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인정보 함부로 내돌리는 정부와 공공기관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정부 및 공공기관, 금융기관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범람하고 있지만 이를 막으려는 국가적 사회적 대책과 노력이 너무 미흡하다. 오히려 정부와 공공기관이 정보 흘리기에 앞장서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사생활(프라이버시)을 존중하고 지켜주려는 인식의 확산이 절실하다.

금융위원회의 국회제출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수사기관과 공공기관에 제공한 금융거래정보는 35만7751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83%인 29만7696건은 계좌 명의자의 동의 없이 몰래 넘겼다고 한다. 수사기관의 계좌추적과 내부자거래, 불공정행위 조사 등을 빼고는 사전에 서면동의를 받게 돼 있고 계좌추적에도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본인 동의 없는 정보제공이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정보를 내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이대로 방치하면 돈의 원활한 흐름을 막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수사업무와 관계없는 경찰의 개인정보 유출도 문제다. 경찰청의 국회제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후 5년간 전과(前科)나 차적(車籍), 수배 관련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44명의 경찰관이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징계내용을 보면 거의 절반인 21건이 가벼운 견책에 그쳤다. 수사기관조차 개인정보유출 범죄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4월에 있었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 72만 건 유출사건은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2002년 이후 전현직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등 유명 정치인들과 인기 연예인 등의 개인정보 1만2000여 건이 불법 열람되고 1800여 건이 유출된 것도 놀라운 일이다. 공단 직원들이 대상자들의 성병 치료 유무나 아파트 위층에 누가 사는지 등 개인적 호기심을 채우는 데 악용했다니 더욱 어이가 없다.

일반기업에 의한 고객정보 유출까지 합치면 올해 들어서만 총 3000만 건의 개인정보가 나돌았다. 대다수 국민이 사생활 침해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국민의 사생활을 마구 들여다보는 행태를 불식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과 법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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