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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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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면서 초창기부터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가. 공사비 예측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 교량 구조물의 콘크리트가 부실하여 전면 재시공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천성산 터널공사가 중단되는 등 헤아릴 수 없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1단계 구간을 성공적으로 개통했고,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선진 철도에 못지않게 정시율 97%로 운행하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2단계 공사도 이번 일을 계기로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심기일전하여 앞으로 나아가야만 국민과의 약속인 2010년 개통이 가능하다.
녹색성장이 나라의 구호가 된 현실에서 철도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많은 책무를 갖게 되었다. 한 해 국방예산에 맞먹는 23조 원의 교통 혼잡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철도다. 국토이용 효율과 운송시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철도다. 그래서 얼마 전 국회에서 철도발전 녹색성장 100인 선언을 했고, 속초시민포럼이 이례적으로 서울 무역센터에서 춘천∼속초 전철의 조속 착공을 건의하는 모임을 가졌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하철 경전철 건설을 비롯하여 도시교통 개선에 많은 힘을 쏟는다.
철도차량 분야에서도 괄목할 발전을 하고 있다. 순수한 우리 기술로 신형 고속열차(KTX2)를 생산하여 시속 350km의 시험운전을 거처 기존 고속열차(KTX)보다 개량된 열차를 시험운용하고 있다. 철도차량은 부가가치가 높다. 지난해 말 현대로템이 터키에서 전동차 400량을 수주했는데 쏘나타 자동차 5만 대를 수출한 결과와 같다. 자기부상열차도 상당 수준 기술을 터득하여 조만간 시험운전을 할 정도다. 철도기술은 시스템 기술이다. 선로 전력 신호 통신의 건설과 보수, 차량 운전 영업 등 여러 부문이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여야 비로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운영하면서 우리는 많은 점을 얻었다. 값진 경험과 기술의 축적은 국내 철도건설은 물론 해외 철도 수출의 든든한 기반이 된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철도 건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행사에 등장한 미국 철도를 비롯하여 브라질 인도 중국 중동 중앙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철도에 활발히 투자한다. 여러 나라가 건설과 차량을 따로 구입하기보다 시스템으로 일괄 구입하는 경향이 많아 부가가치 창출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반을 다져야 한다. 경부고속철도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호남과 동서고속철도 사업을 잇달아 착수하여 동서남북을 잇는 명실상부한 고속철도시대를 열어야 한다. 휘청거리는 세계경제의 틀 안에서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철도산업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경쟁력이 있고 국내외에 걸쳐 뻗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철도 발전 100인 선언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철도가 제 역할을 하며 발전하도록 모든 철도인이 분발하고 국민이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권기안 한국철도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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