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재]지방의원에 밀려 ‘의정비 감축’ 시늉만

  • 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가 19위(34.6%)인 도봉구의회는 지난해 가을 3564만 원이었던 의정비를 5700만 원으로 60.0%나 올렸다.

그 과정에는 편법이 대거 동원됐다. 전직 구의원이 의정비 심사위원에 포함됐고 구 의원과 밀접할 수밖에 없는 주민자치위원이 대거 주민여론조사에 참여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의정비 부당 인상에 항의했고 일부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과다한 의정비 인상을 억제하겠다며 8월 ‘지방의원 의정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전국 지자체를 6개 유형으로 나누고 해당 지자체의 재정력과 의원 1인당 주민 수 등을 고려해 각 지자체에 맞는 의정비 수준을 공개한 것.

이에 따라 도봉구의회는 2216만 원 삭감된 3484만 원이 적정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월정수당의 10%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적용해도 최대 금액은 3700만 원이었다.

하지만 도봉구의회가 최대 3998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행안부가 30일 국무회의에 제출해 의결한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한 달여 전의 입법예고 때와 비교해 크게 후퇴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행안부는 10% 범위에서 더 주거나 덜 줄 수 있도록 한 월정수당의 폭을 20%로 늘렸다.

현재 6804만 원을 받는 서울시의원은 한 달 전 최대 5728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621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23개 지자체 의원들은 종전에 없던 ‘원격지 회의 참석 경비(당일 출퇴근이 힘든 지역에 사는 지방의원에게 주는 교통비와 숙박비)’도 받게 됐다. 또 입법예고 당시 의정비 심의회를 전면 공개하기로 했던 원칙도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비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법예고 후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을 중심으로 100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쏟아져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의정비 인하라는 큰 틀은 유지하지만 지방의회의 조직적인 반발을 무마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의장 선거 과정에서 돈 봉투 파문을 일으키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툭하면 외유성 해외 출장을 떠나는 지방의원들을 위한 배려에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헌재 사회부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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