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除夜의 선동꾼들, 신년의 악담꾼들

  • 입력 2009년 1월 2일 02시 59분


북한이 어제 발표한 2009년 신년사설은 “자주 민주 통일의 구호를 들고 사대매국적인 보수당국의 파쇼 통치를 쓸어버리며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야 한다”고 남한 내 추종 세력을 선동했다. 북한은 이달 출범하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핵 협상 및 관계개선 의지를 전달하면서 남한 정부에 대해서는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하루 앞서 서울에서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보신각 제야(除夜)의 종소리가 시위대 4000여 명(경찰 추산)이 외치는 반(反)정부 구호 속에 묻혀버렸다. 8만여 시민이 참여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축제는 짜증스러운 혼란으로 바뀌었다. 보신각 주변대로는 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1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MB악법 저지 48시간 비상국민행동’과 민생민주국민회의 깃발이 차지했다. 민생민주국민회의는 지난해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후신 격이다. 시위대는 진보신당 당명과 함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이명박 아웃’이라고 쓴 붉은 종이를 흔들며 “이명박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제야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기 위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광우병 괴담을 확산시켰던 바로 그 세력이다. 새로 등장한 단체들도 2002년 ‘효순 미선 양 범국민대책위’, 2005년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와 이름만 다를 뿐 핵심 인사의 면면은 다르지 않다. 일관되게 친북 반미 시위를 벌이는 세력이다.

평화로운 제야 행사를 깽판 친 세력이 북한과 직접적인 연계성을 가졌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우리 사회에 시대착오의 종북주의자(從北主義者)가 많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노동신문이나 평양방송이 어떤 주장을 내보내면 며칠 뒤 서울의 친북반미 단체들이 같은 주장을 하며 시위를 벌인다”고 분석했다.

이번에도 포털사이트 아고라에는 ‘엽총 부엌칼 죽창처럼 날카롭게 자른 쇠파이프 도끼 망치 송곳 연탄집게 사제폭탄을 들고 종각 앞으로!’ 식의 선동이 줄을 이었다. 정부는 ‘자유민주적 법질서 확립’이라는 말만 앞세우지 말고, 불법적인 수단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을 단호하게 다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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