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경제 탐정]KT주식 시장가보다 싼 매수청구… 왜?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6분


KT 하루거래 수백억 규모

한꺼번에 물량 나오면

장내주가 급락 가능성

충격 피하려 낮은값 청구

신문을 읽던 경제탐정의 눈에 기사 하나가 들어왔다. ‘KT에 따르면 16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산집계 마감 자료와 자체 접수한 매수청구행사 주식 수를 합산한 결과 매수청구 행사 물량은 KT 45만1038주(총 주식 수 대비 0.16%), KTF 957만7753주(5.09%)로 최종 집계됐다.’

KT나 KTF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자신이 가진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른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권리’이기 때문에 행사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경제탐정이 주목한 것은 KT 주주도 일부 매수청구를 했다는 대목이었다. 2월 말 KT의 주가가 떨어져 합병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KT는 자사주 5000억 원어치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가 떠받치기’에 나섰다. 이후 KT 주가는 매수청구 예정가격인 3만8535원을 대부분 웃돌았다.

KT에 문의했더니 주식매수청구가 들어온 시점은 역시 주가가 3만8535원보다 더 비쌀 때였다고 한다. 결국 주식매수청구를 요청한 주주들은 시장에서 파는 게 다만 얼마라도 더 남는 시점에서 굳이 더 싼 가격에 KT에 사달라고 요청한 꼴이 됐다. KT 측에 따르면 3, 4개 외국 기관투자가가 국내 은행을 대리인으로 해 주식매수를 청구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거래가 이뤄진 까닭은 뭘까. 증권거래에 정통한 한 지인은 “거래량에 주목하라”고 힌트를 준다. KT는 시가총액이 10조 원이 넘는 대형주지만 기관투자가 보유 물량이 많아 하루 거래금액은 수백억 원에 그친다. 수십억 원의 물량만 장에 나와도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주식매수청구가 들어온 금액은 총 170억 원에 이른다.

천영환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식을 처분하려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하든지, 장내에서 매각해 현금화하든지 둘 중의 하나였는데 해당 펀드의 규정 때문에 시장에서 직접 팔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 충격을 주면 오히려 자기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 결국 가격이 조금 낮아도 매수청구를 하는 게 오히려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손해가 확실한데 더 싸게 팔 리 없지.’ KT의 주가는 3거래일째 떨어져 20일 종가로 3만7500원에 머물렀다.

::주식매수청구권::

상장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주요 사업 분야를 양수 양도하는 등 기업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주주가 반대의사를 표명할 경우 회사 측이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도록 한 주주 보호 조치.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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