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자살 뿌리친 판사님 고백에 힘 얻었어요”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7분


자살을 ‘살자’로 바꿨던 서울동부지법 이우재 부장판사의 사연이 본보에 소개된 6일, 기자는 경북 안동에 사는 K 씨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자살을 생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우울증에 걸려 죽게 생겼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못하는 겁니다. 현직 부장판사도 혹독한 자살 충동을 겪었고, 또 그걸 이겨낸 경험담을 털어놨다는 게 큰 힘이 되네요.”

K 씨는 이 판사처럼 가정과 직장 문제로 극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상담원들과 얘기해 봐도 틀에 박힌 조언뿐이었다”며 기자에게 이 판사와 통화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자살카페’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임모 씨(29)도 e메일을 보내 “이 판사의 사연을 보고 우울증이나 자살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달 초 극약을 먹고 동반자살을 하기 위해 충남 아산의 한 모텔에 들어갔다가 객실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임 씨는 “자살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끼리 암울한 얘기만 나누다 보니 살아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자살할 궁리만 계속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게 돼 자살의 유혹에 시달렸던 방송인 손숙 씨도 이날 자살 위기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조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여러 번 뛰어내릴까 했지만 ‘이제 바닥은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한 템포씩 늦추다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살면서 휘어져도 되는데 부러져 버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휘어지면 그 반동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자살 충동을 이겨낸 사람들이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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