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공병호]오바마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

  • 입력 2009년 2월 21일 03시 21분


“리더는 큰 파도를 기다렸다가 올라타는 서퍼와 같다.” 주일대사로 부임한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지적처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변화에 대한 욕망을 정확히 짚었고 금융위기라는 난국을 이용해서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그가 이번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수습한다면 4년뿐만 아니라 재임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자서전에 드러난 품성과 비전

이 때문에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한 인간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은 앞으로 펼쳐질 리더십의 항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껏 두 권의 자서전을 썼다. 한 권은 정치인으로 입문하기 전인 1995년에 쓴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고 다른 한 권은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 한 해 전인 2006년에 쓴 ‘담대한 희망’이다. 앞의 책은 인간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뒤의 책은 정치인으로서의 안목과 신념 그리고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두 권 모두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삶과 정책을 드러내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미래를 예상해 보는 데 두 권의 책은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말은 순간순간 꾸밀 수 있다. 그러나 정직하게 쓴 책에는 사람 됨됨이나 사고의 폭과 깊이가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적인 훈련이 아주 잘된 인물이다. 특히 정치인과는 전혀 무관하던 시절에 쓴 첫 번째 자서전을 보면 전업 작가를 능가할 정도로 흡인력 있는 글쓰기 능력을 가졌음을 확인할 수 있고 두 번째 자서전에서는 많은 주제에 대해서 또렷하고 체계적으로 신념이 정리된 사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승패에 대해서 낙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제대로 된 지적 훈련이다. 하버드대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용어를 사용하면 ‘훈련된 마음(disciplined mind)’을 갖춘 리더임을 확인할 수 있다. 훈련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결정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일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주는 운명을 피할 수 있다. 성공적인 대통령은 전문가의 머리를 빌릴 수 있어야 하지만 결국은 앞을 내다보거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소유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탄탄한 지적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앞날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지성·자신감·신중함 두루 갖춰

물론 그가 가진 최대 약점은 경험 부족이다. 다른 대통령이 주지사, 주요 행정기관의 장, 혹은 부통령을 거치면서 행정 경험을 쌓은 데 비해 오바마 대통령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3선 그리고 연방 상원의원 2년이 공직 경험의 전부다. 그런 경험 가운데서도 거대한 행정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은 전무하다. 그런 약점을 보완하는 데 그의 지적인 토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사람들은 행정부를 조각하는 단계에서 라이벌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그의 담대함에 놀랐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자질을 이해하는 데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요인이 있다. 입신출세한 사람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아버지의 부재와 젊은 시절 정체성의 위기를 하나하나 극복해 오면서 스스로 만들어온 인생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그의 자서전 곳곳에 녹아 있다. 라이벌의 등용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인은 바로 이 점에 있다. 스스로 삶을 일구어온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그런 대담함이란 요소는 정책 선택에서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험이 일천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 위태위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준 아버지라는 요인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남자들은 아버지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모두 배우게 된다. 케냐 출신의 유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뒤 모국으로 돌아간 똑똑한 아버지가 몰락한 중요한 요인은 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지나치게 잘난 체하고 분별없이 앞서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이다. 독주하지 않으며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의 신중함은 아버지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탄탄한 지적 인프라, 자신감 그리고 신중함이 오바마 리더십의 토대이며, 그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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