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험 거부가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니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실시된 그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주도로 188명의 학생이 시험을 거부했다. 국가에서 만든 문제 대신 교사 개인이 만든 문제로 시험을 보게 하거나, 시험 거부를 유도한 교사들도 있었다. 참으로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교조 교사들의 인솔로 시험 대신 ‘체험학습’을 떠난 일부 학생은 등교 거부를 막기 위해 나선 학부모들에게 “당신들이 시험 보느냐. 시험은 우리가 본다. 꺼져라, 우리도 사람답게 살게 해 달라. 학교는 없어져야 한다”고 외쳤다고 한다. 대체 전교조 교사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기에 학생들이 부모 같은 사람들에게 ‘꺼지라’는 험한 소리를 하게 됐는가. ‘사람답게 살려고 시험을 거부한다’는 주장도 어린 학생들이 ‘세뇌식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하기 힘들다.

교육을 제대로 하자면 평가시험이 중요하다. 학력을 평가해야 교육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고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할 근거도 생긴다. 학력이 뒤처지는 학생들을 가려내 별도 지도를 하고, 정부가 지원할 학교를 가려내기 위해서도 시험은 필요하다.

경쟁을 악(惡)으로 보는 전교조식 교육관은 비현실적이고 대단히 무책임하다. 학생들이 성인이 돼서 살아갈 사회는 싫든 좋든 생존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다. 학교에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습관과 선의의 경쟁을 체득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다. 시험을 거부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가르침도 무책임하다.

교사가 자신의 왜곡된 교육관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평가를 거부하라고 선동할 권한은 없다고 본다. 그럴 바엔 교단을 떠나 정치를 하든가 반체제 활동을 하는 게 낫다. ‘경쟁 없는 세상을 만든다’는 허황한 구호로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장래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 ‘당신들 자식에게도 시험을 거부하라고 할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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