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여중생 “귀가 늦어 혼날까 봐…” 납치 자작극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5분


중학생 딸을 둔 A 씨(43)는 1일 밤늦게 귀가한 딸(14)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딸의 옷이 찢기고 머리카락이 마구 헝클어진 채 울먹이며 들어왔기 때문이다.

A 양은 어머니에게 “오후에 집으로 오다 40대 남성에게 차량으로 납치돼 눈과 입을 테이프로 가린 채 집으로 끌려가 성추행 당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A 양 학교 인근에서 혼자 사는 남자 집을 찾기 위해 호구조사를 벌였고 A 양이 지목한 차종의 차량 소유자와 동일 수법 전과자를 상대로 행적 조사에 나섰다. A 양의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 수사도 벌였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던 경찰은 13일 밤 A 양 친구로부터 ‘허위 신고’라는 얘기를 듣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A 양 친구는 “1일 오후 A 양과 함께 3학년 선배들에게 끌려가 훈계를 듣고 귀가가 늦어지자 A 양이 어머니에게 혼날까 봐 두려워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양이 성추행 당한 사실을 어머니가 믿도록 머리핀으로 옷을 찢고 가방을 친구 집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며 “A 양의 자작극 수준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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