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2009 샛별]여자 장대높이뛰기 임은지

  • 입력 2009년 1월 20일 03시 00분


《제1회 한국그랑프리육상대회가 열린 지난해 10월 광주월드컵경기장.

여자 장대높이뛰기 한국기록을 17번이나 갈아치운 최윤희(23·원광대)는 4.10m에서 세 번 모두 실패했다.

남은 선수 한 명이 장대에 몸을 맡긴 채 새처럼 날아올랐다.

바가 잠시 흔들렸지만 자리를 지켰다.

2003년 6월 이후 5년 넘게 지켜온 최윤희의 아성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장대를 잡은 지 8개월 된 임은지(20·연제구청)가 그 주인공이다.》

입문 8개월만에 ‘한국 미녀새’로 날다

○ 2008년 3월 3m→8월 4m

임은지는 부산 망미중학교 때부터 육상 유망주였다. 2003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 100m 허들에서 1위를 한 뒤 각종 대회에서 7종경기(100m 허들, 200m, 800m, 높이뛰기, 포환던지기, 멀리뛰기, 창던지기)와 세단뛰기를 휩쓸었다. 남성여고 3학년 때인 2007년에는 전국체육대회에서 7종경기와 세단뛰기 2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그는 7종경기 대신 장대를 잡았다. 연제구청 임성우(55) 감독의 권유 때문이었다.

임 감독은 “은지는 체격(키 174cm, 몸무게 55kg)과 스피드, 도약 능력, 근성을 모두 갖췄다. 장대높이뛰기로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임은지는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한 달 만에 3m를 넘었다.

기록은 일취월장했다. 4월 3.50m, 5월 3.70m, 6월 3.80m에 이어 8월 4m를 훌쩍 넘었다. 이전까지 4m를 넘은 선수는 한국기록(4.16m) 보유자인 최윤희뿐이었다.

○ 올해는 4.35m를 넘는 게 목표

임은지는 요즘 동계훈련에 한창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고된 훈련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서는 이 고통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는 날에는 여느 20대 여성과 다름없다.

“일요일에는 친구들을 만나요. 함께 시내 구경하고 수다를 떨면 기분 전환이 되죠.”

임은지의 목소리는 시원시원하다. 무남독녀로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란 덕분에 성격도 밝다.

임 감독은 최근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5.40m의 기록을 갖고 있는 김세인(36)을 선수 겸 트레이너로 영입했다. 기록이 월등한 남자 선수와 훈련을 하면 임은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올해 임은지의 목표는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에 참가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기준 기록인 4.35m를 넘어야 한다.

임은지가 100m 달리기 기록을 12초70대에서 0.3초 정도만 줄이고 체력을 보강하면 기록 경신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임 감독의 예상이다. 임은지는 이미 연습경기에서 4.20m를 넘었다.

임은지의 마음은 벌써 2011년에 가 있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한 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예요. 옐레나 이신바예바(27·러시아) 선수와 함께 경쟁하면 더 짜릿하겠죠?”

그의 미니 홈페이지 사진방은 이신바예바 사진으로 가득하다. 사진 밑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이신바예바처럼 되는 그날까지 나는 끝없이 노력할 것이다.’

겁 없는 ‘장대 소녀’의 눈은 5m 바를 향하고 있다.

:임은지는:

△생년월일: 1989년 4월 2일 △체격: 키 174cm, 몸무게 55kg △가족: 아버지 임채관,어머니 임갑태 씨의 외동딸 △혈액형: O형 △출신학교: 부산 연천초―망미중―남성여고 △소속팀: 부산 연제구청 △별명: 미녀새, 금지(‘금메달 따는 은지’ 되라고 친구들이 붙여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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