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경제 포커스]환율 1500원 돌파… 어디까지 오를까

  • 입력 2009년 2월 21일 02시 59분


당국 적극 개입 부담… 당분간 오름세 전망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석 달 만에 1500원 선을 넘어서며 국내 금융시장이 지난해 4분기(10∼12월)와 같은 혼돈에 다시 빠져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9거래일간 125.50원 오르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역외 등의 달러 매수세가 추격 매수를 불러오며 시장의 심리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당분간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장중 고점인 1525원 선이 환율 상승 탄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환율 급등세는 동유럽 경제위기 가능성과 세계 경제의 침체 등 ‘외부 악재’의 영향이 크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7,500 선 밑으로 떨어져 6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자 불안 심리가 고조된 것.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거래량이 약 39억 달러로 연초 50억∼60억 달러보다 크게 줄었다”며 “최근 아시아 통화를 팔고 달러로 바꾸려는 런던 싱가포르 등 역외의 달러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도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순매수세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10일부터 9거래일 연속 1조5000억 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주식과 원화 가치가 함께 급락세를 보였다. 연초에 수출 감소와 성장률 급감 등 경제 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사들이며 환율 상승 압력을 눌렀던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달러 수요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

수출이 감소하고 3월 결산기업이 배당을 하면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를 송금함으로써 경상수지 적자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3월 외채 만기에 따른 외화 유동성 부족 등 국내 달러 수급 상황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도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전까지는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전 장중 최고치를 넘어서면 상승 탄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환시장에서는 1525원대를 당국이 본격적인 개입에 나서기 시작할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진우 NH선물 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원화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한다 해도 그 효과는 미지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외환딜러들은 동유럽발 금융 불안이 악화되고 각국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집행하는 경기 부양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환율이 160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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