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高환율 단맛에 구조조정 미뤄선 경제 못 살린다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하락세이지만 아직도 달러당 1400원대 후반으로 원화(貨) 가치가 약세라 수출기업에는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1, 2월 미국시장 판매증가율에서 세계 경쟁업체를 제쳤다. 대대적인 할인판매가 큰 효과를 보았는데 환율이 떨어졌다면(원화 가치가 강세였다면) 이런 판매 전략은 불가능하다.

이런 환율 효과가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13일 주주총회에서 “올해 말쯤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일본 전자업체의 경쟁력이 우리를 앞설 것 같아 겁이 난다”고 걱정했다. ‘환율 착시’에서 깨어나자는 호소다. LG전자는 작년 매출 49조 원, 영업이익 2조 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1, 2월 달러 표시 매출은 17∼18% 줄었지만 원화 표시로는 증가했다. 환율 효과를 실적 호조로 착각하면 환율 급락 시 비싼 대가를 치르기 십상이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12일 기업들에 ‘환율 하락에 대비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 재정지출 및 각국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나타내면 평균 환율이 상반기 1308원에서 하반기 1124원으로 폭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환율 급락은 원자재 수입업체, 외화차입 기업엔 호재이지만 수출기업엔 악재다.

채권단이 추진하는 44개 대기업 집단에 대한 구조조정도 기업 간 흡수합병이나 사업철수, 통폐합 같은 실질적인 내용은 거의 없다.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도 버티자는 분위기다. 생산성 향상을 막는 노동경직성 완화도 안 되고 있다. 어떤 기업은 경기가 되살아나 구조조정 없이도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경기가 다시 나빠지면 또 존폐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일본 기업은 구조조정 속도가 빠르다. 최대 가전업체인 파나소닉은 국내외에서 1만5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소니는 연말까지 1만6000명 감원에 나선다. 도요타자동차는 비정규직 6000명, 정규직 1000명을 감원했다. 실적 부진이 엔화 강세(환율 하락)라는 외부요인 탓임에도 자발적 자구(自救)노력에 경쟁적이다. 엔화 강세가 멈춘 뒤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일본기업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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