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강석훈]공적자금, 공짜자금이 아니다

  • 입력 2009년 3월 17일 19시 51분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볼 만한 업종을 뽑으라면 당연히 은행업이 최고로 뽑힐 것이다. 은행업의 기본 중의 기본인 리스크 관리는 소홀히 한 채 대출에만 열을 올리다가 대출한 자산이 부실화되면 정부라는 산타클로스가 나타나 처리해 준다. 자기 집에 예금하러 온 손님들에게 우리 집 예금보다는 옆집의 펀드가 좋으니 그걸 사라고 권유하다가 막상 은행의 유동성이 부족하게 되면 또 정부라는 산타클로스가 나타나 처리해 준다. 몇 개 안되는 은행들이 독과점력을 이용해 수조 원씩 이익을 올리며 임직원에게는 보너스 잔치를 하다가 부실화되면 다시 정부가 나서서 도와준다. 세상에 비즈니스 치고 이만한 비즈니스가 없다.

정부가 은행자본확충펀드 20조 원을 조성해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해주기로 한 데 이어 금융안정기금을 추가적으로 조성해 금융기관들의 자본 확충에 사용할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더하여 최대 40조 원의 구조조정기금을 만들어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처리해 주기로 했다. 20조 원은 학자금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대학생 50만 명의 4년 치 대학등록금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등록금 때문에 어려워하는 주변의 많은 학생들을 생각하면 수십조 원을 동원해 얄미운 은행을 도와주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일이다.

은행부실경영, 국민부담으로

그런데도 은행자본확충펀드, 금융안정기금 그리고 구조조정기금 조성에 찬성하는 이유는 현 상태에서 국민경제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금융과 기업부문의 부실이 현재화한 이후에 대응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더 큰 부실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이 결국 국민의 혈세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적자금 집행의 효율성을 기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외환위기 당시 부실채권정리기금의 경우 투입액 대비 110% 이상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그러나 외환위기 시기에는 자산가격이 폭락한 상황이었고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투입되는 구조조정기금의 회수율은 원금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회수율이 낮을수록 부족한 부분은 국민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향후 구조조정기금의 투입과정에는 기대 회수율 극대화라는 원칙을 제1원칙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은행자본확충펀드의 경우 은행의 신청에 따라 정부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자금지원을 받은 은행들의 부실한 경영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조그마한 사업을 하다가 그 사업이 부실해져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 대출자는 인생이 파국을 맞을 정도로 거의 무한대의 책임을 진다. 그런데 은행을 잘못 경영해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는 수조 원을 보조받은 은행은 아무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적자금이 아니라 주인이 명확한 자금을 은행에 지원한다면 이런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향후 은행자본확충펀드이든 금융안정기금이든 간에 어떠한 형태의 지원을 받은 경우에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제대로 쓰이는지 철저 감시를

공적자금의 낭비를 감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정비도 중요하다. 현재 금융안정기금은 한국정책금융공사에서, 구조조정기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그리고 은행자본확충펀드는 민관합동의 운영위원회가 관할하게 돼 있다. 물론 공적자금의 엄정한 집행에 대해 국회가 사후 감사를 할 것이다. 그러나 항상 보아 왔듯이 국회의 사후 감사는 대개 ‘수박 겉핥기’식으로 흐르고 정쟁(政爭)으로 본질이 왜곡되는 사례가 많다. 공적자금의 조성단계부터 집행단계에까지 효율성, 공정성, 수익성의 관점에서 전 과정을 철저하게 모니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요구된다. 국민들은 공적자금의 1원이라도 헛되이 쓰지 않도록 감시할 권한이 있다.

다시는 은행들이 국민경제를 볼모로 위험한 도박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강석훈 객원논설위원·성신여대 교수·경제학 shkang@sungshin.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