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창희]대북 액션플랜 美와 공조를

  • 입력 2009년 4월 29일 02시 59분


북한이 1년 치 식량부족분을 탕진하면서까지 로켓 발사를 강행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끌고자 했으나 워싱턴의 반응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발등에 떨어진 경제위기 극복에 정신이 팔린 미국은 북한의 협박에 귀를 기울일 형편이 아니다. 백악관 외교안보팀의 관심사도 이란 핵개발,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 파키스탄 불안정, 그리고 이스라엘의 중동 관계에 온통 집중돼 있다. 국무부의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인사도 겨우 마무리되어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취임 100일이 지난 오늘까지 미국의 대북한 정책의 밑그림이 잘 보이지 않았던 이유다.

동북아 지역이 미국의 대외정책 최우선 순위에서 빠져 있는 데 대해 북한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뇌중풍으로 마음이 급해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매제 장성택과 아들 중 하나 그리고 친위 군부로 구성될 집단후계체제의 정당성을 높여줄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대북 유화정책에 취해 있던 북에 상호주의의 원칙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출현은 깊은 좌절감을 안겨줬을 것이다. 달콤한 현금 공급원이던 개성공단마저 이제는 북한 군부에 계륵과 같은 존재이자 체제이완의 위협요소로까지 인식된다.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살해, 개성공단 유사 인질극, 대남 위협 언동은 모두 이제 북이 협상 게임의 판을 새로 짜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2012년 강성대국 완수를 기치로 경제강국 건설을 공약처럼 내건 북으로서는 미국 일본과의 담판을 위해 위험한 도박이라도 해야 할 처지다.

궁지에 몰린 북 집권층이 염두에 두는 전략은 위협카드의 종류를 최대한 늘리고 긴장고조를 단계적으로 구체화함으로써 미국을 협상의 장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미국이 끝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서해 도발, 게릴라 침투, 야포 국지공격 등 동맹국 한국 사회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초래할 무력 도발까지 감행할 수 있다. 그러면서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겨우 잡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한반도 평화상태의 경제적 가치 운운하며 칼자루가 북한에 있음을 각인시키려 들 것이다.

다행히 우리 군이 필요한 만큼의 정밀 응징보복 능력을 갖추고는 있으나 독이 잔뜩 오른 북한에 군사력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 걱정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폭탄의 소형화와 탄두화에 성공하여 노동 및 스커드 미사일에 탑재하였다고 협박할 경우이다. 이 점이 미국과 달리 우리와 일본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정립을 한가롭게 기다릴 수 없는 이유이다. 심지어 미국은 필요하다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활용하여 한반도에서 극단적 상황, 즉 분쟁 확대를 억제하는 수준에서 관망하려 할 수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로부터 먼저 탈출해 위기를 기회로 역이용하는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에게 이런 남북관계 장애물은 사활적인 극복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진행형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는 우리대로 좀 더 포괄적인 정책옵션을 포함한 액션플랜을 만들고 선제적으로 그 비전을 미국 일본과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 100일에 미국의 대북정책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고 더욱이 세계적인 여건이 우리 편에 있지 않다. 다가올 6월의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은 미래 한미동맹 설계의 원칙을 양국 정상이 공유하고 대내외에 과시할 소중한 기회이다. 이 역사적 이벤트가 우리가 주도하는 한반도 상생공영 프로세스가 개시되어 새로운 차원으로 동맹을 격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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