼]사교육 대책은 없다

입력 2009-07-02 20:17수정 2009-09-22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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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단의 사교육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기투합했던 곽승준 국가미래기획위원장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2차 거사’가 다시 힘을 잃고 있다. 곽 위원장은 4월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심야 학원교습 금지 같은 강도 높은 대책을 제시했다. ‘1차 거사’였다. 그러나 지난달 3일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사교육 대책’에는 곽 위원장이 내놓았던 방안들이 제외됐다.

곽승준 정두언 案이 놓친 것

정 의원은 지난주 ‘7대 긴급대책’을 발표하며 다시 점화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교육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교과부는 지금까지 뭘 하고 있느냐’고 질책한 직후였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을 쥔 교과부는 ‘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곽 위원장 등의 비분강개한 목소리에는 진정성이 있다. 1년 중에서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여름방학이 곧 시작된다. 경제는 최악이고 서민 소득은 줄고 있다. 교과부 정책은 별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사교육비 문제를 이대로 놔둘 거냐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대안도 과거 사교육 대책들이 지녔던 취약점과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학습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고교 1학년 내신을 대학입시에서 반영하지 않는 방안은 고1 교실을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학생들로서는 입시와 관계없는 수업을 듣지 않고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는 게 유리하다.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은 지난 정권에서도 논쟁이 치열했던 것이다. 절대평가는 학생 모두에게 100점 만점을 줄 수도 있는 제도이므로 ‘내신 부풀리기’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이렇게 되면 대학은 내신을 신뢰하지 않고 수능시험 비중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기준으로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심야 학원교습 금지나 입학사정관제 확대 역시 ‘음성 고액과외 확대’와 ‘또 다른 사교육 수요’ 같은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이들은 교육 현장이 거대한 시장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시장 안에서 각 주체는 자신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대학은 누가 뭐래도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으려 한다. 대학 스스로 생존하기 위함이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집착하는 것은 명문대 진학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된 직업을 찾아 교사가 된 교원들은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학원은 연간 20조 원의 사교육 시장에서 이윤 추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여기에 ‘교육열’이라는 합리적 시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한국 특유의 정서까지 겹쳐져 있다. 규제가 얼핏 달콤해 보이는 수단이기는 해도 현실적으로 먹히지 않는 구조다.

규제의 달콤한 환상에서 깨어나야

사교육을 줄이려면 긴 호흡을 갖고 교육의 전체 흐름을 생산적이면서 건강한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것만 쫓아다니다가는 혼란을 자초하고 소모적 논쟁으로 날을 지새울 공산이 크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는 충분한 교훈을 얻었다. 이 점에서 학원 단속을 강화하거나 ‘방과 후 학교’ 같은 저렴한 사교육 대안을 제공하는 주변적인 대책은 있을지 몰라도 사교육 대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사안일에 빠진 학교도 있지만 잘하는 학교가 의외로 많다. 이들을 찾아내 격려하고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학생의 선택권을 넓혀 학교 사이에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 정권이 처음 내걸었던 자율과 경쟁이 옳은 방향이라는 확신을 다시 세우길 바란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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