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원철]소방관 희생 더는 안된다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02분


안타깝다. 젊은 소방관들이 또 희생됐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기에 슬픈 사연을 안고, 남겨두고 저렇게 떠나보내는가? 먼저 고인들의 명복을 두 손 모아 비는 바이다.

현대사회에서의 삶이 위험을 안고 사는 삶이라지만 뭔가가 잘못되었다. 잘못을 하나하나 제거해 안전을 배증시키는 일이 살아 있는 우리의 일이라 하겠다. 그중의 하나쯤을 생각해 보자. 건축행정과 소방행정의 총체적 부실이다. 국회의 직무유기다. 이러한 행정을 지켜보는 감사기관의 직무유기다.

소방당국에 모든 준공자료 보내야

건축물 정보는 건축물 안전관리의 기본이다. 2001년에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얘기했지만 그때뿐이었음이 우리의 실상이다. 최근의 숭례문 화재나 정부중앙청사의 화재 이후도 똑같은 상황이다. 건축물이 준공되면 모든 정보가 최종적으로 소방 당국으로 모여야 함은 미국 등 선진국의 예를 굳이 들지 않아도 수없이 이야기됐다.

이제라도 제도화하자. 국회의원님들 제발 법 좀 만들어 주세요. 건축물이 완공되면 최종 준공자료가 소방 당국으로 모이도록 하는 제도, 소방 당국에서 이러한 정보를 화재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확보하도록 해 주세요.

아울러 화재 현장에서 현장지휘부가 소방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상세하게 모니터링하며 화재 진압을 지휘할 수 있는 현장관제시스템을 구축하게 해 주세요. 소방관도 사랑하는 가족 및 친지와 생명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목숨 걸고 안전을 확보하려는 저들을 보호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슨 복지니 안전이니 정치니 할 수 있겠습니까?

소방 당국도 법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타령은 그만두자. 필요하면 법을 만들자. 조각난 법은 재정비하자. 예산도 확보하도록 노력하자. 입법이나 예산 확보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국회의원이 있으면 왜 반대하는지 공개하자. 국민의 생명과 재산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이는 누구라도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다. 대통령께서도 국민의 방재안전관리 문제는 국가안보와 국민복지의 초석으로 인식하시어 통치철학의 한 가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재난 현장에서 목숨을 건 방재안전관리 활동을 하는 소방관과 응급구조팀, 그리고 자원봉사팀원도 우선 자기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자. 이들이 자기 안전을 확보하도록 장비와 시설을 개선하고 교육훈련을 해야 한다. 자기 안전 없이는 근무도 봉사도 없는 것이다. 목숨을 건 무리한 활동은 하지 말자. 국민도 이제 저들의 희생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방재예산, 비용 아닌 투자로 보자

재난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일상에서 시민 스스로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 나가도록 교육하고 체험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 누가 해 주려니 하고 기다릴 때가 아니다. 재해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막아 얼마나 큰 이익을 확보해 주는지에 대해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

충남 태안 기름유출사고 때나 폭설 때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엄청난 손실을 줄인 사실을 인지하고 보험 당국이나 정부는 진정으로 고마워해야 한다. 금전출납부적 현금의 이익만이 이익이 아니라 손실의 막음도 이익이라는 경제적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국가 경제에서 이러한 인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재안전관리 예산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보아야 한다.

잘못된 시설관리 행정과 화마로 희생당한 소방관들의 명복을 빌면서 우리 사회가 또다시 저들과 같은 희생을 요구하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조원철 연세대 교수·방재안전관리 전 국립방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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