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대통령, 시장 신뢰 회복의 원점에 서야

  • 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이명박 대통령이 일요일인 어제 청와대에 경제장관들을 불러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금융시장 안정 및 경기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국민과 시장은 다시 월요일을 맞이하기가 겁부터 날 지경이다. 지난주 이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중국 일본 유럽의 정상들과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긴밀한 공조를 다짐하던 중에도 주가는 폭락했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은 근본적으로 세계적 신뢰 위기의 충격파가 워낙 큰 탓이지만 정부의 둔한 대응이 시장의 의구심을 키운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시장은 믿으려 들지 않는다. 정부가 ‘선제적이고 충분하게’ 대응한다는 말과는 달리 지각 대응과 미숙한 일처리, 한국은행을 포함한 경제정책팀 내의 엇박자나 소극적 대응 등이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어떤 대책도 시장에서 약발이 잘 듣지 않는, 정부와 시장이 따로 노는 듯한 현상이 만성화할까 봐 두렵다. 이 대통령이 오늘 국회에서 하는 예산안 시정연설은 경제위기 극복의 전제조건인 시장 신뢰 회복의 새로운 출발선이 됐으면 한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과 은행 지급보증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되 정부가 반성할 점에 대해서는 겸허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책 운용상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고 있어야 하고, 이를 진솔하게 사과하는 편이 시장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 이미 발표한 정책의 완결을 다짐하고, 후속 정책의 방향도 밝히면서 경제 주체들의 동참과 고통 분담을 호소할 일이다.

정부는 어제 회의에서 시장금리 안정, 내수 활성화, 기업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에 관한 전방위적인 종합대책을 이번 주에 내놓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추가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계획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챙겨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금 경제 상황에서 정부는 당연히 금융뿐 아니라 실물 전반에 걸쳐 신속하고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상황 인식과 시장의 눈높이 사이에 어떤 편차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계장관 등 정부 내의 보고만 들어서는 위기의 질량 및 그 대응책에 대한 시장의 인식과 반응을 충분히 감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정책이든 인사(人事)든 대통령이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시장 신뢰 회복의 원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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