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덕민]북핵실험, 협상용 아니다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핵실험 관련 뉴스를 보다가 조금 화가 났다. 대미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핵실험을 감행해도 모두 협상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한때 우리 정부조차 그런 인식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본질을 호도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는 것은 대화용이 아니다. 본질은 북한이 착실히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화용이 아니라 핵무기를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탄두의 완성도를 높여 가는 과정에서 현 시점에서의 2차 핵실험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더욱이 1차 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실험에도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거의 동시에 실시했다. 명백히 실전용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이다.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의 신뢰성을 높이고 핵탄두를 정교화하기 위한 실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물론 북한은 일관되게 핵무기를 개발해가면서 대내외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적극 활용하여 왔다.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통해 대외적으로 얼마나 재미를 보았는지 우리는 잘 안다. 동결, 폐쇄, 불능화 등 현란한 용어를 총동원한 합의문이 양산되고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보상을 챙겼지만 그 결과는 2차례의 핵실험이 말해준다.

긴장 이용해 후계구도 구축 포석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대내 정치적 측면에서도 적극 활용한다. 1993년 준전시상태선포,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노동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의 초긴장상황을 초래한 가운데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에 취임하여 명실공히 군의 실권을 장악해 후계구도를 완성했다. 1998년에는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유훈통치를 끝내고 국방위원회를 최고권력기관으로 만들어 선군체제를 제도화했다. 이번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는 대미 압박의 측면보다도 국내정치적 요인이 중요했다. 4월에 전향적 대북정책 방향을 표방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 방북을 거부하면서까지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고 이어 발 빠르게 헌법개정,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 재편, 군수뇌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그리고 핵실험까지 감행하여 한반도의 긴장 상황과 미국과의 전면적인 대결국면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북한은 대외 긴장상황을 활용하여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흔들리는 체제를 결속하고 권력구조를 재편하고 체제를 정비하는 중이다. 후계구도의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다. 북한은 체제 결속, 권력 재편 및 후계구도 발판 구축을 위해 일정 기간 대외 긴장상황이 필요하다. 대결국면 기간은 북한 내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체제 정비를 마무리하면 대결국면을 타개할 단초(tip)를 미국에 전달하여 분위기의 극적 반전을 노릴 것이다.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를 석방할 의사와 함께 미-북 고위급회담을 전제로 장거리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과 9·19공동성명을 이행할 의사를 전달할 것이다.

체제 정비되면 국면반전 노릴 듯

핵실험이 말해 주듯이 현재의 협상 프로세스는 북한 핵미사일 부대가 실전 배치되는 일을 막지 못한다. 지난 20년간 핵협상 과정에서 반복되는 북한의 벼랑끝 행동과 핵무기 개발 기정사실화 움직임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피로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도 소극적으로 관망만 한다. 역설적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공히 대북피로를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의 적극적인 외교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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