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소말리아 파병’ 여론보다 국익이 먼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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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떠밀려 섣불리 파병을 추진해선 안 된다”, “군사적 조치는 ‘최후 수단’인데 (정부가) 너무 쉽게 본 것 같다….”
정부가 해군 함정의 소말리아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던 계획을 연기한 가운데 당초 파병이 심사숙고 없이 결정됐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파병 방침은 변함없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군이 파병의 실효성과 현지 작전 여건 등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파병 결정에 동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여 전 정부 일각에서 파병론이 제기됐을 때 국방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함정 파병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급하다고 군사 조치에 기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교통상부가 너무 앞서 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 우리 국민을 납치하는 해적을 소탕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정부의 파병 방침이 굳어지자 국방부는 정부합동실사단의 현지 조사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파병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이후 해군 파병 작전이 가능하다는 현지 조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파병 시기와 함정까지 거론되는 등 파병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옥근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11일 국방일보 인터뷰에서 “즉시 파병이 가능하도록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다음 달 국회에 파병 동의안을 상정해 비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자 정부는 파병동의안 제출을 연기했다.
실제 파병에 앞서 따져봐야 할 사안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파병 후에도 납치가 계속될 경우 국민에게 뭐라 설명할 것인지, 피랍 인질의 생명이 달린 상황에서 군이 훈련처럼 구출작전을 할 수 있는지, 중화기로 무장한 해적의 기습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인지 등등.
해군 수뇌부 출신의 한 인사는 “광활한 타국 해역에서 구축함 한 척으로 해적들의 기습 납치극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파병안 제출을 미룬 것도 이 같은 우려를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파병은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군 수뇌부는 여론에 휘말리지 말고 철저히 국익과 군사적 관점에서 파병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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