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KTX기술 美수출작전이 성공하려면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日총리까지 동원 신칸센 홍보

한국도 범정부차원서 나서야

한국 고속철도(KTX) 기술이 미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사실을 아십니까? 최근 미국 연방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구체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동안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해 온 한국 컨소시엄인 ‘GRC(Global Rail Consortium)’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GRC에는 ㈜한국철도기술공사 신원종합개발 울트라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고, 조만간 국내 5대 건설사 중 한 곳이 정식으로 가세할 계획입니다. GRC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보기술(IT)기업과 철도 관련 업체들도 사업이 구체화되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11개 노선의 고속철도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 GRC가 사업권을 따려는 곳은 미국 내 첫 번째 고속철도 노선이 될 플로리다 주의 탬파∼올랜도 구간입니다. 총 건설비는 약 40억 달러 규모이지요.

GRC는 탬파∼올랜도 구간이 미국 고속철도의 표준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업권을 확보하면 앞으로 추진될 다른 노선의 사업권을 따내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러나 GRC와 경쟁하는 회사가 미국의 세계적인 건설사인 플루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구나 최근 플루어는 4월 2일 열릴 예정인 플로리다 주 정부 고속철도 공단의 회의를 앞두고 일본의 신칸센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신칸센 기술의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GRC는 최근 한국 정부에 ‘KTX 기술 세일즈’를 펼쳐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국토해양부는 1월 담당자를 미국에 파견했고 주미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현지 정보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첫 번째 고속철도가 KTX 기술로 운행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가슴 뿌듯한 일입니다. 브라질이나 러시아 등의 고속철도 사업에 진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미국에 KTX 기술을 수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세형 경제부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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