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우주]돼지인플루엔자 막을 수 있다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북미에서 4월부터 시작된 돼지인플루엔자(Swine Flu)가 세계적으로 확산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20명, 멕시코에서 1600여 명의 의심사례에 100여 명의 사망자를 기록할 정도로 급박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 긴급회의에서 돼지인플루엔자 대유행의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국제적인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선포해 각국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은 26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과 주정부기관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했다.

사스-AI 겪으며 대응능력 키워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비하고 준비해야 하는가. 작년의 광우병 사태와 같은 혼란을 피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실과 과학적 근거에 의한 대응 대비가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돼지인플루엔자는 돼지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H1N1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급성호흡기 감염을 일으키고 일부에서 폐렴을 합병하여 사망을 초래한다. 주관심사는 돼지인플루엔자가 대유행으로 진행할지인데 돼지인플루엔자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효과적인 감염전파 능력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WHO는 조만간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사례의 임상소견, 역학조사, 바이러스 특성 규명을 통해 현재 3단계인 대유행 단계를 격상시킬지 판단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조류인플루엔자(AI)를 겪으면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응·대비 계획을 2006년에 세웠으므로 이를 돼지인플루엔자의 방역에 적용하면 된다. 뉴질랜드 프랑스 이스라엘에서 멕시코 여행객의 돼지인플루엔자 의심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므로 국내 돼지인플루엔자 발생은 북미지역 여행객을 통한 유입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공항과 항만을 통한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사례 유입을 중점적으로 감시하고 적절히 격리해 국내 전파를 차단해야 한다. 또 돼지인플루엔자의 확진 검사법을 조속히 확립하여 진성환자만 정확하게 격리 및 치료하도록 해야 한다.

돼지인플루엔자는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할 수 있으므로 환자를 조기에 진단하고 투약하면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가적으로는 이미 대유행에 대비하여 250만 명분의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했으므로 이번 기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돼지인플루엔자 유행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항바이러스제의 비축량을 늘릴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돼지인플루엔자가 국내에 유입되는 경우를 가정하여 의료기관은 환자의 진료, 진단 및 격리 조치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며, 공중보건당국은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항바이러스제 및 방역보호장비의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돼지인플루엔자는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으로는 예방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인 돼지인플루엔자에 대한 백신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향후 진전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돼지인플루엔자가 매년 겨울철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의 한 종류로 정착될 가능성이 있는데 연례적인 백신 접종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올겨울부터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할 정도로 연구개발 능력을 확보했으므로 돼지인플루엔자 백신도 국가와 민간이 협력하면 1, 2년 안에 사용이 가능하다고 예측된다.

당국, 백신 개발 서둘러야

돼지인플루엔자가 대유행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국민 사이에 과도한 불안은 금물이다. 광우병 사태에서와 같은 오해와 혼란을 피하기 위해 공중보건당국은 처음부터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 위해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돼지인플루엔자 역시 신종 전염병의 한 가지로 사회 국가 인류에 커다란 도전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2003년에 사스를 슬기롭게 방어했듯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처한다면 큰 피해 없이 넘길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교수 구로병원 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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