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범정부차원서 나서야
한국 고속철도(KTX) 기술이 미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사실을 아십니까? 최근 미국 연방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구체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동안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해 온 한국 컨소시엄인 ‘GRC(Global Rail Consortium)’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GRC에는 ㈜한국철도기술공사 신원종합개발 울트라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고, 조만간 국내 5대 건설사 중 한 곳이 정식으로 가세할 계획입니다. GRC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보기술(IT)기업과 철도 관련 업체들도 사업이 구체화되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11개 노선의 고속철도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 GRC가 사업권을 따려는 곳은 미국 내 첫 번째 고속철도 노선이 될 플로리다 주의 탬파∼올랜도 구간입니다. 총 건설비는 약 40억 달러 규모이지요.
GRC는 탬파∼올랜도 구간이 미국 고속철도의 표준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업권을 확보하면 앞으로 추진될 다른 노선의 사업권을 따내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러나 GRC와 경쟁하는 회사가 미국의 세계적인 건설사인 플루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구나 최근 플루어는 4월 2일 열릴 예정인 플로리다 주 정부 고속철도 공단의 회의를 앞두고 일본의 신칸센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신칸센 기술의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첫 번째 고속철도가 KTX 기술로 운행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가슴 뿌듯한 일입니다. 브라질이나 러시아 등의 고속철도 사업에 진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미국에 KTX 기술을 수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세형 경제부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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