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수지 큰 적자 속에서 희망가 부를 수 없다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1월 수출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0년 이후 최대폭인 32.8%나 격감했다. 무역수지는 작년 12월의 반짝 흑자(6억7000만 달러) 한 달 만에 그 4.4배가 넘는 29억7000만 달러의 적자로 다시 돌아섰다. 정부는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무역수지가 작년 130억 달러 적자에서 올해 119억 달러 흑자로 대폭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그러나 당장 1월에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 정부의 예측력부터 믿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무역수지를 비롯한 국제수지가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겐 국제수지 흑자야말로 경제안정의 필수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수출입 동향의 1월 추세가 당분간 크게 호전될 가능성도 많아 보이지 않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한나라당 인사들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면서 “긍정의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물론 각계 국민이 ‘하면 된다’는 이른바 캔두(Can do) 정신으로 뭉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전제돼야 긍정의 힘도 발휘할 수 있다.

경제의 실제 상황에 비해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정부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더라도 내년에는 그 이상의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위안으로 삼을지 몰라도 10년 전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위기 이후 첫해인 1998년 ―6.7%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이 1999년과 2000년엔 각각 10.9%, 9.3%의 고성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부실 대기업의 부도사태와 해외매각 등으로 경제 기반이 크게 무너졌고 실업 사태 등으로 국민 고통이 컸다.

더구나 지금은 해외 여건이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쁘다.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불황이 극심하고 자국 상품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해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손에 잡히지 않는 낙관론은 정부에 대한 신뢰와 정책 효과를 떨어뜨린다. 국제수지 흑자기조 정착 등 구체적 정책목표 달성에 정부가 그야말로 매진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